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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6년차...이제 지쳤습니다
게시물ID : wedlock_127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드디테일
추천 : 20
조회수 : 639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8/11/29 14:20:48
친구들한테도 말하기 부끄러워 여기에 끄적여 봅니다...
 
아이가 먼저 생기는 바람에 26살 어린 나이에 장가가서 16년이 흘렀습니다.
 
아내는 저보다 2살 어리고 둘 다 철없이 시작해서 다투기도 기쁘기도 하며 지금까지 왔네요.
 
서른이 되기전 부모님 두분 다 돌아가시고 처가를 부모님이다 생각하며 살았지요.
 
그러나 제 생각과는 달리 사고쳐서 딸 뺏어갔다고 생각하시는 장인,장모에게 이쁨은 못 받았어요.
 
게다가 아이가 태어나며 큰 병이 있어서 저는 돈벌고 아내는 간호하랴 집안일 하랴 신혼생활의 단꿈이라는건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했지요.
 
10여년이 지나 아이는 건강해졌고 한동안 집안일만 하던 아내는 직장을 구했고 맞벌이를 하면서 생활도 조금 나아지더라구요.
 
 
그 후 2년 정도가 흐르며 아내가 슬슬 변하기 시작합니다.
 
집안일은 제쳐두고 직장일,취미생활에만 몰두하고 가정일은 생각도 안하네요.
 
9시 출근인 회사를 지하철 한산할때 가는게 좋다며 6시에 집을 나섭니다.(직장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 소요)
 
이거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어요.여유로운 출근길 대신 아침잠을 포기한 아내가 가끔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니까요.
 
문제는...일찍 출근하기땜에 그만큼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안일을 안 합니다.
 
아이의 아침,저녁을 챙기는건 오로지 제 몫이고 설거지며 소소한 집안일 전부 내것이네요.
 
유일하게 하는건 세탁기 돌리고 빨래 널고 걷는거.개는건 아이 담당입니다.
 
저는 가까운 출퇴근 거리로 집에 오면 6시 조금 넘습니다.
 
일찍 집에 오는 제가 집안일 하는거 힘들진 않지만 조금도 신경 안 쓰는 아내가 야속하지요.
 
제가 버는걸로 생활하다가 본인도 돈을 버니 씀씀이가 커지는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집으로 택배상자가 오고 대부분 의류,화장품,악세서리....
 
아내가 버는 돈으로는 감당이 안될 정도의 카드대금은 어떡해야 할까요?
 
아내보다 2배 이상 많은 제 월급이 안심이라도 되는듯 인터넷 쇼핑을 즐깁니다.
 
지난 월요일에 택배상자가 7개나 오더라구요. 제가 먼저 집에 오니 현관문앞에 수북히 쌓인 택배들
 
하나하나 물품을 확인해보니 티셔츠 4장,립스틱,귀걸이,목걸이...
 
다음날 목걸이 하나가 더 왔는데 그 전날의 양에 비하니까 초라해보이더군요.
 
최근 헬스장 등록했다더니 운동하며 입을 옷과 악세서리를 샀나보다라구요.
 
인터넷 쇼핑에 빠진 아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친구없이 지내는 처지를 쇼핑으로 푸나 생각이 들때면 안쓰럽기도 하네요.
 
 
남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라 친구도 거의 없습니다. 직장 회식도 딱 밥만 먹고 귀가합니다.
 
저는 저녁준비 후 배드민턴을 치러가는데 아내랑 같이 시작했다가 흥미를 잃었는지 그만두고 지금은 저 혼자만 다닙니다.
 
1년도 채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는 이유가 회원들과의 교류가 힘들었답니다. 저는 이해합니다. 성격이 그러니까
 
다른 회원들한테는 아무말 안하고 무작정 그만둬서 제가 일일히 해명하느라 진땀 뺐네요. 다들 우리 부부가 싸워서 그만둔줄 알아요.
 
 
근데 정작 진짜 문제는 앞으로의 결혼생활입니다.
 
시댁이 없어서 그런지 친정일에 개입이 너무 과도하네요. 명절,휴가를 전부 친정으로 가자고 합니다.
 
가깝지도 않은 전북 고창. 저희집에서 3시간이 넘는 거리입니다. 아내는 운전을 못해서 독박운전ㅠㅠ
 
아내가 8남매인데 아내 형제들 경조사는 물론이고 돈 들어가는 일은 두팔 걷고 나섭니다.
 
막내가 새 집으로 이사갔으니 냉장고 사주고 몇째네 에어컨이 낡으니 새거 사주고 남동생 아프니까 한약 지어 보내주고
 
저도 6남매라 형제가 많습니다.제 누나,형들 생일날 카톡 하나 안 보내면서 아내 형제들은 꼼꼼히 챙기네요.
 
