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묘사가 있습니다.
*성적이고 역겨운 묘사 역시 있습니다.
*경고 했슴다, 후회하지 마세요.
40.
처음 방아쇠를 당겼던 날을 기억한다. 손가락의 근육이 긴장하고, 무게를 싣는 순간 화약 냄새와 함께 반동을 느끼던 그 날을.
내 처음은 왕따를 당하던 초등학생으로 인질극을 벌이던 노숙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잡혀있던 여자아이는 다리 사이에서 피를 흘리고, 얼굴은 끔찍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지.
걔는 어떻게 죽었더라.
아, 목에 칼이 꽂혀 죽었지. 그래서 B경사는 이성을 잃은채로 총을 갈겼어.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더라?
맞아, 나도 총을 쏘았지. 범인의 몸에 정확히 세 발, 그렇게 쏘았어.
왜냐하면 그 자식은 벌 받아야 할 더러운 개자식이었으니까. 그래도 싼 새끼였으니까.
"흐흥, 역시, 총알은 없군?"
눈 앞의 또 다른 개자식이 콧노래를 불렀다. 거의 맞췄지만 정답은 아니다. 아직 한 발의 총알이 남았다.
작은 소년은 부들부들 떨었다.
0. 격리
"크워어어."
그것은 어쩌면 할로윈의 리얼한 이벤트 중 하나로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침을 질질 흘리며 타인을 향해 식욕을 느껴 달려드는 좀비로 분장한 사람의 연기였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애석하게도 진짜였다. 사람들은 모두 어설픈 가짜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실제 사람에게 달려들어 경동맥을 이빨로 끊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다.
서둘러 도망가던 사람들은 세워져있는 방벽에 망연자실하고, 뒤이어 따라온 사람들에게 깔려 죽었다.
10. 죽은 자들의 모임: 제약회사
"개-새,끼, 개, 새,끼, 개-,새-,끼-들-"
발작하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Ym-298의 말의 절반은 욕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이를 딱딱거리며 내뱉는 그 비명은, 유감스럽게도 이성따윈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저건 단지 삶의 메아리같은 소리였다. 살아있을 때 하던 행동을 반복하는 그런 메아리.
"그래서 공주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유치원 교사였던 YF-39는 손을 공중에 휘저으며 있지도 않은 동화를 398번째 읽는다. 동화 속의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지만 한낱 유치원 교사였던 저 여자는, 글쎄, 행복하게 죽었을까?
좀비사태는 끝났다. 죽지 않은 인간들과 구더기들과 온순한 좀비, 그리고 인간으로 담은 젓갈같은 것들만 잔뜩 길거리에 남겨두고.
1. 좀비는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재빠른 격리 덕에 흔한 좀비영화처럼 세기 말의 모습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좀비를 치료할 약같은 건 없었다. 훌륭한 과학자들이 알아냈기 때문이다.
좀비를 치료할 방법은 없다는 걸, 그리고 그들이 사람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전혀 없다는 걸.
물론 죽은 사람 역시,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2. 남은 자들의 세계
".....그렇게 내 유일한 가족인 엄마가 죽었어요. 흰 천으로 덮인 엄마는 차가웠지요. 나는 엄마를 껴안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너덜너덜한 목덜미가 아예 떨어져 나갈까봐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건조한 어투로 소년이 진술한다.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나 그는 죄를 저질렀다. 그에게는 단순한 복수행위였다지만 현행 법상으로는 유죄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스운 논쟁이 벌어졌다.
3. 소년의 죄는 무엇인가.
소년은 유죄이다. 그렇지만 그는 무슨 죄를 저질렀지?
누군가는 말했다.
그가 죽이고 고문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좀비요, 좀비는 사람이 아니고 시체이기 때문에 시체오욕죄를 적용해야 하오!
다른 누군가는 말했다.
