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나임을 인식했을때 나는 아직 불완전한 존재였다 아직 내 몸은 다 형성되지 않았으며 오직 생각만을 할수 있었다 나는 아직 존재라고도 말할수 없는 그러한 '것'이었다
하지만 바깥의 사람들의 목소리만은 똑똑히 들리고 이해할수 있었다
"여섯째는 위험해...." "왠지 불길해...이번 아이는 낳지 않는게 좋겠어..."
내 엄마라는 존재는 그러한 말을 듣고 심각하게 고민하는것 같았다. 얼굴빛이 변하는게 느껴졌다.
"그래도....어떻게 얻은 애인데...." "애는 또 낳을 수 있지만 이런 괴물을 낳을수는 없자나? 그 뒷감당 할수 있겠어?? 난 못해! 혼자 하든지!! 무조건 반대야!!"
주변 사람들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고...내가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과 그래도 아직은 모르니 지켜 봐야한다는 사람들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나를 없애야 한다는 사람들의 의견이 더 많았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는 잘 태어났어요. 매우 훌륭하게 자랐어요. 하지만...이 애는 아니예요..저는 이 아이의 탄생을 지켜볼 자신이 없어요."
내 형제들의 탄생을 지켜봤다는 듯 이야기 하는 한 여자의 절규와 비슷한 목소리가 들리자 주변은 조용해졌고 나를 옹오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나에대해 부정적인 부분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더욱더 불안해 졌고 아무것도 할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들에게 말한마디 할 수 없도록 생기지 않은 내 입에 저주를 퍼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알겠어요. 이 아이는 지우도록 할게요."
한참을 듣고 있던 엄마라는 사람이 나지막히 읍조렸다.
"그래 잘 생각했어. 애는 또 낳으면 되자나. 이 애는....정말 맘 아프겠지만 주변을 힘들게 할뿐이야."
그 결정으로부터 나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버리는데 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사라질수 없었다. 나는 아직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는데..내가 뭘 할수 있는지도 알수 없는데 나를 없애려는 사람들이 너무 원망스럽고 미웠고 싫었다. 그들에게 뭐라도 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 지금은 일단 살아 남아야 했다.
나는 나의 몸 구석구석에 내 생각을 퍼뜨렸다. 그리고 공유했다. 다른건 필요없었다. 지금의 나의 분노라는 감정만 유지하면 됐다. 그리고 조만간 내가 조각조각 부서져도 그중 한 덩어리라도 내 생각을 유지하고 있길 바랐다.
이윽고 나는 부서졌다. 그리고 꺼내어 버려졌다 하지만 나는 아직 여기 남아 있다. 파편속에 나는 남아 벽에 붙어있었다. 다행히 나와같은 '나'들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나를 지운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곱째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리고 내가 처음 태어났을때와 같이 자그마한 덩어리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나는 그 덩어리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다른 '나'들도 행동을 같이했다 나는 일곱째에게 옮겨가 그와 융합했다 그리고 이윽고 나라는 자아는 없어졌다. 다만 내가 가지고 있던 분노라는 감정만은 일곱째라 부르는 존재에게 심어져 남았다
"축하해~ 정말 수고했어" "정말 고생 많았지. 이 아이 너무 예쁘더라" "정말 똑똑해 보이던걸?? 그동안 맘고생 심했을 건데...진짜 수고 많았어"
일곱째의 탄생에 수많은 사람들이 축하의 메세지와 함께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엄마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새로 태어난 아이를 안아보길 원했고 안아본 사람마다 역시 형들과 같이 뛰어난 아이로 자랄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때였다. 일곱째 안의 내 분노의 타이머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이 아이는 나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될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곱째를 안고 있던 사람의 손에서 터져버렸다. 전세계의 일곱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 일곱째의 이름은 "은하7"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