안녕하세요.

오유 눈팅만 하다가 가입 후 첫 글입니다.

 

집회 관련해서 유시민 작가님의 글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해드립니다.

 

이하의 내용은 유시민 작가님의 "후불제 민주주의"란 책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이 하 -

 

나는 대한민국이 '아직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직 할부금을 다 치르지 않은 채 타고 다니는 승용차와 비슷하다. 우리는 아직 민주주의를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다 치르지 않았다. 헌법 제1조는 '존재'를 서술한 것이 아니라 '당위'를 선언한 것일 뿐이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공화국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진화하는 중이며, 그 진화는 때로 매우 폭력적인 증상을 동반했다.

 

1948년 제헌헌법이 민주공화국을 선언한 이후, 우리 국민들은 여러 차례 '불법적'인 집단적 주권 행사를 통해 '합법적'으로 존재하고 있던 정부를 무너뜨리거나 헌법을 바꾸었다.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 광주민주화 운동, 1987년 6·10민주항쟁은 모두 거대한 국민 불복종운동이며 저항운동이었다. 도로를 점거하고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반정부 유인물을 뿌리고 야간에 도심을 행진한 그 모든 것이 당시 존재하던 실정법을 어긴 집단적 불법행위였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정당한 행위였으며, 여기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였다. 그런 행위를 조직하는 데 들어간 희생과 노고는 모두 이 헌법을 획득하기 위해 미리 지불했어야 마땅한 비용을 후불한 것이었다.

 

대한민국은 이제 성숙한 민주공화국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 진화를 추동하는 힘은 헌법 조문 그 자체가 아니라 거기 쓰인 대로 주권을 행사한 국민의 생각과 실제 행동이었다. 국민주권은 헌법 조문 덕분에 또는 헌법 조문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주권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 헌법이 있든 없든, 헌법 안이든 밖이든 상관없이 존재한다. 때로 국민의 위임을 받아 탄생한 권력이 국민의 주권을 부당하게 제약하고 억압한다고 해도 이러한 역사의 퇴행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완전한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가끔씩, 예외적으로만 주권을 행사했으며, 지금도 그런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늘 주권을 행사한다고 착각하거나, 그와 같은 착각을 하도록 강요당하면서 산다. 대한민국에는 국민에게서 나오지도 않았고 국민의 위임을 받지도 않았으면서, 국민의 행복을 해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부당한 권력이 너무나 많고, 그 힘 또한 매우 강하다.

 

...(중략)...

 

다시 말하지만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존재가 아닌 당위를 선언한 것이다. 이 당위를 존재로 전환하는 주체는 국민이다. 더 정확하게는 집단으로서의 국민 이전에 시민 개개인이다. 자기가 주권자임을 알고, 누구에게도 부당하게 나의 주권을 뺴앗기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나의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학습하고, 국민에게서 나오지 않은 부당한 권력이 나의 주권을 침해할 때 분연히 일어나 연대하고 투쟁할 줄 아는 개인. 그러한 개인이 민주공화국을 만들고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다. ...(후략)...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