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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이 답일까요? 그냥 사라져버리고싶네요.
게시물ID : freeboard_13932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pdd
추천 : 12
조회수 : 417회
댓글수 : 44개
등록시간 : 2016/11/11 02:32:51
이혼이 답일까요?
같은지역에서 1년 장거리2년 후, 올 4월 20대 후반 나이로 결혼했어요
 
우리신랑..쳐다도보지말라던 4대독자네요
4대독자라는걸 알면서도 생각도 안들었을만큼 문제라고 생각 한번도 못해봤는데
연애중에 예비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시아버지가 문제입니다.
 
저는 간이고 쓸개고 다빼주고 퍼주는성격이라
연애때 시댁과 가족처럼 지냈는데..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1년,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시아버지는 시할머님이랑 둘이 사시는데 시할머님이 워낙 오냐오냐키우셔서
혼자서 욕실등도 못갈고 우리부부가 올때까지 1주일이건 기다리는 정도라고보시면 될것같습니다.
반찬투정도 심하시고 편식도 심하시고 100키로 나가는 덩치에 걸쭉한 사투리
전형적인 경상도 라면하나 못끓이는...여자는출가외인이다! 라고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3대독자 입니다.
 
결혼전 작년11월 제가 너무 많은것을 바라는 시아버지때문에 힘들다고 했더니 
신랑이 자기도 중간에서 답답하고 짜증난다며 저보고 헤어지자고했구요
제가 너무나 배신감이 커서 알겠다고 헤어지자고했는데, 하루도 못가 저같은사람없다며
붙잡은게 신랑입니다... 그리고 한달정도.. 옛날처럼 잘 할 자신이없다며 돌아가지않겠다고 했지만
계속 잘하겠다며 붙잡는바람에 저는 신랑하나믿고 결혼하게되었구요....
 
그 뒤로 시아버지가 밉기시작했습니다.
다 시아버지때문이라고 생각하게되었어요.
 
늘 웃고 싹싹하고 밝고 먼저 챙기던 제가, 시아버지앞에서는 웃음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웃지를 못하게되었어요.
시할머님께 꼬박꼬박안부전화드리고, 시고모님께 감사하다고 선물도 사드리고
생글생글 웃고 최선을 다했는데... 시아버지앞에서는 웃지를 못했어요.
중간에서 중간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남편도 마찬가지였고
아버지때문에 힘들면서도 힘들다는 말도 못하고 서로한테 상처만주고 힘들어했네요.
 
행실이 싹싹하지않은건 아니였어요.
단지 웃음이 많이 사라졌을뿐, 모시고 여행도가고 잘 하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했고
예쁨받으려는 마음은 늘 한결같았어요. 전혀 안웃는게 아니라 깔깔 웃던제가 미소짓는정도..
그런게 못마땅한 시아버지는 날이갈수록 저에게 못되게굴고 호통치고 깐깐하게 구셨습니다.
날이 갈수록 더 사이가 안좋아질수밖에 없었어요. 할거다하고 잘하고도 욕먹는게 저였네요.
 
저는 제가 진심이 아닌 거짓으로 예쁨받으려고 애쓰는게 너무 슬펐고 힘들었습니다.
시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때문에 힘들어서 정신과도 다녀왔어요.
사람을 이렇게 미워하게된 적은 처음인것같다며 우울증치료를 받았어요.
제 모든걸 다 꺼내서 해준만큼 배신감이 컷다고 생각하시면될것같아요.
 
다시 옛날처럼 진심으로 잘하고 예쁨받고싶은데, 한번미워진 마음을 돌리기가 힘들었네요.
제일 속상한건 그사이에서 끝까지 내편이아닌 아버지편을 들던 신랑 입니다.
올 추석에 결국 터져서 신랑이 대판뒤집어 엎었습니다, 시댁이 아닌 저희집을요...
 
저랑 못살겠다며 저희집을 뒤엎고 갔네요. 저도 못살겠다고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 모두 우시고...아버지가 많이속상해하셨고
어머니는 오랜기간 저와 대화를 통해 제 판단을 따르고 이해하겠다고 하셨지만, 
아버지는 그게 아니였던것 같아요. 
 
결국 자기가족들한테는 아무말도 안하던 신랑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시누에게 우리 이혼할거다. 라는 말을 꺼내고서야 
제게 무슨일이냐고 물었고, 저는 제가 하고싶은얘기 다 해버렸어요. 제 못된마음까지 모두
그지경이 될때까지 우리집만 뒤집어지고 시댁은 아무도 왜 뭐때문에 인지조차 몰랐네요.
 
