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다.바꾸기 말.한다.제대로.
을 가만 보다가 아는 데고, 집 주변이고, 2년전에 거의 1년동안 일하던 데 주변이라 먹으러 갔습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영상 하나만 보고.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맛 이름 그대로 디질려고사먹으러 갔나 싶습니다. 지금 말하는 건데 저 영상 내 반응은 절대 연기라던가가 아닙니다.
도착해서 사장님과의 주문 시 대화가 대충 이랬습니다.
저:"닭꼬치 디진다 맛 주세요."
사장님:"예? 뭔맛요?"
저:"디진다 맛 주세요."
사장님:"(닭꼬치에 소스 바르며)이거 뭐 시킨 건지는 알고 시킨 거죠?"
뭐 시킨 건지 아느냐는 왜 물어본 거였을까. 주변 관광객들이 왜 죄다 소금맛이나 중간맛만 먹고 있었을까. 나는 왜 이걸 시켰었을까 지금와선 후회중입니다.
먹을 때 사진 찍지 않은 걸 후회하며 대충 설명을 해 보자면 뭐가 고춧가루 같은 거 잔뜩 뿌린 매운 소스 얹은 닭꼬치였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먹을 때 느낌은 예상 외로 넘기기 전까진 매운 맛이 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음식을 매우 빨리 먹는 편인데 그래서였던것도 같고요.
한 조각 넘기고 나서 1분 후의 느낌은 후회였습니다. 맵다는 건 사실 맛이 아니라 고통이라던가요. 네. 누가 묶어놓고 패도 이런 느낌 안 날겁니다.
목구멍 안쪽에서 불이라고 해야 하는지 하여간에 뜨거운 느낌이 확 밀려 오기 시작하고 물을 마시건 말건 계속 나옵니다. 뭐가? 후회막심이.
그리고 저는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를 한 가지 했습니다. '빨리 삼켜 버리면 덜 맵겠지' 라고 생각해 버린 것입니다. 그냥 버릴걸 그깟 누구나 마음속에 있는 삼천원이 뭐라고.......
첫 조각을 삼켜놓고 죽을락 말락 하고 앉았는데도 눈에 뵈는 게 없는 건지 연달아 세 조각이나 닥치는 대로 우겨 넣었습니다. 삼켰습니다.
삼키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나 후회였습니다. 아까 전엔 이것을 사먹은 것에 대한 후회였다면 이번엔 버리지 않고 욕심을 낸 것에 대한 후회였습니다.
뜨거운 느낌이 온 몸에서 사방팔방 밀어 닥칩니다. 뜨거운 게 아니라 인두로 목구멍을 지져도 이거보단 시원할 거 같은 느낌이 마구 밀려 옵니다.
침을 뱉으면 좀 낫겠다 싶어 뱉는데 침도 빨갛습니다. 차라리 불닭볶음면은 안 매운 거였습니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매운거 먹다 돌연사 할까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조쉬가 올린 동영상 마지막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닭꼬치 먹다 남긴 걸 주워먹은 조쉬 한국인 친구가 편의점에 돌격해서 바나나 우유를 사 마시던
장면요. 그거 보면서 '별로 안 매울거 같은데 연기하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조쉬 한국인 친구분. 먹어보니 그 행동이 이해가 확 갑니다.
뭐가 뭔지 상관 없이 머리도 반쯤 맛이 간 채로 편의점 어딨어를 중얼거리며 겨우 편의점으로 들어갑니다. 바나나우유를 삽니다.
근데 좀 웃긴 게, 바나나우유를 마실 때는 이상하게 전혀 매운 느낌이 나오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착각이었습니다. 한 통을 다 비우자 마자
문 두드리는 제이슨마냥 다시 속에서 매운 느낌이 미친 듯이 올라옵니다. 무슨 쓰나미도 아니고 시간차 공격까지 합니다. 이쯤되면 무섭습니다.
방금 전에 나갔던 손님이 다시 와서 바나나 우유 하나를 더 사가니 알바가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상관없습니다. 이거 못 마시면 저는 죽습니다.
이번엔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다고 천천히 한 모금씩 마셔 봅니다. 그래도 한 모금 넘기면 그 후엔 맵고, 맵고, 맵습니다. 이건 뭐 차르 봄바도 아니고....
그나마 좀 진정되어서 그 후엔 그 옆 빌딩 영화관에서 닥터 스트레인지 봤습니다. 시리악이랑 니팔자야를 3D로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걸론을 말씀드리면 남의 것 자주 뺏어먹는 친구에게 주기 딱 좋습니다. 그런 거 아니면 드시지 마세요. 죽습니다. 진짜로.
출처 |
이제부터 닭꼬치는 치즈맛만 먹기로 맹세한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