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7회 콜드패.. WBC 아시아예선 2차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는 이렇게 치욕적인 스코어의 콜드패로 막을 내렸다.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마지막 한장의 본선행 티켓을 놓고 내일 중국과 패자부활전을 하게 된다. 여기서 이긴 팀이 최종적으로 일본과 다시 아시아예전 1,2위전을 하게 된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의 일본전은 뭐랄까.. 정신력으로 실력과 인프라의 부족을 매꿔온 것은 사실이다. 1500개의 고고 야구팀과 12개의 프로구단으로 7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과 40여개의 고교야구팀과 8개 프로구단 18년인가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확실히 쌓아온 격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제 1회 WBC에서나 혹은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을 상대로 짜릿한 승리들을 거머쥐었었다. 그때의 중계를 보면 뭐랄까 확실히 선수들의 눈빛은 강렬했다.
워낙 일본이라는 떡밥자체가 우리에겐 반일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주는 요소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를 상대로 깔보는 듯한 자세로 빈틈을 노출시켰던 일본에 대한 분노, 거기에 선수들에게 주어진 병역면제라는 특혜가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운드에 선 투수들의 눈빛은 매와 같이 날카로웠으며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의 위압감은 마치 백두산 호랑이의 그것과 같았다. 그러한 정신력들이 팀을 하나로 만들어주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멋진 역전승을 얻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오늘 야구를 보면서 그렇게 화가 날수가 없었다. 단지 큰 점수차로 졌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야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의외성이 큰 종목이다. 컨디션이 좋은 투수 한명이 경기를 지배할수도 있고 의외의 타자가 큰것 한방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을 수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 150km의 공을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cm단위로 컨트롤 그리고 그 공을 배트로 받아쳐 120m를 날리는 타격
물리학적으로 가장 말이 안되는 이 스포츠는 그렇기때문에 무엇보다도 선수의 멘탈이 중요한 종목이다
오늘 우리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난 당신들의 눈빛에서 승리에 대한 강한 욕구를 읽을 수 없었다. 올림픽처럼 병역면제의 당근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일본팀을 그동안 몇번이고 이겨왔기때문에 이번에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오히려 칼을 갈았던 것은 일본야구였다.
와신상담
난 오늘 일본선수들의 눈빛에서 이것을 느꼈다. 타석에 들어선 일본선수들의 눈빛에 중계를 보고 있는 내가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오늘의 그들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한수 아래의 팀을 상대한다는 방심투성이의 자세가 아니라 동등한 라이벌 팀에 대해 힘 대 힘, 정신 대 정신, 기술 대 기술의 싸움을 걸고 있었다.
점수? 내줄 수 있다. 실책? 시합중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의 대표선수들에게 화가 난 것은 단지 점수를 내주고 삼진을 당하고 실책을 해서가 아니라 언제나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던 그 도전정신 그 꺾이지 않는 불굴의 정신력과 기백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중국에게 져서 대만은 결국 탈락했다 내일의 중국전 오늘과 같은 헤이해진 정신으로 임한다면 대만에게 생긴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않은가!
오늘 이긴 팀에게 내일 지고, 또 오늘 진 팀이 내일 이기는 것이 바로 야구다. 이제는 우리가 와신상담할 차례다.
기억하라..
한국야구는 거침없는 도전자일때 가장 강하다는 것을...
p.s- 내일 중국전에서 칼을 갈고 최종 1,2위전에서 최고의 멋진 경기를 보여주기를.. 거침없는 도전자.. 포기하지 않는 도전자.. 그리고 최후의 승리를 쟁취하는 그 모습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