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이 권위있는 문학상이라는 전제를 깔아두고 쓴 글입니다.
노벨문학상 권위에 도전하시는 분들께는 의미 없는 내용. 편의상 반말 섞임.
먼저 상은 "이게 가장 좋다"고 정하는 거임. 예술에 높낮이가 어딧어여? 어떻게 1등2등 매기져?
근데 1등2등 매기는 게 아니라, 상을 주는 단체가 생각했을 때 "가장 바람직한 작품"한테 주는 거에여.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작품한테 주는 거져.
그래서 상을 주는 주체마다 대상작의 색채가 달라지는 거져.
이승만 문학상 같은 거 생각해보세영. 니가가라하와이!
다윈상 보세여. "이렇게 살면 병쉰같단다ㅎㅎ"하잖아여.
다윈상 수상한 거 보면서 "나는 이렇게 죽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한 적 있지 않으세요? 모르시면 검색 ㄱㄱ
상은 권위의 대결이고, 권위 잇는 단체가 앞으로 이 바닥이 어디로 나아갈지에 대한 지시를 내리는 거에여.
"너네들, 앞으로 얘처럼 하렴 ㅎㅎ"하고요.
직접적으로 대놓고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걔네들이 가지고 있는 권위가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게 만들거에여.
자, 저 멋진 상패, 대단한 시상식, 위대한 이름, 어마어마한 상금을 보렴. 가지고 싶지?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에 연연하는 거고요. 하다못해 기네스에다가 이름 넣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들도 잇잖아여?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노벨상이 권이있는 상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하면, 이번 수상은 큰 의미가 잇어영.
1. 밥 딜런의 수상은 기존의 활자 문학이 끝날 것이라는 상징적 사건.
활자 문학은 '언어로 쓰여진 문학', 딱히 활판에 안 써져도 일단 그렇게 부를게요. 학술용어아님. 방금정의해봄.
2. 예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분화, 발전해옴.
수용기관이 다르므로 발전 방식도 다름.
예술은 세상의 모습을 모방한 것에서부터 시작.
음악은 소리를, 영화, 사진, 그림은 현실의 장면을 다양한 도구로 모방한 것.
활자 문학은 현실을 언어(활자)를 통해 모방함.
3. 시와 음악이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건 지금으로부터 몇 백년 전 낭만주의 시절..
그 이후 서로 가끔 마주치기도 했지만 제 갈 길을 가왔다.
음악은 음악대로 발전했고, 시(활자문학)는 시대로 발전했음..
음악의 이론이랑 시의 이론이, 음악의 방식과 시의 방식이, 음악의 연구와 시의 연구가,
서로가 아예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왔는데, 그걸 왜 함부로 하나라고 퉁쳐요... 다른걸...
4. 그러고보니 한림원은 고대 그리스를 운운하고 있다.
5. 활자 문학은 독자적인 언어 예술활동으로 자기만의 이론과 방향을 잡아옴.
물론 철학이나 인문학, 사회현상 등등 하고 교류하면서요.
새 철학 사조가 나왔다는데 이걸 문학적으로 어떻게 수용할까, 이런 구조적인 시도는 어떨까,
나는 이 언어를 극한으로 아름답게 수사해보겠어 등등..
그 시기만 몇백년이죠.
그런데 지금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이 활자 문학이 걸어온 것보다 다른 것을 선택함.
물론 밥딜런은 뛰어난 시인입니다 받을 수도 있져. 노벨평화상 같은 거로.
뛰어난 시인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밥 딜런이 활자문학의 대가들이랑 겨루는 거 자체가 몹시도 다른 대가들에게 부당한 일이라는 거...
종목이 다른데... 아니, 다른 줄 알았는데...
6. 정과리 교수는 "문학의 선을 어디까지 긋는가의 문제에서 노벨상위원회는 이번에 혁신을 택한 것"이라고 말함.
요는 문학의 범주를 넓게 잡은 것.
서양회화도 만화도 모두 같은 그림인것이죠!
클래식도 락도 같은 음악인 것이죠!
음악은 맞는데 그동안 락 음악에만 상 준 권위잇는 락 음악상이 클래식한테 상을 줫다거나,
서양회화만 이야기하던, 서양회화의 가장 권위잇는 상이 웹툰한테 상을 준다거나...
이변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는 일이죠.
7. 그런데 문학이 활자 문학이 아니라 언어를 사용하는 예술 전체가 되면 활자 문학의 자리는 없음.
8. 물론 활자 문학은 여전히 대부분의 창작물의 좋은 보조품이 될 것.
왜냐하면 영화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에서 나오고, 웹툰에는 대사가 들어가고, 노래에는 가사가 쓰일 테니까.
9. 그러나 시나리오에 대체 아름다운 수사가 무슨 소용이며,
웹툰 대사, 나래이션, 독백에 뛰어난 언어적 감각의 묘사 능력이 무슨 소용이며,
노래에서 강인한 서사가 무슨 소용인가?
이제까지 활자 문학이 해왔던 지점들 중 상당수는 역사의 뒤안길로 갈 것임.
핵심적인 부분(말이 좋아 핵심적인 부분이지 사지가 다 잘려나간 몸뚱이)만이 나머지 창작물들의 보조품으로 활용될 것.
