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는 글이 아니라 말, 글로 옮겨진 후 문장만 봐선 이걸 명문이라 할 수 있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으나 이 짧은 말들이 내뱉어진 상황과 조건을 생각하면 이건 명문이 아닐 수가 없다는!
서슬퍼런 1980년 비상군법회의 재판의 최후진술에서 사형선고 내려지기 직전에, 판사가 피고 최후 진술 명한 후 나오는 말들...이 말들이 죽임의 겁박 앞에서 조금의 주저나 망설임 없이, 목숨을 보전하려는 털끝만큼의 고민도 행간에서 보이지 않고 사형 선고 법정에서 나왔다는게 경이롭다는 것. 마치 윤봉길의사나 안중근의사의 기개를 보는 듯해서.
나같은 필부는 흉내도 못낼 용기가 아닌가 싶어 존경스럽다는..
유시민이 이해찬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치입문했는데 초록은 동색이라고...
“이 목숨 다바쳐 이 땅이 민주화 될 때까지” (이해찬 사형선고 전 최후진술)
“이 재판이 과연 정당한 재판이냐. 이 군사법정이 혁명 재판부인지 쿠테타 재판부인지를 분명히 밝혀라.
만일 이 재판이 혁명 재판부라면 혁명의 대의명분이 무엇이냐. 수천명의 광주시민을 살상하고 전국에서 수천명의 학생 시민을 구속한 혁명의 명분이 과연 무엇인가를 분명히 밝혀라.
명분이 없는 혁명은 없다. 그것은 바로 권력을 뺏는 쿠테타다. 이 재판이 혁명재판부가 아니라 쿠테타 법정이라면 내란음모를 자행한 것은 여기 이 자리에 오랏줄로 묶여있는 김대중 선생. 문익환 목사. 이문영 교수, 고은시인, 한승헌 변호사를 비롯한 우리 24명의 동지들이 아니라 전두환일당인 바로 당신들이다.
박정희가 비참한 종말을 고했듯이, 당신들 전두환일당도 10년이 못가 망할 것이다. 이것이 역사의 심판이다. 남녘땅 광주등지에서 무수한 동포들이 비명에 사라져 갔는데 내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한없이 부끄럽다.
당신들의 총칼에 죽어간 우리 동포들의 원혼이 구만리 청천 하늘을 떠돌고 있는데 내 어찌 편한 잠을 자겠는가. 이 영혼들을 위로하는 길은 이 땅을 민주화하는 것뿐이다. 나는 이 목숨을 다바쳐 이 땅이 민주화 될 때까지 싸워 나가겠다. 전두환일당인 당신들을 붙잡아 이 법정에 세우겠다. 나는 당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역사적 범죄를 결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