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도 싫다. 자진하야가 답.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범인은 독일에 있다. 그동안 왜 청와대 집무실에 결재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도 결제가 미루어졌는지, 인사적체 이야기가 계속 나왔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는지. 왜 7시간 동안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는지. 다 밝혀졌다. 독일을 제집처럼 드나든 최순실이 독일과의 7시간 시차 때문에 이메일을 열어보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다.
혹은 전화를 받지 않아서, 혹은 주무시는데 깨울 수가 없어서. 국민 모두가 보았다. 대통령의 치부를. 용의 발톱이 아니라 용의 똥꼬를 본 것이다. 영혼의 주인이 잠적해 버렸으니 대통령 집무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갑자기 터져나온 개헌안도 아마 최순실이 독일에서 전화로 지령을 내렸을 것이라. 문제는 그 최순실이 박근혜를 진작에 버렸다는 사실이다.
신도는 교주를 짝사랑하지만 교주는 귀찮게 따라붙는 신도를 좋아하지 않는다. 최순실은 박근혜를 이용했을 뿐이다. 그간 최순실이 방자하게 행동한 것은 박근혜를 엿먹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도가 감히 교주 머리 꼭지 위에 올라선 거. 괘씸하다. 복수하는 거다. 그는 왜 국가기밀이 들어있는 PC를 창고에다 내팽개치고 갔을까? 그게 미필적 고의라는 거다.
박근혜를 혼내주고 싶은 마음에 될데로 되라 하고 방치한 것이다. 박근혜도 지금쯤은 최순실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아챘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이비 교주를 잃은 광신도 행동으로 간다. 옴진리교만 봐도 그렇다. 교주가 사악한 테러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어도 신도는 요지부동이다. 왜 광신도는 마지막 순간까지 교주를 믿는 걸까? 거짓말이다. 믿지 않는다.
믿는 척 연기를 하는 거다. 첫째는 교단의 남겨진 유무형의 자산을 차지할 욕심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자기 자신에게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최순실 교주가 남겨놓은 유무형의 자산은 없다. 가장 큰 자산은 정유라일텐데 들쳐업고 갔다. 남겨진 교단조직도 없고 신도집단도 없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여전히 최순실에게 미련을 둔다면 이유는 두 번째일 거다.
자기 자신에게 지고 싶지 않아서 믿는다. 무슨 뜻인가? 교주는 신과 자신을 매개하는 사람이다. 매개자가 빠지면 직통라인이 개설된다. 교주에게 가 있던 ‘영적 에너지’ 혹은 ‘우주의 기운’이 어쩌면 자신에게로 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신도는 갖고 있는 것이다. 신도는 이 상황을 자기와의 싸움으로 보고 이기려 한다. 주어진 신의 미션을 감당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여전히 교주를 믿는 척 연기한다. 교주를 믿는게 아니라 믿음이라는 에너지 덩어리를 자기 안에 쟁여두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근혜는 믿음의 행동을 한다. 청와대에 심어놓은 최순실 인맥을 찍어내고 자기 사람으로 교체하지 않는다. 지금 청와대에 박근혜 사람 없다. 그들은 모두 최순실이 심어놓은 사람들이다. 그동안 최순실 부하들에 둘러쌓여 있었다.
그들은 가케무샤 박근혜를 지켜봐왔다. 중요한 서류를 올려도 최순실이 없어서 결제가 미루어지는 상황을. 속으로는 비웃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가 다시 국정을 장악하기는 불능이다. 엎어진 물이다. 돌이킬 수 없다. 지금은 국정원에서 최순실을 처리할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최순실이 청와대에 심어놓은 자객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최순실이 박근혜를 해칠지도 모른다. 청와대 비서진 전원을 갈아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 비서진을 구성한다 해도 국정의 계속성이 끊어져서 곤란해진다. 게다가 최순실이 없으면 아무런 의사결정을 못한다. 그렇다면? 탄핵이 답이지만 추운 겨울에 할배들 드러눕는 꼴 보고싶지 않다. 자진하야가 답이다. 나라면 벌써 외국으로 내뺐다. 김정은이면 받아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