부모님 제사모시러 큰형집에 갔다오는 날은 설거지 하느라 다리 아프다, 취침시간 줄었다 푸념만 잔뜩 늘어놓습니다.
 
1년에 두번 있는 명절 중에 한번은 처가를 먼저 갑니다. 제 큰형집에 아예 안 갈때도 있고요.
 
전 그게 공평하다 생각했는데 아내는 불공평한가 봅니다. 시부모도 없는 시댁을 왜 가야하는지...
 
 
몇년간 저녁상 한번 안 차려준 아내가 야속하진 않습니다. 바쁘고 힘드니까 그러겠지요. 지하철 출퇴근이 얼마나 힘든지 저도 잘 압니다.
 
제 입맛대로 제가 만들어 먹으니 반찬투정할 필요없어서 서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죠. 엄마가 해주는 밥상을 받아본지가 기억도 안 날겁니다.
 
대부분 제가 해주는 저녁을 먹거나 사먹는 저녁. 중3이라 어느 정도 커서 그런지 사먹는걸 선호하더군요.
 
휴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내는 그동안 미뤄둔 늦잠 자고 제가 아이랑 저의 식사를 준비하죠.
 
가끔은 식사준비를 하는데 대부분 인스턴트 음식 데우거나 볶거나 하는 정도. 뭐 이해합니다. 요리가 소질에 안 맞는 모양이죠.
 
써놓고 보니 밥 안 차려줘서 삐진 남편으로밖에는 안 보이네요ㅎㅎ
 
 
씀씀이가 헤퍼서 매달 제 카드로 현금서비스 받으면서도 멈추지 않는 쇼핑질, 아이랑 저의 생활엔 관심도 없이 자기일에만 몰두하고
 
시가는 내팽치면서 친정일엔 성의를 다하는 모습들...
 
이젠 슬슬 지쳐가네요.
 
지금껏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둔 제 잘못 같기도 하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걱정이 큽니다.
 
대화로 풀어보려고 해도 무작정 화부터 내는 아내를 보고 있노라면 저 또한 감정이 올라와서 싸우기 일쑤고
 
싸우고나면 냉랭하게 지내는게 껄끄럽고 아이 보기에도 민망해서 주로 제가 먼저 화풀고 하던대로 하고 삽니다.
 
카톡으로 뭐라도 하나 물어보면 싸늘하게 날아오는 답장이 싫어 카톡조차 잘 안 합니다.
 
이런 아내만 100% 잘못은 아닐겁니다. 제가 잘못이 있겠지요.
 
 
저는 술은 즐기지만 술값으로 10만원 이상 안 쓰며 룸싸롱이나 노래방 같은곳은 접대하느라 가기는 합니다.
 
도박은 절대 안하며 고스톱은 핸드폰게임으로 가끔 합니다. 로또 조차 도박이라 생각해서 절대 구입 안 합니다.
 
누굴 때리거나 금전적 사고를 쳐 본적도 없습니다.
 
20살부터 운전은 했는데 여태 무사고라 자동차보험 30만원 정도 냅니다.
 
아내를 패거나 아이를 때리지 않습니다. 신체적 고통을 싫어해서 체벌이나 얼차려 안합니다.
 
깔끔한걸 좋아해서 사무실에서든 집안에서든 어지른거 못 봅니다. 결벽증까지는 아니고 정리정돈 좋아해요.
 
아내도 깔끔한 성격이라 이 부분은 서로 잘 맞습니다.
 
시댁이 없습니다. 물론 제 형제들은 있지만 저조차도 생사확인만 할 뿐 자주 만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1년에 정기적으로 여름에 한번, 겨울에 한번 모이기는 합니다. 여름엔 펜션, 겨울엔 누나들 집에서 모이지요.
 
큰집, 좋은 집은 아니어도 새집으로 이사해서 자가로 살고 있고 최근 들어 일이 잘 풀려서 돈은 충분히 법니다.
 
 
위에 열거한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아내는 못마땅한 부분이 있겠지요.
 
근데 뭐가 문제인지 알고 싶어서 대화를 시도하면 본인 힘든거만 내세우고 무작정 화만 냅니다.
 
오랜 결혼 생활로 애정이 식은거 그 이상의 문제점들이 자꾸 생기니 앞으로가 막막하네요.
 
시간이 해결할거라 믿은 제 착오인거 같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생각했습니다.
 
조만간 아내랑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야겠다고...
 
저랑 아내, 아이와 오손도손 살고 싶은데 요즘 같아선 다 포기하고만 싶어요.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지만 아이가 걸려서 생각만으로 그칩니다.
 
 
주절주절 써내려간 글 이만 마치겠습니다.
 
제가 파악 못한 문제점들이 있을테니 조언 감사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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