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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제작자의 분투기 3화
게시물ID : readers_265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최카피
추천 : 3
조회수 : 5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0/08 02:20:23
정신이 없는 하루를 보내어 늦었습니다.

3화
사업 방향은 전환하는 회의가 잦아졌다. 우리의 원래 모델은 어떻게 생각하면 매우 심플했다.
우리가 몇 군데 출판사와 작가님들께 제안한 것은
  1. 편집 디자인을 우리에게 맞겨달라. 편집 디자인이 끝나면 종이책 인쇄까지 진행하겠다.
  2. 디자인이 끝난 도서를 전자책으로 제작도 함께 진행한다.
  3. 북트레일러 영상을 만들어 홍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
이렇게 3가지를 통합하여 진행하겠다는 플랜이었다.
편집 디자인은 편집 즉 교정과 교열을 제외하면 홈페이지 디자인 만큼이나 쉬운 영역이 존재했다.
출판 디자인을 할수록 템플릿 즉 비슷한 유형의 디자인 형태 파일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적용되지만 인디자인으로 편집이 완성된 파일은 ePub으로 작업하기 더 편했다. 물론 때에 따라 어학서와 기술서 사진집 등에서 표현되는 디자인이 전자책에 적용되지 않는 문제점은 있었지만 작업 난이도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북트레일러 영상은 꽤 전문적이었다.
대표의 친구 즉 이사와 팀장을 맡은 그는 어도비 에프터 이펙트와 프리미어를 잘 활용하는 전문가였다. 또 맥스나 마야 즉 3D 렌더링 프로그램도 꽤나 잘 다뤘다.
함께 일하기 전에는 프리랜서로 일을 하기도 했다고 했었다.
그 때 난 3D 맥스나 에펙(어도비 이펙트), 프리미어를 말로만 들었지 사용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형. 저 프리미어 좀 알려줘요."
"그래 이리 와."
소호 사무실 대략 7평 정도 되는 00시에 위치한 조그만 공간에서 우리는 5명이 함께 일했다. 재정적으로는 꽤 힘든 시기였지만 서로 가족같은 유대감이 있었다.
그는 전문가로서 자신의 업무는 매우 잘 처리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기술을 알려주는 것은 서툴렀다. 그러나 알려주는 것으로도 감사했다.
한달 정도 그에게 프리미어에 대한 사용법을 교육 받았다. 매일 특정한 시간을 투자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어깨 너머로 배우거나 모르는 기능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물어보고 적용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 코멘트를 주거나 직접 전수할 수 있는 기능은 알려주는 방식이었다.
레이아웃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 정도를 익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은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다. 프리미어는 출판디자인으로 보자면 인디자인과 같은 툴이었다.
동영상 클립이 있다면 클립을 이용하고 이미지 파일이나 텍스트를 얹혀서 타임라인을 정해주고 영상 파일로 렌더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기초조차 없었지만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꽤나 수준 높은 영상이 만들어졌다. 물론 상업적인 영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영상 파일을 사고 파는 시장이 없어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다행히 내가 아는 업체에서 몇 가지 일이 들어왔다. 예전에 교육용으로 만든 플래시 파일이 있는데, 그 파일들을 전자책으로 만드는 것이 어떠냐는 문의였다.
대표에게 업체를 소개해주고 많지는 않지만 몇 개의 프로젝트가 발생했다. 잘 런칭되면 더 진행하겠다는 말과 함께.
전자책 제작 파트도 몇개의 업무가 주어졌다.
"00팀장님 이런 방식의 전자책 제작이 가능할까요?"
우리가 제안한 플랜처럼 종이출판, 전자출판, 북트레일러가 텅키로 한번에 오는 경우는 없었다. 플랜이 쪼개져서 의뢰가 있었다.
편집 디자인 영역을 의뢰하는 곳은 한 곳도 없었지만 전자책 제작과 영상 제작은 몇건이 있었다. 아쉽게도 큰 돈이 되는 프로젝트들은 아니었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출판사에서 북트레일러 공모전이 있었다. 공모전 상금은 대략 100만원.
대표는 상금보다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원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서 외주 영상팀을 섭외했다. 그들은 케이블 방송을 만들 때 함께 영상을 촬영하는 팀으로 감독과 연출로 이루어진 프리랜서 팀이었다.
