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차 부부입니다
우리 신랑은 숫기가 부족해 5년이 지나도 아직 친정부모님께 어색해한달까 어려워한달까 그렇습니다
그거때문에 부모님은 가끔 서운해하셨지만 그럴때마다 그런거 강요하는거 아니라고 제가 잘랐더랬죠
그러던 어제 목요일,
오후 5시 경 근무중에 갑자기 엄마에게 사진이 두 장 카톡으로 오는데
웬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엄마 사진이었습니다
엄마가 백화점에서 근무하셔서 근무평가를 엄격하게 하고 우수사원은 매달 시상을 하는데
첨엔 그거인가보다 하고 축하한다고 답문을 날리려는데 이번엔 전화가 오더군요
전화를 받았더니 잔뜩 흥분한 엄마가
"얘얘 지금 최서방이 다녀갔다? 꽃다발이랑 화분이랑 상품권에 빵까지 사서 주고 갔어 이게 웬일이니?"
이러는겁니다... 엥?
그러고보니 생각난 건
그저께 수요일, 회식 마치고 귀가한 신랑 왈
연차를 하도 안 써서 9개나 남았다고 목요일 하루 연차 쓰고 쉬겠다대요
그렇잖아도 너무 안 쉬어서 걱정하던터라 잘했다고 푹 쉬라 그랬어요
그리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신랑더러 집 청소 좀 해놓고 쉬라 그랬죠
그런데 알고보니
저 출근한 다음에 혼자 백화점에 가서 엄마 입으실 겨울 코트를 보다가
도저히 뭘 좋아하실지 감이 안 잡혀서 결국 상품권으로 대체하고
꽃다발에 화분에 엄마 휴식시간에 동료분들과 나눠드시라고 빵을 한아름 사서
엄마가 일하는 백화점으로 무작정 찾아간겁니다...
엄마가 연락 받고 놀라서 나가보니 저희 신랑이 뭘 잔뜩 들고 헤헤 웃으며 서 있더래요
주변에 동료분들이 다 부러워서 어머어머 연발해대고
엄만 놀랍고 기뻐서 눈물이 다 났다고,
그간 살갑지 않다고 서운해하기만 했는데 그게 너무 미안하기도 하셨대요
저는 너무 놀라서 바로 신랑에게 전화해서 뭔일이냐고 물었더니
휴가도 그럴려고 일부러 쓴거고 며칠전부터 미리 준비했던거라고..
그간 장인장모님이 잘해주셨는데 자기가 너무 못한 것 같아 죄송해서 준비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저도 너무 고맙더라고요. 시댁에 그만치는 못해드렸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이미 시어머님 생신은 지나서 내년 생신 잘 챙겨드리겠다 약속했어요
엄마는 벌써 회사에서 스타가 되서 이틀 연속 사위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고
집에 화분이랑 꽃다발 둔 거 사진 찍어 보내시고
아빠까지 신이 나서 신랑에게 전화해 정말 고맙다고 하시고
신랑도 자기가 한 행동에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시니까 흐뭇해하고
아무래도 제가 결혼을 좀 잘한 것 같아요... 그쵸?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