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조행에서 만났던 저수지의 수위가 떠올라 다시 가보기로 했습니다.
비가, 그것도 많은 양의 비가 내릴거라는 일기예보를 접했기 때문이죠.
이틀간, 하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호우가 내릴거라는 기상청의 예보를 너무 흘려 들었나 봅니다만
어쨌거나 비가 내린다고 하니 미리 가서 비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아침부터 서둘러 현지에 도착하니 조사님들이 몇 분 보이지 않기에 '역시 비가 많이 오긴 하나보다...' 내심 쾌재를 부릅니다.
지난 번에 자리했었던 골에는 새물 유입구가 두군데나 되니 집중호우가 되면 너무 급히 뻘물이 될 것 같아,
반대편의 골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비가 오면 뒤로 물러나기 편하게 낚시텐트를 이용하기로 하고, 미리 대여섯 걸음 뒤에 설치해 둡니다.
아직 이른 시간이니 물 차오를 걸 예상해서 물수세미 길도 내어둡니다.
예상보다 수위가 더 많이 올라온다면 저 옆 작은 독립 뗏장 뒷편에 찌를 세울 계획까지도 미리 해둡니다.
지금 찌를 세운 곳은 낚시를 하는 내가 봐도 미끼가 보일 지경이니 어두워지길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게 밤새 비를 기다렸지만 어째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질 않습니다. ㅡ.ㅡ
라디오에선 여기저기 비 피해 소식에 강우경보에 떠들썩한데 여긴 비가 안내리는군요.
제가 너무 예보를 흘려 듣긴 했나봅니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며 들은 소식은 일요일 밤인 오늘 국지성 호우가 중부지방에 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긴 유독 물새들의 털이 많이 빠져 물가를 떠돌더군요.
그래,
어제는 뭔가 내가 예보를 잘못 이해했었지만 오늘은 중부지방, 충청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린다고 하니 기다려 볼 밖엔...
오늘 밤 얼마나 뒤로 물러나며 낚시를 할 수 있을까 설레기만 합니다. ㅎㅎㅎ
대충 라면을 끓여 끼니를 때우며 밤을, 비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점점 예보는 기대와는 달리 비구름이 경기 북부에 한정되게 좁은 띠를 이루고 있다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큰비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고, 제자리에서 낚시를 하더라도 빗속에서 오랜만에 시간을 보내고 싶어
텐트를 치우고 파라솔을 폅니다.
심기일전.
납자루, 새우, 참붕어들로 바늘을 채우고 두번째 밤을, 비를 기다립니다.
하.....
밤하늘에 별이 총총 빛납니다.
그리고 바람이 터졌습니다.
파라솔은 미친듯이 울어제껴 걷어 버리고 찌를 뚫어져라 바라보지만
장대를 휘둘러 물수세미 사이 포인트에 안착시키기가 점점 힘들어져만 갑니다.
결국 난전을 거두기로 했습니다.
거친 오름수위를 목적으로 했었기에 더이상 앉아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한밤에 철수를 합니다.
겨우 여덟치 되는 정도의 붕어를 만나는 걸로 이번 조행은 마무리해야 겠습니다.
비맞으러 간다는 사람이 비가 어디 내리는 지도 모르고 설쳤군요. ㅎㅎㅎ
아쉬운 2박3일의 계획이 조금 빗나가긴 했지만 공기 좋은 곳에서 호젓하게 찌바라기를 하고 온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습니다.
점점 가을이 깊어 가는군요.
행복한 낚시 즐기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