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사교과서의 교사용 지도서(‘개정 교육과정 교수 학습 과정’) 477페이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이 게시된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 주소가 삽입돼 있다(빨간색 박스 표시).
한국과 일본 정부 요구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사 교과서의 교사용 지도서에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이 게시된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 주소가 삽입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을 배제한 한일 당국 간 위안부 합의를 지도서에 포함시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의 역사 왜곡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위안부정의연대(Comfort Women Justice Coalition·CWJC)의 집행위원인 주디스 미킨슨씨와 마이클 웡씨는 캘리포니아주 교육부가 역사교과서의 교사용 지도서(‘개정 교육과정 교수 학습 과정’)에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이 게시된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 주소를 삽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공 교과서를 담당하는 톰 아담스 캘리포니아주 교육부 부교육관이 ‘한일 정부가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을 해왔다’고 직접 밝혔다”고 전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역사 교과서의 교사용 지도서에 실린 웹사이트 주소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이 게시된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로 바로 연결된다.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 화면 캡쳐
CWJC 측은 지난 7월 캘리포니아주 역사 교과서 개정안 공청회에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곧바로 주 교육부에 웹사이트 주소 삭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교사용 지도서에는 일본 외무성 웹사이트 주소가 그대로 실려 있는 상황이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교육부는 지난 5월 열린 공청회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담은 웹사이트 주소가 교사용 지도서에 실린다는 공식적으로 사실을 알렸다. 이 자리에서 처음 발표를 들은 CWJC 측이 주소 삽입을 반대했으나 주 교육부는 반대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 7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강제 동원한 위안부 역사를 담은 ‘캘리포니아 공립학교들을 위한 역사·사회과학 교과과정 지침 2016년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내년 9월부터 캘리포니아주 공립 고교 10학년(한국 고교 1학년생)은 세계사에 일본군위안부에 관한 내용을 배우게 된다.
이에 대해 웡씨는 “교사용 지도서에 위안부 피해자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반대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넣은 것은 교사에게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며 “합의 내용을 본 교사들이 위안부 내용을 가르치면서 합의안도 있다고 가르치면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킨슨씨도 “주 교육부는 지도서에서 웹사이트 주소 부분만 삭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현재 이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계속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도서에 한일 위안부 합의에 피해자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고, 반대 여론이 있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쪽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를 교사들이 좀 더 심도깊게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도울지도 함께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 위안부 정의 연대 소속 집행위원들과 공동의장. ©이정실 사진기자
한편 일본군‘위안부’ 이슈를 미국 사회에 알리는데 앞장서는 CWJC는 중국계와 한국계뿐 아니라 일본계, 필리핀계, 유대인, 흑인 등 다양한 인종과 단체로 구성된 연합체다. 20여개의 단체가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100여개 단체가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대도시 중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위안부 기림비 건립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고 기림비 모금 운동에 착수해 현재까지 40만달러를 모금했다. 위안부 기림비는 오는 2018년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인 스퀘어 파크에 세워질 예정이다. 단체는 샌프란시스코 중·고등 공립학교 교과과정에 위안부 역사를 포함시키는데도 앞장섰다. 샌프란시스코 중·고등 공립학교는 9월부터 학생들에게 위안부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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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호 [사회] (201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