그가 죽인 것은 엄연히 사람이오, 좀비라지만 한 때는 사람이었던 것이오. 만약 좀비를 죽이는 것이 살인죄가 아니라면, 치매 노인을 죽이는 것 역시 사체 오욕죄가 적용되야 하는 것 아니오? 좀비인 것을 감안해 감형할 순 있어도, 사체 오욕을 적용하면 안되오!
4. 좀비는 무엇인가
또 다른 누군가가 반박했다.
아니 어떻게 좀비와 치매노인을 같은 선상에 둔단 말이오. 치매는 최소한 전염되지는 않소.
또또 다른 누군가가 반박했다.
현재, 좀비바이러스 감염자들은 전부 정부 관리하에 등록, 관리되고 있습니다. 구속구도 충분히 채워지고 있구요. 전염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또또또, 누군가가 반박했다.......
그렇지만 만약에, 누군가가 풀어버린다면? 지난 달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이 가정에서 관리되던 좀비의 구속구를 풀고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감염되도록 하지 않았어요?
반박은 끊이질 않았다. 세상은 구경하고 소년은 침묵했다.
5. 그리고 소년들이 생겨났다.
가정으로 돌려보내진 좀비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좀비들은 훔쳐졌다가 며칠 후에 움직이지 않는 시체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범인들은 다양했다. 좀비에게 가족이 희생당한 자, 사회부적응자, 동물 학대 이력이 있는자, 돈 받고 좀비를 '처리해주는' 자.
그 중에서도 돈 받고 좀비를 처리해주는 자가 가장 많았다. 수요가 많았기에, 아예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한 때 자신의 가족이었음에도, 좀비를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날고기를 먹는 좀비에게 들어가는 식비를 감당하기 힘든 빈민층에서는 특히. 그래서 그들은 돈을 주고 자신의 가족을 죽여달라 부탁했다.
그 와중에 새로운 법안이 생겨났다.
6. 좀비 보호법
[좀비를 죽인 자는 사형, 무기,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단, 좀비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려는 정황이 있었을 경우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사실상 사형과 동급의 처벌을 받게 되었다. 법원은 좀비를 사람으로 인정해준 것이다.
"우리까지 죽으라는거냐!"
"산 사람은 살아야지!"
울분에 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그래봤자 그들의 목소리가 법관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좀비의 구속구 해제 및 유기, 토막난 시체가 발견되는 일이 잦아졌다.
7. 이 연구결과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영국의 어떤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좀비는 인간의 지성을 잃은 것과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 끝 없는 식욕을 느끼는 것 외의 큰 차이점은 없다고 한다. 반인불수의 사람들은 희망을 가졌다. 좀비의 신체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불치병에 걸린 이들도 희망을 가졌다. 좀비로 내 병을 낫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절망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보며 좀비 보호법을 만든 누군가는 웃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고통도 죽음도 절망도 아니다. 사람을 가장 쉽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바늘 구멍 사이로 비치는 희망이었다.
8. 사람을 위하는 신비제약
[우리는 사람을 위합니다!]
당당히 내민 슬로건에, 사람들은 처음에 저게 뭔소리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사람을 위합니다!]
곧이어, 사람들은 신비제약이 말한 '사람을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신비제약은, 좀비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9. 월급은 식비포함 300만원, 등록되지 않은 좀비의 영구고용은 5천 만원.
좀비들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좀비의 보호자나 가족들은 좀비의 대리자가 될 수 있다. 좀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과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심하며 제약회사와 계약을 했다. 이게 다, 모두를 위한거라고 생각하며.
10. 죽은 자들의 모임
"개-새,끼, 개, 새,끼, 개,-새-끼-들-"
발작하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Ym-298의 말의 절반은 욕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이를 딱딱거리며 내뱉는 그 비명은, 유감스럽게도 이성따윈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저건 단지 삶의 메아리같은 소리였다. 살아있을 때 하던 행동을 반복하는 그런 메아리.
