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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세이건의 코스모스 독후감] 3. 질서가 가져온 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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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쁘지효
추천 : 0
조회수 : 5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08 11:45:54

질서가 가져온 항해일지


 

긴 팔로 나무들을 뛰다니며 달콤한 과육을 따먹던 우리의 조상은 모종의 이유로 숲이 사라져가자 나무에서 내려왔다. 쉽사리 구할 수 있던 과육은 나무들이 사라져감에 따라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고, 결국 굶주린 조상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정처없이 떠돌기 시작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냉혹한 기후에 위협이 되던 포식자들 또한 모습을 감췄다는 점이다.

하지만 상황은 냉혹하기 그지없었다. 조상들은 토끼보다 발이 느렸으며, 늑대와 같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육지책으로 조상들은 나무를 타기 쉽게 발달된 앞발로 물건을 쥐기 시작했다. 땅 위에 떨어진 돌조각을 말이다. 인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으로 도구를 사용한 순간이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뾰족하게 쪼개진 돌은 이빨보다 단단하여 간단히 사냥감의 머릿통을 부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뼛속까지 사무치는 혹한은 끊임없이 온기를 앗아갔다. 하는 수 없이 조상들은 사냥한 사냥감들의 가죽을 벗겨 몸에 두르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야트막하게 땅을 파고 나뭇가지 등을 쌓아올린 후 그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두컴컴한 하늘이 번쩍이더니 아름드리 나무가 쩍하고 갈라졌다. 그리고 그 속을 피처럼 붉은 무언가가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처참하게 반토막이 난 나뭇등걸에 용기 있는 사람 하나가 다가가 거친 손을 내밀었다. 처음으로 불이라는 존재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 후로는 순탄대로였다. 불이라는 것은 분명 무서운 것이었으나 이로움이 많았다. 익힌 고기는 맛은 물론이거니와 보관이 용이했고, 위험한 불을 다루기 위해 손재주가 늘기 시작했다. 쉽게 꺼지는 불을 지키기 위해 조상들은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고, 씨가 말라가는 사냥감을 대신할 식량을 찾아 농경 생활을 시작했다. 문명의 태동이었다.

사냥감을 찾아 떠돌아다니던 유목 생활을 청산하고 자리를 잡고 살아가자 변화가 생겼다. 잉여 자산이 생겨나고 여가시간이라는 것이 생겼다. 더욱 많은 수확물을 위해 도구를 만들어갔고, 보다 쉬운 농사를 위해 가축을 기르기 이르렀다. 불은 하루를 더욱 길게 만들어 주었고, 하루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주었다.

움막이 발전하여 마을이 되었고, 마을이 발전하여 성이 되었다. 남아도는 식량과 사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에게 돌칼을 겨누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전쟁은 남들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픈 경쟁심을 낳았고, 이는 발전이 토대가 되었다. 돌칼은 창이 되고, 칼이 됐다. 칼은 총이 되고 대포가 되었다.

극단적인 폭력의 단상인 전쟁이 끝나고 나면 폭발적인 성장이 뒤따랐다. 더 이상 오늘 먹을 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자 인류는 세상의 모든 것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이 682페이지에 이르는 속에 담겨 있다. 근원에 대한 거듭된 물음, 그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수많은 우연의 산물로 유기화합물 덩어리에서 탄생하였으며 뿐만 아니라 지구가 포함된 태양계의 탄생과 우주의 탄생까지 되돌아 보았다. 마지막에 들어서는 행성 바깥으로 눈을 돌려 외계 문명의 가능성과 그 접촉 가능성까지 엿봤다.

케플러, 아인슈타인 등 평범과는 거리가 먼 천재들의 편집에 가까운 생각들은 학자라는 수많은 편집자들의 퇴고로 지구만이 아닌 우주 전체적으로 적용되는 수많은 법칙들을 낳았다. 법칙, 규칙, 질서. 코스모스들을 말이다.

코스모스는 우주를 탐구하는데 필요한 로제타석이다. 인류의 기술을 발전을 거듭해 우리 은하 내에서 연락하고자 하는 위치를 특정할 수만 있다면 전파로 통신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우주에 진출할 것이다. 석유라는 한정적인 자원의 소모, 과학에 발전에 따른 폭발적인 인구수 증감, 그에 따른 식량 문제, 돌아오는 온난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 그 이유를 따지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떠나서라도 지구 밖에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궁금증 하나만으로도 인류는 우주에 대한 관심을 끊지 못할 것이다. 인간의 궁금증과 탐구심이야 말로 생존의 도구였으니까.

단술 산술적으로 우리 은하에 문명 사회가 있을만한 수효를 가진 행성의 개수가 수백만개에 이른다. 복잡한 계산식을 떼어놓고 최소 8개의 문명이 공존하고 살고 있을 것이라 책에서는 말한다. 언젠가는 마주할 외계 문명이 말이다. 그렇다면 이 두 문명의 조우는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적어도 우리의 문명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에 두 문명 간의 대면은 결코 대등한 입장은 아닐 것이다. 멀리 내다볼 필요없이 우리가 저지른 과거에서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식민시대에 서구 열강이 했던 일들이 그대로 반복되기 두렵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러한 가정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한 정으로 수십명을 재래식 무기에서 발전된 현대 무기는 핵융합을 일으키는 폭탄으로까지 발전했다. 단 한 발으로 수십만톤의 TNT의 파괴력을 가져오는 핵폭탄이 100년 안에 터져버려 인류라는 존재가 지구위에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라는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당장이라도 있을 우주 탐구를 위한 투자를 권고하는 것일까? 하지만 아직까지 우주란 우리에게 너무나 먼 이야기이다. 어쩌면 우리 세대에서 이뤄지지 않을 일 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거대한 ‘수소산업’의 최종 산물로 태어난 생물 하나 하나를 소중한 존재로써 대해야 한다는 인류애적 관점을 원하는 것일까?

이것도 아니라면 밥 한 끼 값으로 위대했던 제국의 역사와 전근대사는 물론, 우리의 조상의 배경까지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인류의 가장장 위대한 발명품, 책을 읽자는 것일까?

내가 느끼기엔 이 책의 저자는 이 우주를 구성하는 만물에 대해 광대한 의문을 가지라고 말하는 듯 하다. 아무런 반응도 없는 우주를 향해 전파를 내보내고, 그 속에 담을 내용을 생각하듯 미미한 가능성에 대해 희망을 품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방법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넓고 광활한 우주를 코스모스라는 항해법 하나만 가지고 항해하듯,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에 마땅한 이유를 찾고,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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