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이플 월드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험가 나부랭이 입니다.
오늘은 제가 메이플을 해오며 꾸려왔던 길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어떻게 보면 노친내의 추억팔이 정도의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어딘가에 고해성사라도 하고픈 마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니, 다른 분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 소신껏 써내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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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픈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메이플스토리를 즐겨온 사람입니다.
가끔 메자타임이 오기도 했고, 접은 기간도 분명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거의 쭈~욱 즐겨온 것이나 다름없는 게임은
메이플 하나 뿐이었습니다.
크로아에서 키우던 계정들을 해킹도 당해봤고, 장사꾼 길드에 치여살면서 회의감의 연속이던 나날을 보내던 와중이었습니다.
자신의 노력한 만큼 이룰 수 있다는 리부트 월드가 오픈하였단 소식을 듣게 되고,
본계정을 죄다 포기하고 리부트로 홀홀단신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같이 시작한다는 친구나 가족, 넷상 인맥같은게 한 분도 없었습니다.
조금 고독하긴 했지만, 리부트 서버만이 가진 장점들로 인해 즐겜 라이프를 보낼 수 있었습죠..
리부트가 오픈하였던 2015년 여름은 어느새 지나가고,
겨울이 찾아오게 됩니다. 슬슬 외로워지기 시작하더군요 ㅎㅎ 사실 온라인 게임이라는게,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서버 내에서
하는 게임이잖습니까.
그런 온라인 게임의 메리트 중 하나는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마침 그당시 오유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고, 겜토게 (당시에는 메이플1 게시판이 없었습니다.) 를 보니
리부트 서버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려는 분들의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간간히 리부트 서버에 대한 팁이라던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댓글로 달아주던 와중에 퍼뜩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일일이 겜토게에 댓글로 달아주는 것 보다는 길드를 하나 파서 길드 채팅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알려주는게 편하겠다.'
2016 / 01 / 06
네. 지금은 당당한 거대길드가 되어있는 높새바람의 시작이었습니다.
하드를 뒤져보니 길드렙 1때의 사진이 있군요.
겜토게에서도 마이너한 축에 속하는 게임이었던 메이플스토리.
그나마도 서버가 갈려있다보니, 길드원 모집하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무던히도 많은 홍보글과 일상글을 심도있게 작성하여 업로드 했었고,
이런 글들이 호응을 받게되자, 길드 가입신청이 폭주하기 시작했습니다.
(홍보를 위한 최초의 길드 단체 스샷)
길드 가입신청은 폭주하고, 길드 수용인원이 적었던 초창기이다보니, 지금 유저분들께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길드 포인트를 위해 자쿰이나 노멀루타비스를 6인 풀파티 꽉곽 채워서 간다던가...
계정당 1개의 아이디만 가입할 수 있다던가 ...
오늘날에는 길드 최대수용 인원이 200명으로 되어있는데, 그게 다 1월부터 3월까지 계셨던 길드원 분들이
한땀 한땀 정성스레 길드 포인트를 벌어서 뚫어놓은 것입니다.
길드는 계속해서 성장해나갑니다. 길드 인원이 늘어났고, 길드 스킬들이 하나 둘 찍히기 시작했으며....
플래그 레이스에도 참여를 하게 됩니다.
당시 본인을 제외하고는 전부 맨땅에서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었기에, 게임 내에서 메소를 버는 법,
스펙업을 하는 법, 중하위 보스들의 패턴 등을 한 분 한 분 지도해드렸습니다.
길드원들의 성장 또한 우후죽순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지금은 솔격, 바컷도 우습게 할 만큼 만만한 녀석인 노멀 아카이럼을
파티를 맺어서 간신히 최초격파한 모습입니다.
이 당시 가장 높았던 스공이 48만대였으니....
도전은 계속됩니다.
카오스 혼테일...
실패의 쓴맛을 계속해서 맛봐야 했던 이지 시그너스....
총 3번의 트라이를 거쳐서 격파하게 됩니다. (최초 격파일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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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새바람 길드의 세력이 어느정도 커지고, 오늘날의 연합길드인 흰수염이
최초로 연합에 가입하게 되면서 바람 연합은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위 사진은 최초 연합원 노멀 여제 트라이 파티입니다.
하드힐라의 말도안되는 흡혈량에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오는 모습이다.
설날 쯔음 12시경 6채널 헬레나 집 스샷...
