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들어도 어디 하루 맡길 수 없는 26개월된 엄마순이.. 덕분에 물만 먹어도 뿜뿜하는 엄마에겐 견딜 수 없는 입덧과 함께 육아를 병행해야하는 고통을 안겨준 딸ㅠ..
그런데도 우리 딸이 없었으면 이 입덧 어찌 버틸까 하는 내겐 입덧팔찌, 입덧사탕보다 효과백점 입덧패치인 우리딸 얘기에요.
1. "엄마 머 쫌 먹어야지!!"
몇날며칠을 통으로 굶었던 입덧이 극심했던 어느날.. 마X쭈를 열심히 까더니 세상 오만걱정 다 업고있는 얼굴로 엄마 입에 쑤셔넣으며.. "엄마 머 쫌 먹어야지!! 이건 맛있어~" 세상 모든게 맛없을 지언정.. 그것만을 맛있을거라는 굳은 믿음이 보여 귀엽기도 하고.. 박력있는 걱정에 연애하면서도 못 느껴본 설렘을 느꼈네요ㅋㅋ 딸.. 엄마랑 썸타는거니?
2. "엄마 빨리 뱉어! 껍질은 먹는거 아니야!"
짜먹는 요구르트를 꺼내와서 까달라기에 입으로 쓰윽 까서 줬는데 껍질을 뱉는걸 따님이 못보셨는지..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 빨리 뱉어! 껍질은 먹는거 아니야!" 라며 토도독 거실로 뛰어나가더니 식탁위에 있던 빵을 한봉지 가져와 침대에 턱 놓더니... "빵 먹어~ 빵" ㅠ...엄마가 계속 굶더니 배고파서 요구르트 껍질을 먹은줄 안거니ㅠ......... 안그래도 며칠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던 터라 잘 못 챙겨준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는데.. 이리 걱정하고 있다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았네요ㅠ...
3. "괜찮아 엄마 토해ㅠ~"
이건 입덧 정말 극에 달했던 날이었나봐요. 쇼파에 누워서 손하나 까딱을 못하겠고 기운도 없고 속은 울렁이고 총체적 난국을 느끼며 신랑의 야근통보를 카톡으로 받고는 눈물이 뚝뚝ㅠ...... 옆에서 보던 딸이 슬쩍 기대더니 등을 토닥토닥하면서.. "괜찮아 엄마 토해ㅠ~" 이러는데ㅠ..... 이런 엄마가 미안하고 속상하면서 동시에 울 이쁜 아가 두고 입덧이 아니라 정말 어디라도 아프거나 큰 병에 걸리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사실 첫아이는 둘째가 태어나면 갑자기 아가였던 아이가 다 큰것처럼 느껴지고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하길 바라게되고.. 그러다보니 아직 케어받을 나이임에도 그렇지 못할 순간들이 올 것을 알기에.. 그 때도 노력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 하루하루 정말 사랑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인데 몸이 아프니 자꾸만 놓치고 있는것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오늘은 입덧이 좀 괜찮아져서 평소처럼 책도 읽고 깔깔거리고 오랜만에 웃고 떠들었네요.. 벌써부터 친구같은 딸.. 평생효도 다한다는 3살이어서 그런가 요새 이뻐서 죽겠고 하루하루 너무 빨리 커버리는 것 같아 이 시간을 잡아두고 싶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