"그래서 공주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유치원 교사였던 YF-39는 손을 공중에 휘저으며 있지도 않은 동화를 398번째 읽는다. 동화 속의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지만 한낱 유치원 교사였던 저 여자는, 글쎄, 행복하게 죽었을까?
좀비사태는 끝났다. 죽지 않은 인간들과 구더기들과 온순한 좀비, 그리고 인간으로 담은 젓갈같은 것들만 잔뜩 길거리에 남겨두고서.
좀비들은 이제 제약회사에 고용되었다. 그들은 사람으로 하기 어려웠던 임상실험을 받았다.
법에는 좀비의 살해를 금할 뿐 그 이하의 것은 제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약회사의 고용은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모두에게 이득이었다. 좀비들은 집에 민폐 끼치지 않아서 좋고, 가족들은 경제적 이득 및 과학적 업적을 이룩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서 좋고.
그러나 모두가 웃지는 못했다. 좀비에 가격이 매겨졌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유기되는 좀비와 토막난 시신이 발견되는 일이 줄었다.
대신, 통제되었다고 믿은 감염자의 수가 이상하게도 늘어났다.
11. 옛날의 도시전설
그 옛날의, 2000년대에 떠돌던 도시전설에는 인신매매에 대한 것이 많았다. 봉고차와 할머니, 그리고 수상한 음료수 같은 것에 대한, 있을 수는 있으나 모든 것이 신빙성있지는 않은, 그런 카더라.
20여 년 정도가 흐른 지금은 다른 도시전설이 그 자리를 꿰어찼다.
시신 매매.
12. 무엇이든 팝니다, 좀비도요!
돈이면 무엇이든지 거리낌 없이 해내는 이들이 있다. 이를테면, 돈을 받고 좀비를 처리해주던 사람들이라던지.
좀비 보호법이 생기고 돈 나올 구멍이 사라진 이들은 다른 돈 나올 구멍을 발견했다.
좀비 팔기.
제약회사 뿐만 아니라 개인의 욕구처리용으로도 좀비는 수요가 높았다. 문제 될 것이 있다면, 좀비는 정해진 수량이 있다는 것. 초기 감염자 5만 여명. 훔쳐 파는 것에도 구속구를 채운 이후로 불의의 사고를 제외하면 더 이상 좀비는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좀비를 얻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간단히 생각해냈다.
그러면 좀비를 만들면 되잖아?
13. 좀비를 만드는 법.
1) 좀비 하나를 빌립니다. 보호자에게 섭섭치 않게 어느 정도 돈은 챙겨주고요. 여차하면 그냥 훔쳐오세요.
2) 좀비에게서 주사기로 체액을 체취합니다. 한 5리터쯤? 괜찮아요, 좀비는 좀비니까 그래도 죽지 않아요. 뭐, 죽으면 죽는대로 '처리'하면 되니까.
3) 좀비를 돌려줍니다.
4) 길거리에서 타겟을 정합니다. 가장 좋은 건 가임기의 젊은 여자, 브리딩을 할 수 있거든요. 신생아 좀비도 은근 수요가 있어요. 생명공학 쪽에서요. 다음은 젊은 남자, 표준적으로 사용되는 인체랍니다.
5) 타겟의 행동범위, 인간관계, 습관, 이름 정도 조사합니다.
6) 날을 정하고 타겟을 따라가 이름을 부르며 아는 사람인척 하며 납치.
7) 구속구를 채우고, 체취해두었던 좀비의 체액을 주입합니다. 날뛰면 빠따로 뒷머리를 갈깁니다.
8) 좀비 완성.
15. 개자식들
"김형, 좀 괜찮습니까?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너나 신경 써, 도깨비. 명탐정이면 추리를 해보라고. 대한 민국의 위~대한 견찰께서, 좀 이것 좀 해결해보라고."
조직적으로 인간을 팔아재끼는 개자식들은, 어떻게 조져야 정신을 차릴까?
