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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나는 훈육이 필요해
게시물ID : panic_914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적절잉
추천 : 10
조회수 : 296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11/08 18: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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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나는 코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을 본다. 피는 배수구로 흘러가거나, 세면대 표면을 맞고 다시 튀어오르기도 한다.


똑...똑...똑...


나는 싱크대의 가장자리를 붙들고 서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다. 나는 나를 보고, 나는 자신을 본다. 핏방울이 튄다. 30초, 허공을 응시한다. 30방울, 피가 떨어진다. 나에겐 새 셔츠가 필요할 것 같다. 나는 그제서야 무언가로 틀어막는다. 피가 흐르는 것이 멈춘다. 피가 나는 이유는 알 수 없다. 알레르기 반응일 수도 있고, 건조한 가을 날씨 탓인지도 모른다. 사소한 문제이긴 하지만, 피는 먹물과도 같아서 물을 더하면 더 퍼지기만 할 뿐이다. 삶이 그렇듯이, 해야할 일을 조금만 등한시해도 불필요한 일들이 생긴다. 나는 더 배워야 한다. 훈육이 필요하다.


나는 다시 거울을 본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을 본다. 하지만 그 자신은 나를 보고 있지 않다. 시선은 나를 지나쳐, 만 리밖을 향해 있다. 밖에서 보고있자니, 이런 쉬운 일도 똑바로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다.


발치에 둔 가방은 이미 열려있다. 조용히 가방으로 손을 뻗어 장도리를 집는다. 머리 위로 치켜든다. 휘두른다.


유리가 산산조각난다. 침묵도 함께 산산조각난다.


나는 경악하며 고개를 돌린다. 화장실 창문이 깨져있고, 밤의 어두움이 환히 드러나있다. 나의 비명소리를 들으며, 나는 창문을 통해 넘어오는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장도리를 들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나의 머리에 장도리를 내려친다. 내려치고, 또 내려친다. 비명이 그치고, 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나의 몸을 내려다보며 미소짓는다. 나에게 행한 훈육은 만족스럽다. 창문을 통해 나와서 차로 돌아간다. 밤은 깊고, 단련할 자신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출처 <Self Discipline>

https://www.reddit.com/r/shortscarystories/comments/5bs28b/self_discip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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