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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반기문
게시물ID : sisa_7642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함께가자
추천 : 0
조회수 : 61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0/04 08:39:09
나주투데이 이철웅 편집국장 칼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서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화제는 ‘지진’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키워드에는 중요한 연결고리 하나 있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실패다. 지진은 박근혜 정부의 과거와 현재의 실패고, 반 사무총장은 미래의 실패다. 다시 말해 지진은 박근혜 정부의 현재의 행정적 실패를 의미하고, 반 사무총장은 박근혜와 ‘친박’의 미래의 정치적 실패를 상징한다 할 수 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하고 보인 정부의 초동 대처는 이전에 보였던 재해·재난 대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도 5.8의 ‘역대급 지진’이 발생했지만 국가재난 대응체계는 ‘역대급 무능’이었다. 진앙지 정보부터 피해 상황, 대피 요령을 시민에게 알려줘야 할 재난 방송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정규 방송으로 늦장 대응을 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진 발생 후 20여 분이 지난 오후 8시를 전후해 자막으로 지진 발생 사실을 알렸으며,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새롭게 단장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마저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정부는 국가적인 재난·재해를 여러 차례 겪었음에도 바뀐 게 하나도 없음이 다시 드러났다. 다음날 국무회의가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발언 대부분을 북한 위협과 국민단결을 축으로 한 안보문제로 채웠다. 지진 관련 언급은 전체 발언의 10분의 1 수준인 300여자 분량으로 훑고 지나가듯 했고, 국정 책임자로서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에 대해선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왕들도 이렇지는 않았다. 조선시대 지진은 임금이 덕이 부족하여 일어났다고 믿었다. 최소한 조선시대 왕들은 지진의 원인을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하고 하늘의 꾸짖음으로 받아들이려 한 것이다. 물론 지금의 지진이 대통령의 덕이 부족해서 발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초동 대처의 미흡을 인정하고 이해를 구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줘야 했다. 

 "지금 이 자리에 함께하시는 분들과 TV를 시청하시는 분들, 당신들의 정부가 실패했습니다. 당신들을 실망시켰습니다. 국민을 지켜야하는 저희들이 실패했고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노력했지만 그것은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실패했습니다. 당신들의 이해와 용서를 구합니다." 2004년에 있었던 미국의 9.11 청문회에서 나온 백악관 대테러수사관 리차드 클락의 발언이다. 2004년은 부시의 공화당 정부가 집권하던 시기였다. 집권정부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와 미국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다면 바로 이런 담대함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실패를 인정하는 법이 없다. 특히 이번 정부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하다. 세월호 참사 때 해경을 해체하며 잘못을 회피했던 정부의 태도를 봤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정부는 개인의 부주의와 일선 병원의 탓으로 돌렸다.  

백남기씨는 경찰이 쏜 물대포로 인해 사경을 헤매다 정부차원의 사과 한 마디 듣지 못하고 지난 9월 25일 입원한지 317일 만에 사망했다. 정윤회 문건 파동이 터졌을 때는 의혹에 대한 한 마디 사과나 해명 없이 ‘근거 없는 찌라시에 의한 국기문란’으로 일축했고, 우병우 민정수석의 불미스러운 행태는 끝을 모르고 터져 나오지만 우 수석은 아직까지 청와대에 출퇴근 중이다.   매달 청년 실업률을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고,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해운·조선업은 회복 불능 직전까지 와있다. 자신 있단 분야라던 외교·안보에서도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제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상처를 받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 나라 정부에 의해 ‘불가역적’으로 다시 한 번 모욕당했으며, 사드 도입으로 역대 최고라던 중국과의 관계는 당분간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냉랭해졌다. 최근에 있었던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징후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무려 핵실험이 있고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정부는 투명하지도 못했고,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지도 못했다. 국민들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도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는 믿음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덤으로 막장드라마에 가까운 정권 최상위층의 비리·비위 행태까지 목격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지난 4년 간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박근혜 정부의 행정적인 실패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번 지진발생을 기점으로 박근혜 정부는 정부로서의 믿음을 완전히 상실했다. 여기에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재수 농림식품부장관을 전매특허인 비상시국 운운하며 그대로 눌러 앉혔다.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지진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기문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설이 크게 부각된 것은 흥미롭다. 지진으로 인한 박근혜 정부의 행정적 실패가 드러난 상황에서 친박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친박계 입장에서는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반 총장을 친박 대선 후보로 영입해서 대선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반 총장의 친박 후보 옹립 계획은 지난 4년 간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실패를 자인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행정부를 쥐고 있던 무려 4년이라는 시간동안 제대로 된 대선인물 하나 키워내지 못한 정치 계파가 친박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현실 정치와 사회와 떨어져 있던 사람을 단지 인기가 좀 괜찮다는 이유만으로 대선 후보로 세우려는 친박의 계획은 무모함을 넘어 처량하기까지 하다. 사람이 없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포용력을 갖춘 정치력이 있었다면 능력 있고, 비전 있는 인물을 새누리당 내에서 발굴하여 지난 4년간 충분히 키워낼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의 남을 인정하지 않는 제왕적 정치력과 이에 대한 친박계 의원들의 맹목적인 충성이 현 사태를 야기했을 뿐이다. 

박근혜 개인은 대통령을 역임한 성공한 정치인으로 남겠지만, 친박과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 하나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는 불임계파, 불임정당으로 전락해버렸다.  지진과 반기문, 김재수는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다. 지진으로 박근혜 정부의 행정적 실패를 방증했고, 반 총장 옹립계획으로 정치적 실패를 선언했으며, 김재수 건으로 의회민주주의를 한걸음 후퇴시켰다. 레임덕의 가속화를 막을 방법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잘못을 인정하는 게 변화의 시작인데 대통령이 그럴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출처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172124472858804&id=100001837860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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