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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에게 허락된 자리는 없다
매일 같이 눈을 의심해야 할 정도로 나라의 꼴이 엉망이다. 무당인지 사이비 교주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선 실세, ‘최순실’이라는 자가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를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공무원의 인사 문제부터 시작해서 심지어는 주권이 달려 있는 ‘독도영유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비선실세 최순실의 손은 이 나라의 심장을 조종하고 있었다. 무능한 대통령이 나라의 심장을 무당에게 넘기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어디에 가서도 대한민국 국민임을 말하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한 날들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모르고 있었던 바 아니다. 집권 초부터 있었던 수많은 인사 문제를 비롯하여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인 결함으로부터 비롯된 참사, 공권력의 남용 등 지난 4년 간 이 나라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의 중심에는 늘 박근혜 정부의 무능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이 모든 문제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력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나 놀랍게도 이 많은 일들의 배후에 사이비 종교와도 깊이 연관된 ‘최순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우리는 절박하게 묻고 싶다. 아직도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싶느냐고.이렇게까지 밝혀졌다면 그만 내려와야 되는 것 아니냐고. 그 동안 당신이 외면해온 5000만 국민들 앞에, 최소한의 예의를 보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도 얄팍한 꼼수로 위기 국면을 전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새삼스럽게 나라를 걱정하는 척 개헌을 논의한다고 해서, 혹은 얄팍한 해명으로 눈앞의 여론을 식히려는 ‘녹화 방송’을 한다고 해서, 지난 4년 간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 당신의 ‘진실성’이 되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신은 지난 25일 사과문을 발표한 시점에 이미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 자신의 입장을 “진솔하게” 표명하기 위해 마련되었다던 그 자리에서 발표된 내용은 하루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모두 거짓임이 들통났다. 그렇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는 사라졌다. 우리 대학원생들은 물론이고 앞으로 어떤 국민도, 더는 속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당신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혹시 모를 책임감과 양심이 당신의 마음에 남아 있다면, 이 나라를 위해 당신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문고리 3인방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을 쳐내고 내각 총사퇴를 지시하라. 그리고 하야(下野)하라. 그것이 당신이 밟아야 할 마지막 길이다. 왜냐하면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에 당신을 위해 허락된 자리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2016.10.28.
고려대학교 제30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