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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게시물ID : gomin_12655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엔젤링
추천 : 18
조회수 : 1471회
댓글수 : 111개
등록시간 : 2014/11/21 03:01:29
- 성소수자에 대한 불편함을 가지고 계신다면 읽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저는 올해 가족들에게 커밍아웃하고 여자의 삶을 살기 시작한 지 
이제 막 10개월을 맞이한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에요.

아직은 예쁜 속옷과 예쁜 옷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머리가 어색하기만 한 
어쩌면 조금은 애매한 시간들을 걷고 있답니다.

사실 가족들에게 제 정체성에 대해 털어놓고 난 뒤에도
'과연 내게 이 이상의 변화가 다가올까?' 라며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었습니다.



저에겐 세 가지의 큰 과정이 남아있어요.

가지고 있는 영혼이 여자임을 인정받는 '성전환증 진단'
조금씩 여성의 특징들을 갖게 되는 '호르몬 치료(HRT)'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성전환 수술'

정체성을 깨닿고 난 후 숨기며 상상만 하던 여자의 삶.
20여년의 시간동안 뭉치고 막아두기만 했던 상상 속의 나의 모습으로
다가가는 제 인생 가장 큰 모험만을 남겨두고 있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참 희미했어요. 잘 보이지도 않았어요.
가야할 길은 알고 있지만 무언가가 다리를 옭아매고 있어 한 걸음을 내딪기도 어려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오늘로부터 약 2주 전.
당췌 끝날 것 같지 않던 모험의 준비시간이 갑작스럽게 끝나버렸습니다!

제 영혼이 여자임을 증명받을 수 있는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진단 병원을 예약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또 한 번, 시간이 느릿느릿해짐에 조바심을 느끼며 2주를 보내고 맞이한 오늘.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철옹성 같던 첫 번째 문이 열렸습니다.
저 오늘 진단 받으러 가요!


지금 제가 느끼는 기분을 너무나도 표현하고 싶지만,
제가 가진 글재주로 이 어마어마한 두근거림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지금 저는 애써 진정하려고 굉장히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늘 기다리고 꿈꿔 왔던 이 순간이 바로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내 심장은 이렇게까지 뛸 수 있었구나'
'심장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들리는 경우가 있구나'
라는 것만 깨닿고 있다면 믿을 수 있으시겠어요? :)

아마 검사가 끝난 후에도 결과가 나오는 1주일의 시간이
또 한 번 잔잔한 호수 위의 천둥오리떼처럼 서서히 흘러가겠죠.
제 인생에서 가장 긴 1주일이 될 것 같아요.
잠은 잘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순간이 설레어요.
헤헤.. 너무 좋아요♥

'결과가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올까?'
이런 걱정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제 자신에 대해 굉장히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거든요 :)
거침없이 앞으로 나가보렵니다!

전 오늘 오랜시간 꿈꿔오던 여행을 떠나요.
찬 밤의 공기가 온 몸에 짜릿함을 더해주네요.
상쾌해요. 지금까지 마셨던 공기 중 으뜸으로 말이죠 :)



어느새 검사가 9시간 앞으로 다가 왔네요.
잘 하고 올게요. 오늘은 저의 날이니까요 :)

제가 잠 못 이루는 오늘 밤이
모든 이가 달콤한 꿈을 꾸는 밤이 되길 바랄게요.

좋은 꿈 꾸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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