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설이 연봉이 낮은 블루칼라의 백인들을 현혹시키는 것도 그의 연설이 보통 워싱턴에서 쓰이는 어려운 단어들을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예전에 본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구조를 밑의 전자레인지 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실제로 밑의 글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증거도 하나같이 믿을수 없는 것들 뿐이지만 단어들이 모두 쉽습니다. 읽기 쉽단 말이지요.
간혹가다 어려운 단어들은 모두 영어로 쓰였거나 마치 전문가들의 영역처럼 보여지기에 잘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는, 몰라도 상관이 없는 단어처럼 느껴집니다. 대부분이 틀린 정보지만 말이지요. 그러므로 그러한 단어들은 그냥 눈에서 지나가버립니다.
또한 단어들의 뉘앙스가 강합니다. '죽음'. '파괴'. '무서움', '왜곡', '발암물질', '금지', 등등.
전자레인지의 원리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이 저 글을 한번이라도 읽으시고 난 뒤에는 위와 같은 단어들이 전자레인지를 사용할떄마다 연상될 겁니다.
주변의 어떤 분들이 저런 사이비 종교와 같은 정보를 실제로 믿으신다면 아마 간단한 말로는 설득이 불가할 겁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과학을 흉내내는 어설픈 글들은 여러 가지 오류를 포함하고 있지만 과학을 잘 모르는 이에게는 너무나 진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그 이유는 위와 같이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이러한 사이비에 대응하는 방법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반박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혈액형, 선풍기, 무한동력과 같은 과학적으로는 의미 없고 말도 안되는 논리를 가지는 사이비를 사람들이 쉽게 믿고 현혹되는 이유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글은 어렵다, 들어도 잘 모를 것이다, 라는 핑계로 멀리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니 중학교를 졸업하면 이해가 가능 할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쉬운 말로 한번 설명을 시도해보겠습니다.
0. 전자레인지.
일단 모든 것의 발단이 되는 전자레인지 라는 놈이 뭔지를 대충 알아봅시다.
전자레인지는 전자파를 사용하여 음식물들을 데우거나 해동하거나 조리를 하는데 사용되는 유용한 물건입니다.
'전자파' 라는 단어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해프닝이 자주 생기는 것 같습니다만
전자파는 영어로 해석하자면 electromagnetic wave입니다. 구글링을 이 영단어로 이미지 검색 해보시면 아래와 같은 이미지가 보일겁니다.
(참고로 MRI도 원래 NMR Imaging 이라고 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nuclear라는 말의 안좋은 뉘앙스때문에 병원에서 쓰기 머시기 해서 nuclear 빼버리고 MRI라는 이름으로 바꿨다고 하네요.)
영어로 조그마하게 microwave(마이크로파) 라는 항목이 보일겁니다. 전자파 중 저 부분을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합니다.
조금 왼쪽으로 오다보면 무지개가 보이는데 거기가 가시광선이지요.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가 흔히 보는
'빛' 자체가 전자파 라는 뜻이지요.
태양빛, 달빛, 별빛, 형광등, 헤드라이트 등등 모든 빛은 전자기파 중 하나입니다. 그 다른 종류가 전자레인지에 쓰이는 마이크로웨이브 이고요.
위의 표에서 왼쪽으로 가면 갈수록 에너지가 세지고 오른쪽으로 가면 갈수록 에너지가 약해집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보는 태양빛보다도 약한 빛을 사용한단 말이지요.
숫자 보시면 아시겠지만 약 10^5~10^6 정도 약합니다. (십만~백만배)
그렇다면 이 약한 마이크로파는 어떻게 음식들을 손을 데일 정도로 뜨겁게 데울 수 있는가?
음식에 존재하는 물분자의 움직임을 사용합니다. 전자파는 위에 설명했듯이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파는 물분자 1개를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엄청 작죠?)
음식 안의 물분자가 움직이기 시작하니까 그 물분자가 옆에 있는 지방이나 단백질들도 움직이게 합니다.
분자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므로 음식이 데워진다는 겁니다.
마이크로파를 계속 준다면 물분자의 움직임은 계속 커질 것이므로 온도는 점점더 뜨거워지다가 결국 끓어 없어지는 수준까지 될 수도 있겠지요.
정리하자면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라는 빛의 한 종류를 이용하여 물분자를 움직이게 만들어서 음식을 뜨겁게 해주는 것. 이 되겠습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전자레인지에서 요리된 음식을 먹고 몸이 안좋다? 그건 그 전자레인지의 위생상태나 음식의 유통기한을 의심하는게 우선이지 마이크로파를 의심하는게 아닙니다. 우리가 북어국 먹고 배탈나면 북어국을 요리한 가스레인지나 한국가스공사를 탓하진 않잖아요.
1. 물분자
H2O. 단순합니다.
그러므로 이게 더 변형될 것도, 이상한 괴물질로 변할리도 없습니다.
변해봤자 분해되어 H2 와 O2로 되는겁니다. 수소와 산소지요. 몸에 해롭지 않습니다.
만약에 전자레인지로 물분자를 효율적으로 분해가 가능하다면, 이 연구가지고 노벨상 탈 수 있습니다.
예전에 반짝 핫했던 수소자동차의 원료가 되는 수소를 마음껏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2. 글에 대한 반박
본격적으로 반박을 해보겠습니다.
i) 식물, 물고기
물을 끓였다가 식힌것, 전자렌지에 데웠다가 식힌것. 똑같은 H2O 입니다. 다를게 없습니다.