시누는 그동안 제가 해 온 것들을 봐서 저같은여자 없다고..
제편을 들어주셨어요.
제가 괜찮아질때까지 시댁과 연락을 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서울로, 전문직인 제 직업을 살려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어요.
이제 한달다되가는 중인데 처음엔 다시 연애할때같고 애틋했습니다.
헤어지고 다시 사귀는 연인같이요.
 
문제는... 행복한순간이 온만큼 불안과 두려움이 와요.
평생 시댁과 연락을 끊겠다고 한적도 없고, 저는 그럴 성격이 안돼요..
 
어른이 수저를 들기전에 수저를 들지않고 모르는어른들도 인사를 해라 라는
어른공경과 예의, 봉사하는 마음...저희 집안 가르침에따라
바르고 올바르게 자라왔습니다..
불쌍한사람 보면 그냥 지나치지못하는, 그런성격이예요.
 
제 성격이 답답하시겠지만, 이렇게 사는게 너무 힘듭니다.
제가 정신과에 갔던 이유가 이거였어요. 사람을 이렇게 미워해본적이 처음인데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미운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하나편하자고 어른들 무시하고 산다는게, 너무 답답합니다..
그렇다고 시아버지가 바뀔것 같지는 않습니다... 답이 없네요.
신랑에게 슬쩍 아버지는 잘지내시냐 별말안하시냐 물어봤는데,
사람이 쉽게 바뀌겠냐고... 하길래..제가 또 예민해졌더니
우리가족일은 내가 알아서하겠다며 말을 끊어버렸네요.
 
믿음이 하나도 가지않습니다.
이미 두번이나 저를 버린사람이고, 중간자로서의 역할이 아닌 이번에는 아버지를 버린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이제는 무조건적으로 저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는신랑이....
미안하지만 별로 듬직하지가 않습니다.
사랑하는마음이 아니라...연민인것 같아요. 혼자가 되면 불쌍하잖아... 이런마음....
 
저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아기도 낳고 예쁨받으며 살고싶어요.
근데 지금은 아기를 낳는다는걸 제 족쇄로 생각하게되었습니다....
피해의식도 생긴것 같구요..
왠지 제가 아기를 낳게되면, 아기를 핑계로 시아버지는 어영부영 생각할것만 같아요.
   
 
저는 성격이 워낙밝고 낯가림이없어 어디서든 예쁨받고 인기가많았던 성격입니다.
예쁨받고싶어하기도 했고 배려가 몸에베어있어 사람들과 지내는데에 문제가 없고
재밋기도 해서 동성에게도 이성에게도 인기가많은.. 주위에 사람이 많은 성격이예요.
그런제가 연애하는동안, 결혼한 동안 저는 애인이있기때문에 그런 모임을 자제해왔고
제가 남편만 바라봤을때... 자기만 바라본다고 힘들다며 숨막힌다고 했던 사람이예요.
 
우는 아빠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한시라도 뭔가를 하지않으면 미칠것만 같았어요.
아빠생각나면 억지로 행복해지려노력해야하고, 그럼 또 시아버지탓을하며 미워하게되고
자꾸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를 못해요. 
그래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취미를 두고싶어, 악기를 다루는 동호회에 들어갔습니다.
사람들과 잘 지내고 다시 제 직장도 되찾고 제 생활을 다시 갖게된것같아,
다시 태어난것같아 너무 행복합니다.
(동호회사람들은 제가결혼했고 주말부부인것도 알고있습니다 사이가좋지않다는건 몰라요)
 
지난 몇년간 제 모든걸 다 내어주고도 사랑과 고마움을 구걸해야했던 저 였는데,
사람들과 재밋게 웃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배우고 이야기를 나누는 저를 보니
마음한켠이 너무 우울해졌어요.
친구, 언니 오빠..사람들과 함께하는 이 행복한 시간을 사랑하게 된것 같아요. 
 
사람들안에서 섞여 행복해하는 제 자신을 가지고싶어요.
 
 
평생 주위 사람들이 저와 함께 살아줄건 아니라는걸 압니다..
지금은 20대 후반 꽃다운 나이 이겠지만, 평생 꽃 같지 않을것이라는 것도 압니다..
옛날처럼 돌아간다하더라도, 옛날이 될 수 없겠죠
이혼녀라는 딱지가 붙게되면 저 자신부터가 지금이랑 똑같지않을수도 있겠죠..
주눅이 들고, 한칸 더 우울해지고...
 
이제는 이런 이기적인 제모습에도 너무 화가나고 속상해요.
 
제가...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요...
 
답답하고 속이 터져버릴것만 같습니다.
 
사람들앞에서 늘 밝고 행복한 저 이지만
혼자있는 시간은 이렇게나 괴롭네요.
누구든 제게 뭐라고 혼내든 따끔한 말을 하든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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