14. 제보
추운 바람이 불던 날, 오랫동안 빨아입지 못한 듯한 옷을 입은 가출 청소년이 들어왔다. 이름은 팽지은, 나이는 17. 팽지은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손을 꼼지락대고, 신발 끝으로 바닥을 툭툭 치다가 눈을 여기저기 굴렸다. 이를 딱딱 부딪히며 온 몸을 떨었다. 도가휘가 보다못해 코코아와 담요를 내주었다.
"고마워요."
어눌하게 감사를 표하며 팽지은은 멍하니 코코아가 담긴 머그잔에 손을 녹였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팽지은은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갔다.
"그, 그, 제가 얼마 전 가출을 했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 단순한 가출 청소년인 줄로만 알았지. 충격적이고 역겨운 도시전설이 설마 사실로 다가올 줄은 전혀 몰랐다.
16. 특종거리
"어머, 방금 그거, 사실?"
기사거리를 위해 무엇이든 하는 여자, 오진희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언제부터 들은걸까, 등이 서늘해졌다.
"비밀로 하세요."
"...특종이네요?"
오진희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었다.
17. 단독 취재 : 좀비 매매!
오진희는 팽지은을 꼬드겨 약간의 돈을 주고 인터뷰를 했다. 신원보호는 확실히 하겠다는 설득을 통해 간신히 이룬 결과였다.
팽 모양(17) : 오빠들이, 폰 주면서 만남 어플로 남자들을 불러내게 했어요....
그래, 오진희는 신원보호를 확실히 해줬다. 아주 확실히 해줘서, 담당 형사가 누군지 세상에 아주 다 까발려졌다. 덤으로, 다음 날 특종거리였던 17살의 팽 모양은 실종되기까지 했다.
18. 여보 나 왔어.
오랜만에 집에 들어가자 온 몸이 빨간 아내가 나를 맞아주었다. 검붉게 칠해진 거실 가운데 피 속에 엎어진 아내는 아무런 대답도 없는 채로 차갑게 식어있었다.
수 많은 살인현장을 봤지만 이처럼 끔찍한 현장은 없었다.
19. 잘 가, 내 사랑.
생전 아내의 뜻에 따라 화장을 해주었다. 작은 유골단지 위로 눈물이 계속 떨어졌다. 무엇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경찰이 되었는데, 가장 소중한 너는 왜 지키지 못했을까.
20. 특종을 잡아라.
오진희가 넘어올 만한 이야기야 뻔하다, 그년은 늘 사건만 찾아다녔으니까.
-기자님, 좀 도와주세요... 경찰은 못 믿겠어요, 그놈들도 짜고 치는 게 분명해요.....팽 모양이 사라졌어요.
공중전화로 적당히 겁먹은 목소리를 내며 부패경찰에 대한 상담을 하자 오진희는 흥분한 어조로 약속을 잡았다.
암요, 도와드려야죠. 그것이 우리 언론이 할 일인데.
염병.
21. 살인자?
카메라 맨 한 명을 대동하고 나왔다. 당당하게도. 공포탄을 갈겨 카메라 맨은 쫓아냈다.
"안녕, 개년아."
오진희는 처음으로 겁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친히 정의를 구현해줬다. 오진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내 아내처럼 빨간 모습이 되었다. 배가 갈리고, 대장이 조금씩 내 손에 말리자 몸을 뒤틀며 내지르는 비명이 시끄러워 다시 대장을 넣어주었다. 물론 배가 아닌 그 천박한 입으로.
그러게, 착하게 살았어야지.
22. 증거 인멸
완벽할 필요는 없다. 대충 신경쓰이는 것만 처리하면 된다.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다. 아무리 내가 증거를 인멸해도 도가휘, 그 도깨비 자식이라면 얼마 가지 않아, 날 찾아내겠지.
23. 따까리 조지기.
