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해요
날씨와 상관없이 우산을 자주 가지고 다니기도 하지만
가장 손쉽게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순간이 되거든요
비 펑펑 오는 날 비 쫄딱 맞아가며 프린터 들고 횡단보고 건너던 학생한테 우산도 씌워줘봤고
양손 커다란 박스를 들고 길 걷는 할아버지 우산도 씌워드려봤죠
그러다가
선행도 때를 놓치면 못하게 된다는 걸 느낀 적이 있어요
예전에 어느 겨울날 열차타고 수원에 면접보러 갔다가 눈을 만났는데
진짜 눈이 펑펑 내려서 바닥에 5cm는 족히 쌓인 것 같더라구요
역에서 내려서 시장쪽으로 걸어갔는데
시장 한쪽 구석에 어떤 노숙자 한분이 눈을 그대로 맞아가며 바닥에 앉아있더라구요
머리위로 눈이 막 쌓이는 걸 봤는데... 면접 시간이 코앞이라 뭐 할 것도 없이 바로 지나갔었죠
그런데 그게 너무 기억에 남더라구요
면접 내내 그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서, 면접 끝나자마자 근처 편의점에서 비닐우산 하나 5천원 주고 사서
바로 그 시장으로 다시 갔는데, 어느새 노숙자분이 없어졌네요
우산을 환불하지도 못하고 남 주지도 못하고
그걸 그대로 들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오는 길 내내 우산이 마치 주인 잃은 우산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엄마는 왜 우산을 2개 들고왔냐고 물어봄)
그 이후로는 착한 일 할 수 있는 순간이 생기면 그 순간을 안 놓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뭐 그런 일이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