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서 잘해주셔도 부담스러운 시어머니 글을 읽고나니 저희 시어머니가 생각나네요.
저희 시어머니도 자식들을 엄청 챙기십니다. 특히 먹을걸요.
양념은 중국산 먹지말아라. 그래도 국산을 먹어야한다. 그러시며 직접 아는방앗간에 깨를 맡기셔서 참깨.들깨. 들깨가루 다 만들어서 저희한테 나눠주세요
마늘도 수입산 먹지말라시며 꼭 꼭 국산마늘 한접을 사셔서 저희를 가져다주기도 하시고
국산고춧가루 써야한다며 마른고추 사셔서 저희집에 보내주기도 하시고
어떤때는 양파 좋은거 나왔다고 큰~거 한 망을 사서 나눠먹자고 전화하기도 하시고 파 등도 그러세요.
문제는....그걸 제가 직접 다 손질해야한다는 겁니다.시댁 몫까지도요. 그리고 저는 괜찮다고 극구사양을 하는데도 일단 사서 안기시네요.
얻어먹을거 다 얻어먹으면서 왠 불만이냐 하시는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원치않아요...그냥 그때그때 사먹는게 좋아요. 파도 그냥 내가 조금씩 사먹고 양파도 내가 알아서 사먹는게 낫지
파 떨어졌다고 시댁 다녀오고 양파 떨어졌다고 시댁가서 양파 가져오고...진짜 짜증납니다.마늘 한접 다 까고 다 찧는것도 못할짓이예요.
그렇게 많이 사지 마시라고..많이 사놓고 먹으면 결국 반은 버리게되니 그냥 그때그때 사먹는다고 말씀드리면 알았다고 하시고는 양파 사오세요.
두달 후쯤? 되면 제가 가서 썩은 양파 다 치우고 베란다 청소해야합니다...파도 세 단씩 사오면 제가 가서 한단 얻어오면서 시댁 냉동실에 두 단을 씻어서 썰어 넣어놔야하구요.
마늘도, 가져다주신 날 다음날부터 한번씩 전화가 와요. 마늘 다 깠니? 얼른 까서 다져서 냉동실에 넣어야한다.
우리집도 마늘 다 떨어져서 얼른 까야 할건데...(한접 갖다주시면 제가 다 까고 다 찧어서 시댁 절반 나눠드리고 저희 절반 먹어요)
직접적으로 채근하진 않아도 매일매일 전화로 그런 압박을 주세요.
그나마 지금은 안그러시는데, 처음 몇년은 가을에 좋은 쌀 이라고 40kg 포대로 8개씩 사서 시댁 창고방에다가 쌓아두시기도 했어요.
시중에 나온 쌀은 못믿으신다며 저희도 쌀 떨어지면 가져다 먹으라구요...
한 5~6월쯤 되면 쌀나방이 날아다녀요. 시아버님도 그러지마라. 남편도 귀찮게 그러지마라 하셔도 시어머님이 항상 아는분께 돈 지불하고 그냥 사오심.
2년정도 가져다먹다가 그 다음해엔 안가져갔더니 사놨는데 안먹어서 다 버리게생겼다고 노발대발....결국 막내가 쌀나방때문에 잠을 못잘 지경에 이르고나니 그만두심.
죽순이 좋다길래 죽순반찬 해서 시댁에 몇번 가져다드렸더니 그 다음해 5월에 새죽순 4킬로그램씩 열두봉을 사오심....
시부모님이 장사를 하셔서 큰 냉동실이 있으니 망정이지 그걸 대체 누가, 언제 다 먹는다고 그러시는지..
결국 그 죽순을 1년 반 만에 다 먹고나서 학을 뗀 남편이 난리를 쳐서 지금은 죽순 아예 안먹어요.
저희가 알아서 먹는다고, 많이 사지 마시라고 하면 알았다고 하시고는 결국 왕창 사십니다. 그리고는 결국 반은 썩어 버림.
시어머님이 주시는 양념. 반찬거리는 항상 제 노동과 등가교환입니다.
잘해주셔도 찜찜하고 기분나쁜게 그것때문이예요. 제가 원치않는 호의를 베푸시고 내가 이만큼 했으니 너도 이만큼해라 라고 요구하시는거..
딱히 꼬집을정도로 힘든 시집살이 시키는것도 아니고 제가 불만을 터트리기도 애매한 상황들의 지속이라 스트레스는 쌓이고 시어머님께 제대로 어필한번 못하다가
얼마전에 11년분량을 한번에 터트리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제 문제로 남편과 시어머님이 거의 일주일을 말다툼을 했어요)
시어머님께서 홧김에 저에게 폭언을 날리셨고 남편은 이사준비까지 하면서 강경하게 나와서 결국 시어머님이 꼬리내리셨어요
현재는 시댁에 발길도 안하고 있는 상태예요.시어머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몰라도 남편과 시아버님의 묵인 하에서요.
지금은 문제점이 해결된게 아니라 잠시 덮어둔 상태예요. 시어머님이 본인의 문제점이 뭔지 인지를 해야 해결방법이 보일텐데
지금 상태로 봐서는 아마 돌아가실때까지도 본인의 문제점을 모를듯해요. 남편도 아들도 딸도 다 아는 문제를 본인만 모르심.
내가 다 사주는데 니가 뭐가 힘들다고 그러냐. 내가 너를 시집살이를 시켰냐 아님 일을 힘들게 시켰냐고 나오시는데 말문이 막힘.
오죽했으면 하늘이 내린 효자 아들이 어머님께 맞서서 이사까지 결심하게 된건지 이해를 못하세요. 아들을 여자한테 눈 뒤집혀서 부모도 도외시하는
천하의 못된놈으로 생각하시더라구요 ㅎ (위에 열거한 일들은 양반축에 속하구요. 평소 "집에서 애 셋 키우며 노는 며느리"는 시댁 일 돌보는건 당연
하다 여기는 시어머님의 마인드때문에 제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고 남편이 그런 시어머님을 잘 막아주다가 이번에 크게 터진거예요)
그래도 일단은, 결혼한이후로 최고로 맘 편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네요
노발대발하셔서 본인이 무슨말 하는지도 모른채 되는대로 막 내뱉으신 어머님께 감사하다고 해야하나...워낙 치명적인 말이라 살면서 고집을 꺾은
적이 없으신 저희 시어머님께서도 저한테 한마디 말도 못하고 계시는데, 이게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