팽지은이 말했던 인물, 활동 범위에 대한 것들. 조금씩 아래에서부터 조져서 올라가면 돼. 그러면 위의 개자식들, 내 아내를 죽인 개자식들도 나오겠지.
처음은 따까리부터다.
24. 증인 인멸
"그래서, 그게 다다?"
인간은 고통 앞에서 진실해진다. 자신이 고통을 겪어도 거짓을 말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고통에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와중에 짜임새 있는 거짓을 지어낼 수 있을리 없지 않나. 그래서 놈은 송곳 한 번에 술술 뱉어내고 두 번에 울고불며 콧물까지 질질 짰다. 그리고 세 번째에는.
"우리 개-새,끼, 오줌도 지렸구나?"
노란 물이 신발 밑창에 닿자 웃기지 않음에도 낄낄 웃음이 나왔다.
"아, 신발 더러워졌잖아."
다시 네 번째로 송곳을 돌리자 용서해달라며 빌었다. 용서를 해줄까, 말까......
"닦아."
혼란스러운 표정. 친절히 설명해주기로 한다. 신발을 입 앞으로 가져다댔다. 두려운 표정으로 놈은 혀를 내밀었다.
"더럽게, 어디서."
혀가 닿기가 무섭게 뺨을 후려 갈겼다.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살점이 허물어진 입 안에서 누런 치아가 줄줄 흘렀다. 소금물을 끼얹자, 그래도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보니, 우리 개,새,끼. 귀여운 짓을 했더라? 가출한 여학생들 꼬드겨서 성매매? 으휴, 죶질 좋아하나봐?"
25. 멍멍이와 소세지
야한 동영상처럼, 물렸다.
"이빨은 쓰지 말고, 정성껏 빨아."
자기 소시지를 먹는 중성화된 개,새1끼라니, 참으로 웃기지 않은가.
찰칵. 카메라 소리 요란했다.
"말하면, 인터넷에 모자이크 없이 실컷 돌아다닐 줄 알아. 지 좆 빠는 새끼라니, 레어할 것 같지 않아?"
26.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놈들의 아지트. 총 50여명의 인간을 팔아먹은 놈들는 늘 불안하게 산다. 마지막 공포탄 하나를 놈들 사이에 쏴주니, 뭐. 대단했다. 경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목적으로 3D프린터로 인쇄한 총은, 내부의 적을 쏠 총이 될 수도 있다.
총을 들고 경계하는 혼란 틈으로 자루에 든 무언가를 굴렸다.
데굴데굴데굴.......
어린 아이의 목이 구르다가 누군가의 발에 닿아 멈췄다.
아아아아악!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머리는, 자신의 아이의 것이였으니까.
27. 무차별 총격
총을 들고 사방을 경계하는 와중에, 누군가 총을 맞으면 어떻게 되는가? 당연히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경계하게 되지. 세 명의 다리를 신중하게 겨누고 날려버리자 서로를 향해 총알이 날아다녔다. 개자식들이 서로 의심하다 고깃덩이가 되는 모습은 참으로 재미있었다.
28. 꼬리 쫓기
침착한 누군가가 말리다가 총에 맞았다. 흥분한 총 앞에 똑똑한 새끼 없다더니. 더 침착한 누군가는 어디론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분명 대가리를 향해 가는 거겠지.
29. 도가휘 형사
문자를 보냈다.
[도깨비, 난 지금 놈들 아지트다. 오진희 내가 죽였고, 박준현도 내가 그 지랄한거다. Gps로 찾아서 와봐.]
바로 답장이 왔다.
[김형, 이러지 마세요. 법이 왜 있습니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런, 그는 이미 내가 정의구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핸드폰 배터리를 분리해서 던져버렸다.
30. 늦었다
늦지 않았다는 게 뭐지? 뭐에 늦지 않은거지?
팽지은을 구할 기회에도 늦었고,
오진희를 막을 기회에도 늦었고,
아내를 살릴 기회에도 늦어버렸는데.
