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갈대밭으로 향했습니다.
가을엔 역시나 갈대만큼 매력적인 것이 또 없겠지요.
여기저기 들쑤시며 돌아보지만 마음에 내키는 곳이 없습니다.
한시간 여를 돌아다니다 여기에 짐을 풀기로 합니다.
짧은 대를 꺼내고 몇 가닥 부들을 걷어내니 적당히 포인트에 찌를 내릴 수 있겠더군요.
부들밭에 자리한 찌톱을 찾아 내는 건 '숨은 그림 찾기' 놀이와 진배 없습니다.
낚시를 하면서도 혼자 깜짝 놀라곤 하지요, 사라진(?) 찌를 찾느라. ㅎㅎㅎ
채비를 대략 끝내고 이 작은 방죽을 살짝 돌아봅니다.
가을이 내려 앉았습니다, 이 들판에도....
갈대와 부들이 어우러진 멋진 곳입니다.
꽤나 많은 조사분들이 있을만한 자리인데도 혼자 낚시 준비를 하고 있다는게 조금은 이상하기도 합니다.
혹시 혹독했던 지난 여름을 견디지 못하고 이곳도 바짝 말라 버렸던게 아닐지...
이제 어둠이 내리고,
황금빛 갈대밭은 또다른 느낌의 옷으로 갈아입은 채 꾼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아마도 보름 부근인듯 휘엉청 떠오른 달은 이 작은 방죽을 뒤덮기 충분합니다.
랜턴이 없어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밤낚시를 만들어 주더니 가득 메운 구름 뒤에서도 그 밝음을 잃어 버리지 않더군요.
오랜만에 물가에서 밤을 꼬박 지샜습니다.
지형상 밤낚시에 그리 기대를 걸 곳은 아니겠지만 워낙 좋은 분위기에 취해 피곤한 줄 모르고 찌를 바라보며 새벽을 맞았군요.
작은 붕어 몇 수를 끝으로 아침 낚시를 조금 더 즐기다 자리를 정리하고 여유로운 귀가길에 오릅니다.
참 좋은 가을밤의 낚시였습니다.
조과는 그리 바랄 것도 없는 풍성한 낚시가 되었군요.
사실 이번 낚시는 올해 한번도 낚싯길에 오르지 못한 분이 함께 할 수 있겠냐해서, 조금은 무리한 일정을 잡았습니다.
혼자 할 낚시가 아니어서 자리 잡는데 더 신경을 쓰게 되고,
늦게 도착할 그분을 위해 내심 마음에 들었던 부들밭을 미리 다듬어 두었다 내어드렸든데,
이렇게 훌륭한 조과로 답례를 주셨네요.
더욱 풍성한 가을 낚시를 맞게 해 주신 동행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어제의 비로 기온이 많이 떨어질 거란 예보가 있더군요.
서둘러 가을을 맞으러, 즐기러 나서야겠습니다.
모든 분들의 풍요와 여유로운 낚시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