공모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에 케이블 방송을 만들면서 우리 이사진이 엑스트라로 출현하기도 했었다.
"00아. 우리가 맡은 방송 제작 엑스트라로 출현할래?"
"뭔데요?"
"제작 하면 나중에 제작비는 받는 건데 어차피 엑스트라로 출현하면 비용이 세이브되잖아."
"좋아요. 해보죠."
촬영은 외주를 주고 여자 엑스트라는 따로 섭외하고 남자 엑스트라 3명에 대한 일을 우리 이사진이 하기로 했다.

촬영팀은 오전 10시에 장비를 한 가득 가지고 와서는 커피숍에서 미팅을 하고 있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여자 엑스트라 둘과 촬영팀 둘이 커피를 홀짝이고 있고, 우리가 함께 합류했다.
우리가 일거리를 주고 그들이 촬영하는 제작물에 배우로 출현하는 것이었다.
촬영팀은 근처에 어떤 아파트로 들어갔다.
아는 지인에 빌려주었다는 아파트로 들어가더니 카메라와 오디오 장비를 세팅했다.
촬영팀에 조명과 오디오를 세팅하는 인원이 둘 추가 되었다. 그들은 조명과 무선 오디오 장비와 집음 오디오 장비를 세팅했다.
조금 있다가 엑스트라로 보이는 아줌마가 들어왔다.
촬영이 시작되자 카메라 앵글 주변에 사람들이 둘러 앉았다.
"레디 액션"
감독이 슬레이트를 치자 그녀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표정과 말투가 완전히 달라졌다. 도저히 엑스트라의 그것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내공이었다.
10분 정도 그녀의 연기가 끝나자 남자 엑스트라가 들어오더니 그녀와 호흡을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자신들의 딸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아, 가정 불화가 생기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연기를 멀리서 보는데, 왠지 모를 떨림을 느꼈다. 단역 배우의 연기력이 이럴진데 이름 있는 배우나 연극인들의 연기력은 어떤 경지에 도달 했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 씬들은 모두 1시간 정도였다.
씬이 모두 끝나자 아파트를 나와 거리를 배회하며 다음 촬영 장소를 찾아다녔다. 우리는 정확한 내용이나 흐름을 알 수 없어 들러리로 그들을 따라 다녔다.
특별한 씬을 찍지 못하고 근처 커피숍으로 옮겨서 잡담을 나누고 서로 대화를 나눴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친구들은 대학교를 다니며 단역 배우로 활동한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기 촬영 의뢰한 분들이라고요?"
"네. 저희가 다른 곳에서 섭외 받아서 여기 촬영하는 형들한테 의뢰했어요."
나는 그 엑스트라들이 이미 촬영팀 형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
어린 엑스트라 둘 중 한명은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다고 나중에 따로 부르면 하루에 10만원 정도로도 촬영이 가능하다고 개인 명함은 주었고, 다른 한명은 에이전시에 소솓되지 않은 단역 배우였다.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다는 친구는 에이전시에 수수료를 줘야하고 매니저가 픽업을 해주기 때문에 약 30만원 정도라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실제로 자신에게는 7~8만원 정도의 돈을 받는다고 말해주었다.
그런 대화를 나누는 중 특별한 촬영은 아니고, 커피를 먹는 모습을 풀샷 또는 커피만 나오게 찍고 대화를 하는 모습을 찍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카메라는 총 2대여서 한번에 씬을 촬영하는 것이 불가능했었다.
그런 씬을 몇 컷 찍고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자 몇 시간이 지났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촬영 감독을 맡은 형은 어디로 전화를 걸었다.
'응. 거기가 좋다고 오케이.'
그들은 다음 촬영지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고 우리를 픽업할 봉고 트럭 한대와 승용차 한대가 도착했다.
다음 촬영지는 으슥한 공사장 같은 곳이었다. 그러나 미리 섭외가 되지 않은 공사장에서 촬영은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공사장 관리자가 오더니 여기서 촬영은 허락할 수 없다며 우리를 내쫓았다.
할 수 없이 우리는 쫓겨나고, 씬을 찍기 위해 다른 장소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근처에 무슨 공원이 있는데, 비슷한 환경으로 촬영이 가능해 보였다. 으슥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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