더 늦지 않을게 남아있기는 해?
31. 가장 깊은 곳.
안쪽을 향해 기어들어갔다. 다행히도 내가 미행하는 건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32. 머리 날아간다~
"잡았다....!"
바로 뒤였다! 목에 줄이 감겼다. 질식하도록 꽉 죄이는 목에 컥컥대다 총을 떨어뜨릴 뻔 했다.
탕!
발등을 노리고 한 발 쏘아보지만, 빗나갔다. 그러나 한 발의 소리에 놀랐는지 놈은 손에 힘을 풀었다. 다시 한 번 총구가 불을 내뿜자, 다음 탄환은 제대로 명중했다.
악!
발등에서 울컥울컥 솟아오르는 피. 다음은 머리야.
탕!
뇌수의 파편이 튀었다.
끼익-
복도 한 켠의 문이 열렸다. 함정 같기도 했지만, 남은 문은 저것 하나밖에 없었다.
33. 방으로 들어갔다.
피비린내가 코를 괴롭혔다. 적응된 냄새였지만 그럼에도 괴로웠다. 방 안에는 묶여서 매달린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단 두 명 뿐이었다.
구속구에 포박된 10살 쯤으로 보이는 어린 남자아이와 가면을 쓴 채, 고급 책상에 앉아 이쪽을 보고 있는 개자식.
등 뒤로 문이 닫혔다.
34. 찰칵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오히려 원하는 바였다.
35. 가면의 개자식
"워, 워. 진정해. 그러면 저 남자애라도 구할 수 있으니까."
변조된 기계음 같은 목소리가 놀리듯 말했다.
36. 일단 남자애의 상태를 보기로 했다.
뺨을 툭툭 건드리자 눈을 파르르 떨더니 눈을 확 떴다. 저 너머를 보는 듯한 눈동자는 텅 빈 상태였다.
"아빠, 왜 이제 왔어요? 아빠, 왜 이제 왔어요? 아빠, 왜 이 왔어요? 아빠 왜 이제, 이제, 이제. 보고 싶었. 아빠, 왜 이제 왔어요?"
"좀비 상태지만 말이야. 하하하하하!"
37. 참으로 자비로우신 개자식
"그러고보니 총을 쓰질 않는군? 총알 다 쓴 모양이야? 안타깝군. 남아있다면 선택지를 주려고 했는데."
"무슨 선택지?"
"잠긴 문을 부수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너 혼자 갈 것인지, 나는 비밀 통로로 빠져나가고 넌 여기 남아 그 남자아이를 구할 것인지, 아니면 그 총을 나에게 갈기고 너나 아이나 벌집이 되어 뒈져가든지."
38. 그러나 아랫놈은 없다.
"아랫놈들, 없지?"
"아, 들켰나? 그래, 허세다."
39. 철컥.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한 때는 이것조차 무서웠지. 그렇지만 지금은?
40. 살인자
처음 방아쇠를 당겼던 날을 기억한다. 손가락의 근육이 긴장하고, 무게를 싣는 순간 화약 냄새와 함께 반동을 느끼던 그 날을.
내 처음은 왕따를 당하던 초등학생으로 인질극을 벌이던 노숙자였던 걸로 기억한다. 잡혀있던 여자아이는 다리 사이에서 피를 흘리고, 얼굴은 끔찍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지.
걔는 어떻게 죽었더라.
아, 목에 칼이 꽂혀 죽었지. 그래서 B경사는 이성을 잃은채로 총을 갈겼어.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더라?
맞아, 나도 총을 쏘았지. 범인의 몸에 정확히 세 발, 그렇게 쏘았어.
왜냐하면 그 자식은 벌 받아야 할 더러운 개자식이었으니까. 그래도 싼 새끼였으니까.
나는 소년의 작은 몸을 안았다. 좀비였지만 따뜻했다.
"아빠, 아빠. 왜 이제...?"
