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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제작자의 분투기 4화
게시물ID : readers_265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최카피
추천 : 1
조회수 : 3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08 14:20:22
4화
거기서 부터 우리가 출현하는 분량이었다.
우리의 배역은 인신매매범 또는 범죄자였다.
길에서 여자를 납치하고 번 돈으로 유흥가에서 탕진하는 배역.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씬이 추가 될 때마다 상황만 설명해주었고, 특별한 연기력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공원에서 여자 엑스트라 둘을 납치하는 씬을 찍었다.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 길을 걷는 두명의 여인을 헝겁으로 입을 막으면 두명의 엑스트라가 기절하는 씬이었다.
다음은 공원이 아닌 길거리로 옮겼다. 길에서 걷는 두명의 여인을 기절시켜 봉고차에 옮기는 씬.
그리고 근처 노래방으로 옮겨져서 그녀들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유흥 주점에서 일하는 씬.
여자들 없이 범죄자 셋이서 범죄를 모의하는 씬.
전체 씬은 대략 이렇게 8~10개 정도의 씬이었다.
오전 10시에 만나 잡담을 나누고 전체 촬영은 오후 11시 정도가 되어서야 끝났다.
아까 아파트에서 보다 전문적인 단역은 1시간이나 촬영을 했을까?
다른 사람들은 오전 10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11시에서야 촬영이 끝났다. 씬 자체로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 아니었지만 장소가 배경이 되는 저녁이나 노래방 씬등으로 저녁까지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잠깐 엑스트라로 출현하며 그들과 대화를 하고, 옆에서 촬영을 하는 것을 보며, '실제 방송 연출이 어떻게 진행되겠구나.'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영상 장비와 오디오 장비의 정확한 운영 방법은 모르지만 풀샷이나 무빙샷 또는 원샷 투샷 등이 왜 필요한지 개념이 잡혔다.
이런 개념은 차후에 전자책을 제작할 때 매우 유용할 것 같았다.
또 방송 촬영 후 편집을 우리 팀장이 맡으면서 실제 방송 촬영 편집도 조금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케이블 방송과 정규 방송이 차이는 있다고 들었지만 말이다.
그런 촬영에 엑스트라로 한번 더 출현했었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편집을 마친 후 방송국에 납품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방송에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우리가 나오는 분량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는데, 정말 악당 같았다.
사실 연기도 별로 필요 없었고, 그냥 납치하는 씬과 노래방에서 주절거리는 씬이어서 기대도 안했지만 실제로도 너무 적은 분량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찍은 분량 치고는 10초도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도 쪼개져서 나오니 다른 사람들은 내가 나오는 분량을 알 수도 없을 것이다.
지인 몇 명한테 말까지 해놨는데,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많지 않았다. 당시에 종편 채널이 가동되며 운이 좋게 우리에게 그런 일이 온 것이었다.
그래도 그런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은 중요했다. 실제 실무를 돈을 벌면서 경험해보았다는 측면에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까지 했지만 우리의 재정은 그리 넉넉해지지 않았다.
매달 통장은 지출로 마이너스로 향했고, 아까 말한 공모전까지 진행해야할 정도로 상황은 악화되고 있었다.
몇번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친해진 우리는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업계에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서 모두 합의를 거쳤고, 그냥 우리만의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했다.
대략 시나리오가 잡혀 있는 콘텐츠라 책을 한 권 구입하고 어떤 방향과 어떤 느낌으로 제작할 지 회의를 진행했다.
"00야 이런 방향이 어때?"
"난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해?"
"책을 읽어봤는데, 원작이 일본 소설이더라고요. 좀 공포물이고 그래서 자극적이지 않은 일본 공포물 느낌이 좋을 것 같아요. 촬영이야 촬영팀이 할테니까. 우리 느낌만 말하고요."
전체 콘티도 촬영 일정도 장소도 우리가 섭외를 해야했다. 그래야 비용이 적게 드니까.
다행히 나의 동서가 촬영장비를 렌탈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사실 그 전까지 잘 몰랐다.
나름 업계에서 인지도도 있는 회사였음에도 그리 친하지 않아서인가 동서가 그런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동서는 가족 DC로 50%까지 할인해서 장비를 대여해주었다. 그것은 큰 도움이 되었다.
5DM2라는 장비와 거치대, 소니 무선 마이크 셋트 그외 몇 가지 악세사리 원래라면 100만원 정도에 대여가 가능한 장비 셋트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하루에 45만원에 대여를 해주었다.
보통 촬영 장비 렌탈은 촬영팀이 알아서 구해오는데, 견적을 받아보니 80만원 정도라는 이야기에 수소문을 해서 대체할 수 있는 장비는 대체해서 렌트하였다.
서해쪽에 펜션이 모여 있는 곳에 펜션을 빌렸다. 성수기가 아니라서 하루에 15만원에 빌릴 수 있었다.
촬영 스케쥴은 총 이틀, 장비 대여료와 펜션 렌트비만 100만원 가까이였다.
공모전에 대상을 받아도 손해가 나는 프로젝트 였지만 그래도 모두가 진행하고 싶어하는 프로젝트였다.
촬영 당일 장비 대여로 물품을 인수 받고 촬영지로 향했고, 다른 이들은 그곳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엑스트라 섭외가 어려워 대표가 자신의 지인을 섭외해서 데리고 왔다. 그의 전직장에 동료였다고 소개했다.
전문 배우가 아니라서 연기력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외모도 이쁘고 일반인 치고는 연기도 할 줄 알았다.
그날은 창업 후 처음 가져보는 회식이기도 했었다.

펜션은 꽤 컸었다. 요즘 이런 펜션이 인가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인 영화를 찍는 촬영팀도 많이 온다는 이야기였다.
"성인 영화 찍으러 오셨나봐요?"
"네?"
"촬영하시는 것 보니 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옆에 펜션에 놀고 있는 남자들이 말을 걸었다. 우리 촬영에 여자가 둘이 있으니 그렇게 오해를 한 듯 했다.
"여기가 성인 영화 찍으로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요? 그런 것은 아니고, 뮤직 비디오 같은 것 찍으러 왔어요."
북트레일러를 설명하는 것은 어려웠다. 뭐라고 설명하랴?
'책을 홍보하는 영상찍으로 왔어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당시만 해도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일이었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게 뮤직비디오가 좋은 표현이었다.
남자들만 놀러와서일까. 부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첫날 촬영은 금방 끝났다. 실내 촬영이라 한정적인 촬영이었고 전체 씬이 15분 정도라 금방 끝났다. 실외 촬영은 다음날 찍기로 하였다.
촬영이 일찍 끝나고 우리의 회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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