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라는게 대부분 더러운 곳이라는 거는 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가족이 이런 일을 당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었고 그 과정이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는데 딱히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하던 회사에서 쫒겨나게 되었고 이유는 단 한번의 회식에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가기 싫어서 가지 않은 것도 아니고 거래 회사와의 저녁 미팅이 있어서 못 간건데 그걸 가지고 꼬투리를 잡아서 잘랐습니다.
가족이 당한 일이라는 거에도 화가 나지만 한국 기업에서는 이런 일이 너무 당연하게 벌어지고 사람들도 그걸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화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쪽에 더 적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누나는 카카오게임의 유럽지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해외 지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볼만한 자리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일하면 다 돈 잘벌 것 같지만 그건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고 실제로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해외 지사에서 일하게 되면 월급은 똑같이 받으면서 고생은 더 개같이 많이 합니다.
안타깝게도 저희 누나는 법인장 바로 밑에서 일하면서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개같이 고생하고 일했습니다.
사실 상 카카오게임 유럽지사가 생길 수 있었던 것도 누나가 어떻게든 끌고 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노력해서 해외지사를 세우는데 성공했고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기쁨조차도 얼마가지 못했습니다.
몇달전에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 도중 잡힌 다른 업체와의 저녁미팅으로 인해 법인장이
주관한 회식에 어쩔수 없이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미팅이 끝나고나서 법인장으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고 합니다.
메일의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당신과는 더 이상 같이 일할수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는 그 법인장도 다른 업체와의 미팅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서류상으로 이런저런 핑계를 데가면서 정당한 해고라고 장황하게 늘어놓기는 했지만
사실상 회식에 불참하여 자기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자른거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경영진도 그 회식 때 같이 있었는데 불참해서 괴씸죄가 적용된건지, 사건후 비자 갱신요청도 묵살당하고 결국 비자는 만료되었습니다.
이후에 일어난 일은 어떤식일지 다들 짐작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접적인 해고는 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법적 소송이 걸릴수 있으니 회사는 누나를 자진 사퇴하게끔
만들도록 압박했고 누나는 결국 그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퇴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네덜란드에 있는 유럽지사 설립을 담당한것도 누나였고 그 당시 팀장을 현 유럽 법인장 자리에
앉을 수 있게끔 도와준 유일한 사람도 누나였는데 그렇게 도와준 결과가 이거내요.
토사구팽이라더니 진짜 맞는 말입니다. 개같이 일하고 개같이 버려진다.
그렇다고 해서 누나가 일을 못한것도 아닙니다.
어떠한 회사 지원금없이 어렵게 넘어가서 유럽 법인을 세우고 작업 규모 대비 말도 안되는 소수 인력으로
빡빡한 스케쥴을 소화해 내고 그렇게 개같이 일해서 런칭후 언론에서도 여러번 다뤘고 업계 모두가 놀랄 정도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이번 게임스컴 준비도 본인포함 5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진행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회사는 업무와 성과보다는 회식이 더 중요했는지 회사를 생각해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그 말도 안되는 이유 하나로 잘라버렸습니다.
자기회사도 아닌데 사람 믿고 열심히 일한 자기가 ♥♥♥이라고 한탄하는 누나를 보니 너무 화가 나서 이런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회사라는게 다 이런식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네요.
3줄요약
1. 해외법인설립부터 개같이 일하던 누나가 게임쇼중 다른 업체 미팅때문에 사내 회식불참.
2. 회사로부터 더이상 같이 일 못한다는 통보 메일 받음.
3. 비자갱신도 묵살, 여러가지 압박으로 결국 누나가 퇴직서 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