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귀찮다 싶은건 전부 무시 때려버리는 지금 정권이 가장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역대 어느 정권 할 것 없이..박정희 전두환 때도 북한과 뒤로는 핫라인 가동해서 의제 조율하고 특사 파견해서 각 지도자의 의견도 서로 전달하고 그래왔습니다.
전두환이 김일성에게 친서를 보냈던거야 워낙 유명한 일화고,
박정희 정권때는 중정부장 이후락 같은 사람들을 위시로 수많은 비밀접촉이 있어왔고(김일성은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황태성이라는 사람을 밀사로 내려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로써 나온게 7.4 남북 공동성명 입니다. (이후락이 김일성을 접촉할 때 만약을 대비해서 청산가리를 준비해갔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죠.)
불과 몇년 전에 김신조 일당이 박정희 모가지 따러 청와대 코앞까지 왔었음에도 불구하고 뒤로는 또 그렇게 꽁냥꽁냥 거리고 있었던 겁니다.(지금 이 정권 같으면 그 날부로 모든 연락선을 다 차단했었을 겁니다. 지금처럼...)
공교롭게도 그 7.4 남북공동성명이 있고 난 뒤 남한은 유신정권이 들어섰고 북한은 사회주의헌법에 따라 김일성의 유일독재 철권통치가 시작됩니다.
더욱 더 공교로운건 우연인지 아닌지...유신헌법과 사회주의헌법의 제정일자가 1972년 12월 27일로 일치합니다. (이미 이후락이 사전에 북측부수상에게 유신쿠데타에 대한 계획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미 국무부 보고서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물며 MB 정권때도 정상회담 하자고 중국에서 북측 인사한테 돈봉투 찔러주다가 공개망신 당한 적도 있을만큼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최소한의 연락선은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문민정부 말기에는 청와대도 아닌 여당 대선캠프 인사가 선거 앞두고 북측이 판문점에서 총질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주문을 넣기도 했었습니다.(일명 총풍사건)
정권 차원도 아니고 여당의 선거캠프조차 북측과 라인이 있었던 겁니다.(여기에는 청와대 행정관도 개입됐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기억이 확실치는 않네요. 그렇다고 해도 불과 몇 년 전에 서울불바다 발언이나 북핵위기 등으로 제 2의 한국전쟁 위기까지 갔던 상황을 상기해보면..지금 정권 기준으로는 도저히 엄두가...ㄷㄷㄷ)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경우는 대북정책기조 특성상 대외적으로 대놓고 제스처를 취했고, 그만큼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남북 우호관계가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단편적으로...지금 대통령 하고 계시는 양반께서 김정일을 독대하고 와도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사실...이 정권이라고 전혀 그런 라인이 가동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례로 인천 아시안 게임 폐막식 때 북측 실세 셋이 방문해서 한정식 먹고 갔던 장면 기억하실 겁니다.
심지어는 DMZ에서 목함지뢰가 폭발한 다음날부터 닷새동안 통일부는 매일아침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이건 이 정권의 정치력이 얼마나 쓰레기 수준인지 알게해주는 일화이기도 한데...국방부 측에서 북한의 도발인 것 같다고 직보를 했음에도 지뢰가 터진 다음날 통일부는 대화하자고 프로포즈하고 대통령은 경원선 남측구간 기공식에 참석해서 남북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냥 제가 기억하는 단편적인 사례만 나열해봐도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어떻게든 남북의 대화창구는 유지해 왔었습니다. 저 포함 요즘 세대는 감히 엄두도 안 날 만큼 반공 이데올로기가 팽배해 있던 시절에도 대화를 위한 물꼬는 트여 있었고 또 그걸 정권 입맛에 맞게 잘 이용해 왔습니다.
그 루트를 이용하는 방법이야 각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에 따라 차이가 있었을 뿐인거죠.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지금 이 정권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일 겁니다. 지금 이 정권의 행태를 지켜보고 지지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이해가 안 될 겁니다.
제가 알기로는 지금은 개성공단이 폐쇄됨으로써 민간차원의 대화채널마저 모두 차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체 어디서 자꾸 그런 보고를 올리는지는 모르겠는데 대통령은 북한 붕괴론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것 같고 더욱더 가열차게 제재를 주장합니다. 그럴수록 대화채널은 열릴리가 만무하겠죠.
이미 미국 쪽에서는 대북제재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고 다른 방법에 대해서도 한번쯤 고민을 해봐야 된다는 얘기도 나오는 판국에...아몰랑~싫어! 안 할거야!....한 번 꽂히면 후진은 절대 없는게 이 정권의 철학이죠.
대북정책 뿐만 아니라 국정운영 전반을 보면 일관되게 관찰되는 통치 프로세스...마음에 안 들면 그냥 다 무시 때려버리고 쳐다도 안 보기.가 발휘되고 있는겁니다.
그런 연장선에서 이번 건을 들여다보면 당연히 납득이 안 되겠지요.
왜 북한과 접촉을 했대? 북한은 상종도 못 할 것들(사실은 귀찮은...ㅡ.ㅡ)인데 통보까지 했다고? 거 참 누가 빨갱이 아니랄까봐 ㅉㅉ
지금까지 나온 기사들을 추려보면....당시에 이미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기권에 대한 의견이 우세했고 그래서 그런 쪽으로 결론을 짓고 추후에 북측에 통보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안보실장, 문재인 비서실장(이상 당시 직함), 김경수의원은 이 주장에 일치하고 있습니다.
근데 유독 송민순 장관만이 사전에 북쪽에 접촉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여당에서는 이때다 싶어서 이 부분을 파고 들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언론보도를 통해 기결정 한 것을 단지 통보했을 뿐이다...라는 쪽으로 송민순 장관을 제외한 다수의 의견이 일치하게 나오자 이제는..그래도 알려준게 잘못이라며 몰아가려 합니다.
제가 앞서도 계속 얘기 했지만...이 정권에 빌붙어 기생하는 사람들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갈겁니다. 당시에는 10월에 정상회담이 있었고 12월까지도 총리, 장관급 회담이 이어졌을만큼 대화채널이 열려 있었습니다. 당시의 시대상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채 지금 시각으로 쳐다보니까 당연히 이해가 안 가겠죠. 단순히....그러니까 왜 북쪽에 얘기해줬냐니까? 라고요.
역대 그 어느 정권도 정말 최소한의 남북대화채널은 유지를 해왔었는데 지금 정권에게 있어서 북한은 단순히 마냥 귀찮은 존재일 뿐인가 봅니다. 북한과 대화를 하려면 여러모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거고 정치력이 바닥인게 대번에 뽀록날테니 그냥 무시하고 접어두는게 속편하다고 생각하는건 아닌가 싶습니다.
굳이 애써 비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부친의 정치력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가고 있는 이 정권의 모습이야 말로 비정상적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비정상의 정상화가 결국 이런 뜻이었나 봅니다. 비정상적인걸 올바르게 정상화 한다는게 아니라 비정상적인게 자기들 눈에만 정상적으로 보이면 그게 결국 기준이 되는 세상...
(사족...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의 익명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레임덕이 심화되는 시점이었고 어맹뿌의 당선은 기정사실화 되는 시점이었던지라....송민순 장관의 현 정권(참여정부)과 거리두기가 당시 서별관 회의에서 제대로 터졌고 그게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