10. 활자 문학이 없어질 것처럼 이야기 하네? 라는데, 없어지는 건 숙명 같은 거. 없어지진 않더라도 더 약해질 것.
11. 활자 문학의 좋은 점에 대해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만, 나쁜 점에 대해 말하자면 너무 느리다는 끔찍한 단점을 지님.
또 소통에 별로 좋지도 않음.
12. 일단 언어가 다르면 애초에 소통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래? 웹툰? 영화? 일단 달라도 다 됨. 왜냐하면 언어만이 오롯이 쓰인 게 아니니까.
언어는 어디까지나 음악을 보조하고, 그림을 보조하고, 영상을 보조하고 있을 뿐.
근데 활자 문학은 안됨. 검은 건 글씨요, 흰 건 종이라.
13. 그리고 너무 느림. 이게 제일 중요함. 그래서 요즘 대중소설들은 극복을 위해,
예를 들어 웹소설은 다른 쟁쟁한 친구들과 경쟁하기위해 언어적 기교 안 부림.
묘사도 거의 안함. 하더라도 독창적일 필요 없음. 언어적인 노력 안 해도 됨.
그냥 행동지시만 함. 사유도 안함. 아무튼 그래야 서사를 좀 빠르게 읽을 수 있음.
기존에 묘사를 하고 사유하던 자리에 그림 한 장 더 넣고 음악 하나 더 넣음.
14. 자본화, 세계화, 블라블라.
다양한 세계의 변동으로 인해 활자 문학의 장점은 퇴색한 반면 단점은 티가 너무 나는 시대가 됨.
15. 당연히 아직 장점 있고 바로 죽을 거라고 안함.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좀 오래 걸릴 거라고 여겼음
16. 근데 노벨상 애들이 제일 권위있는 문학상을 밥 딜런한테 줬네?
17. 어디 신문사는 literature의 어원은 원래 쓰는 행위랍니다 ^^ 그니까 문제 없음 ^^ 이러는데, 뭐 어원 따지고 있나.
노벨이 살아있을 때 리터래쳐가 문학 외로 쓰였겠나. 아니, 설령 쓰였다고 하더라도 왜 지금인데?
18. 왜 진즉에 안 주고 지금인데? 98년도부터 기회가 있었네.
19. 노벨문학상은 활자문학의 것이라고 여겨졌고(처칠한테 주긴 했었져 뿌우 근데 그 이후로는 잘 줘왓음),
올해 후보들만 존나 그 분야의 대가들인데....
20. 밥 딜런한테 줬어!
21. 왜 활자 문학 죽을 것처럼 이야기하시죠. 장점이 있으면 분명 남아있을 거에요.
22. 죽어요. 아니 설령 안 죽더라도 위태로운 시절을 맞을텐데
23. 세계 제일 권위의 '문학상'인 노벨상이 그러면 안됏어영..
24. 활자문학이 다 뒤지고 뒤져도 얘네는 활자문학한테 '너넨 너네의 가치가 잇어! 엄지척!' 해줫어야함
25. 근데 안함.오히려 '자, 이제 얘네들은 퇴물인 것입니다잉?'하고 인증해줌.
26. 아마 노벨문학상은 내년부터 뭔일이 있었냐는 듯 활자문학한 애한테 상을 줄 것이고 이 일은 잊혀질 거고...
27. .....활자문학은 뒤지려면 아주 오랜 세월이 남앗음
28. 그러나 먼 미래 이 사건은 활자문학 뒤짐의 상직적 사건처럼 여겨질 것.이라는 뇌피셜
29. 그리고 나중에 노벨문학상은 영화감독, 가수, 게임제작자 등이 받아갈 것.
언어 예술 활동의 일환으로.
30. 마치 활자문학이 아예 없어지거나 다른 예술의 시종이 될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복합되어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지 않나요?
31. 그랫으면 좋겠는데, 인간 세상이 조화로웟던 적이 별로 없네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소원이 없겟음.
32. 물론 한국은 이 흥망성쇄의 흐름에 애초에 해당 안됨. 제국언어 쓰세요, 제국언어. 어디서 제3세계 문학이!
33. 수상 이후 반응은 크게 네 가지인듯
1) 노벨상? 그거 병쉰이야. 아마 심사한 사람 중에 밥딜런 팬이 있었던듯 ㅉㅉ (권위를 믿지 않음)
2) 노벨상? 권위는 있지만 국제적 역학관계의 영향을 너무 받아... 미국 하나 주려고 하는 거겠지 (다른 방식의 권위 부정)
3) 노래는 원래 문학이었는데, 뭐가 문제임?
(노래의 주가 문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or 노래가 음악과 문학의 조화로운 합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4) 음악과 문학은 다른 거였지만, 이번에 문학이 외연 확장 시도한다 - 문학 망했다
- 문학 흥했다
이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임다. 저는 4번 - 문학 망햇다 루트의 생각을 하고 잇어여.
상대적으로 음악, 그림과 융합한 활자 문학을 봐온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잘 된 것처럼 여겨질 거에요.
30번처럼 둘이 조화롭게 복합되어 발전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니까요.
근데 저는 그 부분이 좀 회의적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