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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어가는 꽃잎에 머문 달빛
게시물ID : panic_910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잉뿌잉이잉
추천 : 19
조회수 : 177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10/09 01: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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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오마니, 오마니가 땡바닥에다 솔가지로 가나다라함시롱 갈켜준
한글을 이제는 지두 쓸 수 있게 되었십니더.
오마니가 이 편지를 받을 수 있을랑가는 몰겄지만
고것이 중헌게 아닐테지요.
 
아마도 오마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 눈에서 줄줄줄 흘러내리는 요 요 야단스러운 녀석을
잠재울라꼬 요로코롬 편지를 써봅니더.
 
오마니, 저는 여가 어덴지 모르겠십니더.
천장에선 별빛이 반짝 거리는게 여간 눈꼴시려운게 아닙니더.
오마니가 갈켜준 대로 마음을 단디 먹을라케도
첨뵈는 사람들이 왔다리 갔다리 거리는디
머릿속에 참새 한 마리가 푸다닥 함시롱 날라댕기는 것만 같십니더.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두 매일같이 새벽에 인나서 닭들 모이주고
여물 삶아서 쇠죽 끓이고 아침먹고,
아침먹고 나서 마늘밭에 가서 마늘캐고
뒷산에 소쿠리 들고 가서 고사리 캐고 쑥캐고 했던 것 같은디
지는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십니더.
 
지는 오마니도 보고싶구 할매두 보고싶구 덕칠이에
덕순이도, 심지어는 젠 채하던 얄미운 순자 고년도 보고싶은디
도대체 어떡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요.
 
오마니, 지는 짜장 두렵십니더.
웬 모르는 놈들이 와서는
할매요 어매요카면서 진득하니 달라붙는디
누군들 안 무섭겠습니꺼?
 
안그래도 가뜩이나 심란한 지 마음에
기름이라도 끼얹는가 싶어서 내쫒았지라.
그렇지만요 왤까요 오마니
지는, 지는요 보았지라
가들의 눈가에 눈물이 아른아른 거리는 것을요
왤까요 오마니
왤까요 오마니.
 
오마니, 오마니를 다시 만날 수 있을랑가요?
오마니,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나거들랑
예전처럼 아침에 싸그락 싸그락 뒷산에 올라가 군밤도 줍고 고사리도 캐고서
새참먹을 시간이 될쯤에 시장에 가서 눈깔사탕 오마니 하나 나 하나 사서는
볼 한가득 빵빵하게 물고 집에 오면서 데굴데굴 굴려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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