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남편과 결혼 3년차 애기 둘 키우고 있는데 어머님 여지껏 설거지 한번 안시키셨음. 물론 결혼후 해를 거듭할때마다 임신중이었기도 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하겠다해도 말리심. 하이힐신고 다니고 집에서도 전화받을때 뛰어다니는 나를 보고 "힘이 안들긴 안드는갑다" 하시면서도 시킨적 없으심. 내가 한다고 폼을 잡을라하면 먹던 밥도 내팽겨치고 달려와서 못하게 하심. 본인이 하실때도 있고 아니면 시누이 시킴. 그래서 어머님 몰래 두번 한적있음. ( 나중에 당신 몸이 불편해서 못하게 되면 그때 많이 시켜먹을거라 말씀하심)
명절음식: 매번 우리가 도착하기 하루전날 모든 음식을 다 해 놓으심. 여테 가서 먹고만 옴; 너무 죄송해서 "담번엔 우리 오면 같이 만들어요" 했더니 "한것도 없는데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지" 하시며 웃으심. (그래서 이번에 가면 내가 두번해본 겁나 맛있는 찜닭 해드릴거임)
용돈: 많이 드리진 못해도 갈때마다 드리는데 집에오면 싸주신 반찬 통밑이나 내 주머니에 반 정도를 다시 돌려주심. 더 많이 주실때도 있고; (못해도 한달에 한번이상은 어머님댁에 감)
결혼준비: 우리 회사 사람들이 결혼준비하면 꼭 여자가 한번은 울더라고 맘 단단히 먹으라해서 긴장 바짝했는데 결혼 날 잡고 찾아 뵈었을때 모든 것은 다 너희가 알아서 하라시며 관심이 없나 싶을 정도로 일체 간섭안하심. 그래서 우리는 예물 예단 없이 부모 도움 안받고 누가 많고 적고 안따지고 서로 모을수 있는 돈 다모아 한 통장에 넣고 예식준비부터 신혼여행, 집, 가구 모두 그돈에서 함.
전화: 단 한번도 먼저 전화 온 적 없음. 아! 집에 물건 놓고 갔을때 챙겨놓겠다 전화온적 한번 있음. 전화 자주 안하기로 친구들 사이에 유명한 나와 남편이기에 전화를 자주 안드림.(이건 깨달을때마다 죄송; ㅠㅠ) 간혹 생각날때 할말도 없는데 용기내어 전화드리고는 "사실 용건은 없어요 그냥 했어요" 하면 "목소리 들려줘서 고맙지~ " 하시며 아주 아주 반가워 하심. ( 전화받으시면서 우리 며느리~ 우리며느리~ 라고 전화할때마다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씀하심)
아버님: 아직도 가끔은 존댓말 쓰심;; 응,응 그래그래 대답하시다가도 여기 앉아요~라던가. 잘가요~ 라던가. 그리고 우리 아빠 장례식때.. 장지가 강원도라 거리도 멀고(시댁은 서울) 아버님 연세도 있으신데 장지까지 굳이 가시겠다고 새벽 첫차로 오셔서 밤 늦게까지 같이 있어 주시고 장지에서 내려오는 동안 내내 내 손을 잡아주심. (다 내려와서 아무말 없이 우리 엄마 손도 잡으셔서 엄마가 좀 당황하셨음; 먼저 놓기도 그렇고 꽤 오랫동안 어색하게 두 분이 손을 잡고 계셨음)
아빠 돌아가신 후: 어머님이 우리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내 남편에게도 다 따로 말씀 하셨는데 이제부터 나와 같이 살라고 애지중지 키워주신 큰 아들 우리 엄마에게 보내주심. (나중에 알았는데 남편이 그전에 우리 엄마에게 이제부터 제가 모시겠다 했다 함)
나의 치명적인 단점: 시댁식구들은 여자 남자 할것 없이 모두 다 키가 큼. 나는 극 쪼꼬미임. 키가 작네 입댈법한데 "우리 집은 다 키가 커서 여자도 여자같은 느낌이 없는데 작은 애가 들어와서 너무 좋다" 하시며 웃어주심.
P.S 더 많을텐데 생각도 안나고.. 내가 정말 복터진 며느리며, 아내란 사실이 글을 써보니 더 많이 느껴지고 죄송해서 여기서 마무리해요. 나는 어머님께 좋은 며느리가 아니고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아닌데 더 잘해드려야겠다 생각이 많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