흔히들 말하는 좀비에 대해 많은 가설들을 세우지만, 나는 좀비가 반복하는 말이, 인간으로서 마지막으로 내뱉고 싶었던 언어였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아이는 아버지를 기다렸겠지. 인간에서 좀비로 변하면서도 아버지가 구해주기를 기다렸겠지. 나는 기꺼이 소년의 아버지가 되어주기로 한다.
"그래, 이제와서 미안해, 이제 와서 미안해. 이제부턴 내가 지켜줄게. 안심하렴."
반쯤은 자신에게 하는 소리였다.
"흐흥, 역시, 총알은 없군?"
눈 앞의 또 다른 개자식이 콧노래를 불렀다. 거의 맞췄지만 정답은 아니다. 아직 한 발의 총알이 남았다.
철컥, 탕.
작은 소년은 부들부들 떨었다.
머리가 날아가면 몸이 경련한다고 하지.
그래,
난 마지막 총알로 소년의 머리를 날렸다.
41. 빈 총.
총알은 없다. 가면을 쓴 이는 광소했다.
"아하하하, 생각도 못했어."
42. 그러나 총은 버리지 않는다.
나도 같이 웃으려다가 참았다. 입가와 눈가에 바르르 잔 경련이 일었다.
43. 개자식
걸음을 내딛었다. 자가 있다면 내가 얼마나 처음 위치에서부터 직선으로 곧게 저 개자식에게 다가가는지 알 수 있을텐데.
44. 이유
빈 총이어도 재질이 재질인지라 무게감이 상당하다. 나는 그것을 손에 쥐고 무감각하게 휘둘렀다. 가면의 인물은 인형처럼 바닥으로 내팽겨쳐졌다. 의자 아래로는, 다리가 없었다.
과연, 도망가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구만.
45. 정의 구현
퍽.
고기를 내리치는 소리.
퍽.
고기 다지기용 망치로 새빨간 고기를 다질 때 이런 소리가 났던가.
퍽.
참 맑은 소리야, 그렇지 않아?
퍽.
읍.
퍽.
으읍!
퍽.
퍽.
퍽.
급소를 피해 고통이 극대화대는 부분을 내리치고, 다시 내리쳤다. 개미집에 물을 들이붓는 아이처럼 정신 없이 신나게 고기를 다졌다.
정신을 차렸을 땐, 총과 손에는 끈적한 살점이 가득 들러붙어있었다.
46. 면상이나 보자.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허무한 마음에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낄낄거리며 가면을 들추었다. 내 마누라 죽인 새끼는, 어떻게 생겼나~
가면 밑의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다. 감자처럼 울퉁불퉁해진 얼굴은 꽤나 징그러웠다. 내가 만들었지만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렇지만 재갈이 물려 있던 것 만큼이나 놀랍지는 않았다.
47. 정의 구현.....?
목에는 소형 스피커가 달려있었다. 그러고보니, 팰 때도, 신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말할 때도, 기계적인 변조음이.....!
나는, 누구에게 정의 구현을 한 거지?
나,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48. 너무 늦었다.
도가휘는, 문을 열고, 주저 앉은 나를 보았다. 그래, 가휘야. 내가 너무 늦었다.
인간성을 지킬 기회에도, 난 늦어버렸다.
49. 팽지은은 죽었다.
가면을 쓰고 묶여있던 팽지은은 내가 죽였다.
소년도 죽었다.
내가 죽였다.
판사는 망치를 땅땅 내리쳤다. 나는 감흥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50. 정의 구현
재판장을 나오자,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커억..!"
누군가는 그 틈으로 칼도 밀어넣은 모양이었다. 찔린 복부가, 미친듯이 뜨거웠다.
누굴까? 오진희의 형제? 박준현의 애인? 그것도 아니면 팽지은의 부모?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훌륭한 정의 구현이로구만.
자조적으로 낄낄거렸다. 흐릿해지는 시야로, 정의를 구현하고 도망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