극 초창기때부터, 자정에 6채널 헬레나 집에 모여서 보스 레이드를 간다고 정해놓았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새해 인사 이벤트도 해서 그런지, 이렇게 모이면 다들
이렇게 새해인사를 하곤 했었죠...
(두번째 길드 단체스샷)
이건 홍보샷으로 쓸까 하다가 안썼습니다. 아직 초창기라서 그런지 훈장이나 칭호 안빼서 다소 개판인게 보이시나요? ㅎㅎ...;;
길드는 끊임없이 성장했습니다.
어느새 세자릿수에 달하는 인원이 길드에 가입하였고, 유저들의 스펙은 더더욱 성장했습니다.
길드 하드 매그너스 격파.
부캐나 링크캐릭을 위한 길드들도 연합에 포함이 되었고, 높새바람 길드는
길드만렙을 향해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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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때부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삐걱거림의 시작이 말이죠..
초창기 부터 계시던 분들이 하나, 둘 길드를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제각각이겠죠. 방학시즌의 종료, 메자타임....
이런 불안한 정황 속에서 높새는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습니다.
다음 방학시즌때까지는 버텨야 하기에....
단체샷도 새로 찍고, 맛깔나는 홍보글도 새로 올렸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사진 속에
초대길마인 저, 2대길마, 3대길마, 4대길마, 5대길마까지 전부 모여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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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얼마 안지나, 길드 만렙을 찍게 됩니다.
그리고, 헤이스트 이벤트 종료 이후...
메자타임이 왔던 저는 길마를 다른 분께 넘겨주고 홀연히 사라지게 됩니다.
다시 돌아왔던 것이 6월. 핑크빈 직업이 풀렸을 당시입니다.
길드는 또 많은 것이 바뀌어 있더군요...
서버 내 길드랭킹 1등을 달성하기도 했었을만큼 길드원들이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었고,
규모도 어마어마하게 커졌습니다.
첫 출발을 생각하면 정말 개천에서 용이 난 꼴이죠.
초창기에는 서버 내에서 큰 세력을 가지고 있던 일베길드한테 해코지라도 받을까봐 전전긍긍하기도 했었습니다.
자랑스러운 한편, 근심 가득한 일들 또한 많았습니다.
초창기 맴버 분들의 대거 이탈.
물론 새로오는 유저분들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무분별하고 몰지각한 일부 유저분들로 인해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들이 있게되었고, 길드 내에서
본인의 존재에 있어 회의를 느끼는 분들도 여럿 생기게 됩니다.
또한 길드 내에서 암암리에 생성되는 파벌과 친목 라인들.. 거대 길드가 되다보니 필연적으로 여러 문제에 직면을 하게 되었고,
여러 방안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완벽히 척결되기는 어려웠었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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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도 그런 감정을 가끔 느꼈지만, 개의치 않아했습니다. 어찌되었건 이 길드를 만든게 저였으니까
일종의 자식을 보는 것과 비슷한 감정으로 길드를 보아왔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꾸역꾸역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만큼의 늙은이가 되어 길드 내에서 버텨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서
'지금의 높새바람은 고인물 과 진배 다를 바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고,
오만가지 감정이 제 머리속을 교차해갔습니다.
단순히 '옛날이랑 지금이랑 같지 않아!!! 빼애애애애액!' 하는 꼰대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뭐랄까... 유저분들의 마인드 자체가 다소 달라져있었습니다.
적어도 제 개인적인 이상에 부합하는 형태는 아니었다고만 말씀드리고 싶네요.
더 길어지면 비난에 가까운 글이 될 것 같아서... 이 부분에 대해선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높새바람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길드에 몸 담그고 있는 모두의 것이죠.
지금 취하고 있는 형태가 그러하다면, 이는 높새바람 길드원들의 의지인 것입니다.
길드 내에서 길드를 부정하는 생각을 하는 것 보다는, 그런 사상을 가진 이가 나가는 것이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구성원에게도, 그 사람에게도 편합니다.
발걸음을 떼기가 정말 힘들었지만.... 가보려고 합니다.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온전히 제 몫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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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즐거움과 추억거리를 선사해줘서 고마웠어..
많은 인연들과 스쳐지나가고, 그 사이에서 피었던 이야기들 잊지 못할꺼야..
안녕히.. 높새바람. 잘있으렴. 언제나 굳건히 영원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