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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코스모스를 갈망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밤하늘에 대한 갈망이 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보름달을 보고 있자면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 같고, 가만히 서서 위를 올려다 볼 때 하나씩 하나씩 고개를 내미는 별을 보며 가끔씩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아직도 어렴풋 떠오르는 인기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와 매주 일요일 점심 무렵이면 방영되곤 하던 예능 프로 서프라이즈에 나오던 믿기 힘든 미스테리 등을 보고 자라서일까? 아니면 매일 밤 모습을 달리하는 달에 대한 당연한 의문일까? 사람이 달에 발을 딛고,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시대에 멀게만 느껴졌던 우주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우주를 소재로 한 공상과학영화 열풍이 불었기도 하다. 엄숙한 영상미를 보여준 생존 영화, 그래비티와 인류가 살기 위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나선 인터스텔라, 처절한 화성 생존기 마션 등 광대한 우주에서 나약하기만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SF 영화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구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 뿐만 아니다. SF/액션 영화의 대표격인 스타트랙 시리즈와 스타워즈 시리즈는 수백만명의 팬들을 낳지 않았던가? 나만 하더라도 빛나는 장난감 칼을 들고서 광선검인냥 동생과 함께 휘두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는 그 크기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일지라도 우주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다. 나의 경우엔 어딘가엔 있을 외계생명체에 대한 것이다. 세상의 뒷면에 화성에서 온 파충류 인간이 세상을 조종한다는 음모론까진 아니더라도 광대한 우주 어딘가엔 우리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지적생명체가 존재하리라 믿는다. 비록 우주의 어마어마한 거리와 특수성 때문에 아직 조우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다. 달 위에서 절구를 찧고 있는 토끼를 보며, 필독도서이자 누구나 읽었을 어린 왕자를 보며, 저 하늘 위엔 우리 말고 다른 생명체가 있으리라고 말이다. 다행히도 이 책을 보고 확신을 할 수 있었다. UFO니, 화성인이니,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야기를 내심 믿고 있던 것이 나 혼자가 아니었다고 말이다.
‘하늘에 수많은 별이 태양과 같은 항성이라는 것을 개닫고 그 주변을 돌고 있을 수많은 행성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매우 당연한 의문이었다.’ 라고 까지 말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5장.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에선 이러한 인간의 갈망을 해결하기위해 화성으로 쏘아올린 바이킹 호의 절박한 탐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화성엔 그토록 고대하던 ‘화성인’은 커녕 미생물조차 찾을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화성의 미생물학적 존재를 받아들여야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 한줄의 좌절만 얻었다. 하지만 인류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태양계를 넘어 다른 항성계를 탐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 참이었다.
6장.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끝나지 않은 인류의 우주에 관한 탐사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냉전시대에 자신들의 과학력을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벌여진 우주 사업, 그 중에서도 처음으로 태양계 밖을 떠난 인류의 탐사선, 보이저 호의 여행일지를 들려줬다.
보이저라는 작은 여행자가 가져온 정보로 우리는 태양계 식구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 외워야 했던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의 자세한 스펙을 말이다. 별이 되지 모산 행성 목성, 화려한 고리를 가진 토성, 그리고 붉은 화산의 이오, 대기를 가진 타이탄 등 그들의 아들과 같은 위성들까지 말이다.
이제 인류에게 원대한 이웃의 사진을 찍어보내던 보이저 호 는 40년에 달하는 오랜 여행을 끝으로 태양계를 벗어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4년 후, 2020년이 오면 원동력을 잃고 관성에 의해 우주 어딘가로 정처없이 떠다닐 것이다. 어떤 별의 중력권에 이끌려 별똥별이 될 수도, 눈 먼 소행성과 부딪혀 우주 쓰레기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코스모스를 갈망하는가? 1~4장에서 배웠던 것처럼 다시 한번 의문을 가져보자.
우리는 오늘날에 들어서야 별의 구성과 움직임, 그리고 그 실체까지 낱낱이 파헤칠 수 있었으나 우리의 조상은 그러지 못했다. 하루 하루를 불안히 살던 수렵 민족이었던 우리의 조상은 그 날의 사냥감을 위해 무언가에 의지를 해왔고, 그 결과 원시적인 종교란 것이 태어났다.
세상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상상력으로 메워갔다. 매일 밤 드러누우면 보이던 눈부신 은하수가 그러했다. 공해 없는 별들의 향연은 조상의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이내 우리의 조상은 하늘을 거대한 짐승이라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들이 사냥감을 뱃속에 집어넣듯 그들도 거대한 짐승의 뱃속에 산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밤하늘에서 찬란히 빛나는 은하를 보고 생물에게 가장 굵고 중요한 부분인 등뼈라고 생각을 했다. 그들은 은하수를 밤의 등뼈라고 불렀다.
우리의 손은 무언가를 반복할 때면 이내 익숙해진다. 처음 할 때엔 10분 걸리던 것이 두 번째엔 8분밖에 걸리지 않고 세 번째엔 5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이런 것을 노하우라 한다. 이러한 노하우들은 아버지에서 아들에게로,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전수되기 이르렀다.
이렇게 노하우가 쌓이고 쌓이고, 선대의 지식이 책이라는 요소를 통해 후대로 전해지자 인류는 신의 꼭두각시 연극에 탈출하고 싶어 했다. 바벨탑을 쌓아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구약 성서의 인간들처럼 말이다.
무역의 중심에서 모아둔 방대한 지식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자 질병은 악마나 신이 만든 것이 아니었고, 인간과 다른 동물은 신이 빚은 것이 아닌, 그저 아주 단순한 형태에서 발생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 바닷사람들은 바다의 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산제물을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던지기 보단 별자리를 읽어 애초에 요동치는 바다를 에둘러갔다. 마침내 자연은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자연에게도 반드시 따라야할 규칙이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혼돈에서 질서를 읽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코스모스를 갈망하는 이유는 신이 짜둔 운명에서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생존 방식이었다.
출처 | 과제가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