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호승의 시 두 편
게시물ID : lovestory_799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셉바라기
추천 : 10
조회수 : 10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21 14:24:02
물 위를 걸으며


물 속에 빠져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발이 빠지지 않는다

물 속에 빠져
한 마리 물고기의 시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무릎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물 위를 걸어가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물 속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출렁출렁 부지런히 물 위를 걸어가라
눈을 항상 먼 수평선에 두고
두려워하지 말고


-


그네


너도 그네를 타보면 알 거야
사랑을 위해 수평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그동안 네가 수평을 유지해본 적이 없어
한없이 슬펐다는 것을

오늘은 빈 그네를 힘껏 밀어보아라
그네가 결국 중심을 잡고
고요히 수평의 자세를 갖추지 않느냐
너도 너의 가난한 사랑을 위해
수평의 자세를 갖추기 위해 진실해라

너는 한때 좌우로 혹은 위아래로
흔들리지 않으면 그네가 아니라고
더 높이 떠올라 산을 넘어가야 한다고
마치 손이라도 놓을 듯 그네를 탔으나
결국 그네는 내려와 수평의 자세를 잡지 않더냐

사랑한다는 것은 늘 그네를 타는 일이므로
부디 그네에서 뛰어내리지는 마라
수평인 그대로 고요해라

-



사랑이란 아름답지만 잦은 기대와 실망에 서로의 마음을 지치게할 수도 있다고,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정말 곱게 풀어쓴 시인 것 같아요.
내가 더 사랑해서, 상대방이 내가 상대를 좋아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서
오늘도 마음고생하고 있을 연인들에게 힘이 되는 시였으면 좋겠어요.

Lady GaGa의 'Gypsy'라는 곡의 인상깊었던 가사도 떠오르더라고요.

 And then he asked me he said "baby why do we love each other?"
그리곤 그가 물었어 "자기, 우리가 왜 서로를 사랑하는 걸까?"
I said ' Honey It's simple It's the way that you love and treat your mother"
난 답했어 "여보, 간단해. 그건 당신이 어머님을 사랑하고 대하는 것과 같은 이치야."

오늘도 부지런히, 느긋하게 사랑합시다.






출처 정호승 시선집 '수선화에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