전자렌지가 DNA를 파괴시켰다. 어떻게요? 식물에게 준 것은 물입니다.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ii) depolarizing, demagnetizing
도대체 무슨 관련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강력한 전기장, 혹은 자기장 내에 있으면 물체가 depolarizing, demagnetizing이 되긴 합니다. 전자렌지에는 그만큼 강한 전기장을 내보내지도 않을 뿐더러 내보내더라도 생체조직이나 뇌조직이 depolarizing, demagnetizing이 되려면 우리 몸의 일부나 머리를 들이밀고 전자렌지를 돌려야되는데 그런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믿습니다.
iii) 전자렌지를 쓰면 안되는 10가지
기본적으로 전자렌지에서 이상한 부산물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써놨습니다. 틀린 정보입니다. 위에 써놨듯이 전자렌지는 단순히 물 분자의 움직임을 바꿔 온도를 변화할 뿐입니다. 마이크로파는 새로운 화합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 자체가 없습니다.
iv) '삶거나 굽거나 찐다는 것은 음식에 화기나 열기를 가하는 과정이지만 이 때 음식의 분자는 바뀌지 않는다. 단지 뜨거워 질 뿐이다.'
여기서 1차 빵 터짐. 음식에 화기나 열기를 가하면 음식의 분자는 변합니다.
왜 고깃집에서 고기는 탈까요? 분자구조가 변하니까요.
왜 달걀은 액체였다가 삶으면 고체로 변할까요? 분자구조가 변하니까요.
왜 시금치는 물에 데치면 부피가 확 줄어들까요? 분자구조가 변하니까요.
전자파를 유전자조작에 쓰인다? PCR 할때 쓰일라나요? 온도를 95℃까지 올렸다가 내렸다가 해야하니.
(PCR은 DNA의 양을 증폭하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 덕택에 미량의 정액이나 혈흔으로부터 DNA를 추출해서 성범죄자나 살인범을 잡을수 있죠.)
v) 랜싯의 논문.
애초에 포롤린이라는 아미노산은 없고 proline (프롤린) 아미노산은 있습니다. 아미노산이 어떤게 있는지 잘 모르신 누군가 옮기실때 실수하셨나봅니다.
어찌됬건 구글링을 해봤습니다. Proline Lancet microwave 하니까 논문에디터가 쓴 letter가 하나 나오긴 합니다.
Wolfe Segal, "Microwave heating of milk", Lancet, 1990, 335, 8687.
읽어보니 첫 다섯줄의 내용이 바로 우유를 전자렌지로 데우면 일부의 L-proline이 신경독성이 있는 D-proline으로 변한다는 내용입니다.
아마 여기까지만 읽고 저 사이비의 내용을 급하게 적으신거 같은데요. 더 읽어보면 D-proline이 신경독성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뇌에 찔러야됩니다(?).
주사바늘로 D-proline이라는 화합물을 뇌에 직접 투여하면 신경독성이 있습니다. (...)
솔직히 뇌에 바로 찌르면 독성 없는 물질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화합물이 그렇겠지요. 지금 제 앞에 있는 핫식스도 뇌에 바로 찌르면 안될거 같은데..
여튼 논문에서는 더 설명하기를 D-proline이 장으로 들어가면 a-keto-d-amino-n-valeric acid 라는 놈이 되는데 이 놈은 우리몸에서 쓰이는 에너지원으로서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이렇듯이 사이비와 같은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일부의 정보만 가지고 확대 재생산해서 사람들을 현혹시킵니다.
vi) 러시아 전자렌지?
구글링 해보니까 이 찌라시는 미국발이었나봅니다. russia microwave ban 구글링 해보니 1976년에 금지시켰달지 90년대에 와서 풀렸달지 등등 얘기가 많네요. 영어로도.
완벽한 증거는 시간적인 여유는 없지만 76년과 90년대 사이의 microwave 를 사용한 논문들을 찾아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에 금지가 되었다면 연구목적으로도 금지가 되었겠죠. (그나저나 ISS에서는 전자렌지로 음식 데워먹지 않나?)
vii) 기타
슬슬 지치네요 ㅠㅠ 여기까지 읽으신분들도 대단하시긴 한데
혈액을 전자렌지에 왜 데웁니까. 차갑게 해서 보관해야지ㅠ. 혈액을 전자렌지에 데우면 끓이는거나 다름 없는데... 간호사가 살인마였나봅니다.
단순히 야채에 전자렌지만 쬐었는데 콜레스테롤이 증가했다라...
콜레스테롤 화학약품회사에서 비싸게 파는데 (100g에 160만원) 야채에 전자렌지 쐬어서 콜레스테롤 만들고 그거 잘 분리해서 팔면 되겠네요ㄷㄷ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D-니트로 소디에타놀아민 = d-nitrosoethanolamine (제대로된 한국명칭은 D-니트로소다이에탄올아민 입니다. nitroso-가 접두어에요.
고기에 흔히있는 (우리도 고기를 가지고 있죠. 내 뱃살ㅠ) nitrosamine의 일종으로써 발암을 유발한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인체에서의 위험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구요.
화학적 유전적 변이. 물분자만 진동하는데 어떻게 분자구조가 바뀔수 있죠? 만약 바뀌었다면 그것은 뜨거워진 주변 온도가 주 요인이 될 겁니다. 즉, 그냥 끓여도 화학적인 변이가 일어난 다는 것이죠. (당연한 얘기입니다.)
1초에 1천억번 흔들린다. (100,000,000,000Hz = 10^12Hz) IR range네요. 원적외선 램프가 그 정도 속도로 흔들립니다. 원적외선 램프는 세포에게 아주 치명적인 무기로 작용하나 봅니다.
더이상 반박하는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되어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