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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그녀의 친구였던 그녀의, 첫사랑의 나 2
게시물ID : love_120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썸E
추천 : 1
조회수 : 4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10/01 02:33:03
 
1편은 여기!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093074&s_no=1093074&kind=member&page=1&member_kind=humorbest&mn=534022
 
 
 
 
 
 
울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침을 한번 삼키고
숨을 두번 들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내 모습이
눈물로 어우러지는걸 원치 않았다.

그게 멋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멋있게 보이며 헤어져야지,
쿨한 모습 보이며 보내줘야지,
그렇게 속으로 몇십번을 되새겼는지 모르겠다.

멍청하게도 그랬다.

" 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둘이 서로 좋다는데, 내가 괜히 걸림돌이 되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
너한테 잘해준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런거 같지도 않고,
잘난것도 하나 없는데
이렇게나 이쁜 너를 만나는게 나한텐 너무 과분했나봐... "

이상하게도 말이 술술 나왔다
방금까지만해도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았는데.

그녀가, 유정이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말을 더 해야 할 것 같았다.

" 좋았던 기억들을 생각하면 너를 붙잡고 싶은데...
붙잡아도 잘 만날거란 생각이 안들어서 속상해
너를 보내주는게, 그냥 이대로 헤어지는게 정답인거 같은데,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너무 아파... 슬퍼...
너무 속상하다 유정아. "

" 나... 나는... "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코가 시려온다. 바람이 차게 불어온다.

" 알아... 아무 말도 하지마.
그냥 내가 떠나는게 맞는거 같아.
그냥... 여기까지만 하자. 우리 헤어지는게 맞는거 같아
너랑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어... 안녕... "

헛소리가 나올거 같아서
왜 그랬냐고 원망하고 탓할거 같아서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안녕이라고 내던지듯 말하고는

그녀를 품에서 놓았다.

걸어가는 뒷편에서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그 울음소리가 좋은 소리로 들릴리는 없었다

이쁘기만 했던 그녀가 너무 미웠고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믿을 수가 없었다.

난 누굴 믿고, 누굴 사랑해야 하는걸까.
 
 

모든 세상의 슬픔과 역경이 나에게만 쏟아지는것 마냥
몸이 무겁고 마음이 아프고 삶이 싫었다.

첫사랑이니까, 당연히 이별도 처음이였기에-
첫 실연의 아픔을 겪는 나로서는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잠수'

모든 연락을 끊고, 어떠한 소통도 단절한채로
그냥 방안에 멍하니 있는게 제일 좋았다.

하루는 눈물이 나기도 했고
욕만 하루종일 하기도 했지만
뭘해도 마음이 풀어지지는 않았다

답답한거 같기도 하고... 머리가 아픈거 같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입맛도 없고
밥은 안넘어가는데 술은 잘 넘어가고 그랬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보다는
그저 빨리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만 들었다.

학교를 가면 그녀와 마주칠게 뻔하니까
학교도 못갈 거 같았다.

그래, 휴학을 하자.
군대를 다녀오자.
라는 생각이 정리가 되기도 전에
학교에 전화를 하고 휴학을 신청했다.

휴학은 생각보다 더 쉬웠다

네, 휴학 신청하려구요. 네네 맞습니다
군대가려구요.
아,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당장 내일이라도 군대를 가고싶었지만
망할-
군대라는 곳이,
가고싶다고 아무때나 아무나 들어가는건 아니였다.

신체검사도 해야하고
적정인원이 맞는 시기가 있어야 입대가 가능했다.

세상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술이나 먹으며 하루를 보내야지 하는 마음에
편의점에 터덜터덜 술을 사러 갔다.

며칠 씻지 않은 몰골이라
수염은 덜 자란 풀때기마냥 얼굴에 덕지덕지 자라나 있었다.
세수는 해서 뭐해, 면도는 해서 뭐해
보여줄 사람도 잘보일 사람도 없는걸.

혹시나 유정이를 마주칠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잠깐 문득 들기도 했지만
이런 추레한 모습을 보이기도 싫었고
그냥 잠깐이라도 마주친다는게 너무 싫었다.

막... 너무 미워서 마주치기 싫다기보단
아직도 어렴풋이 유정이 생각이 나고
보고싶고, 왜 헤어지자는 말을 했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난 잘못한게 없는데 왜 내가 이렇게 아프고 있나 하는 마음도 들고
마주치면 다시 돌아와달라고 울고불고 매달릴까봐
... 그래서 마주치기가 싫었다.

미우면서도 다시 한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주변과 소통을 끊고
그렇게 술에 찌들어 살기를 일주일,

배가고팠다.

뭐 좀 먹을게 없을까 하며 집을 뒤적거렸지만
제대로 된 요리 하나 할줄 모르는 내가
먹을 수 있는건 라면밖에 없었다.

라면은 됐고,
뭐라도 먹을까 하는 생각에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한여름이라 차가운 물로 씻어도 됐지만
굳이 뜨거운 물을 틀어 몸을 녹이고 싶었다.

뜨거운 물이 몸에 닿을때마다 몸이 녹아내렸다
노곤노곤하니 몸이 풀리는 느낌이 좋았다.

샤워를 한다는게 이렇게 좋은거였나.

수염도 깎았고, 스킨도 바르고 로션도 발랐다.
향수도 뿌리고...
그렇게 마치 일주일 전의 나처럼 치장 아닌 치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핸드폰엔 부재중 전화도 여럿 떠 있었고
수십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그 중 가장 문자를 많이 보낸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야 이 새끼야. 이제 좀 살만하냐?
이런 xx한 xxxx한 미친 새끼. 아오 진짜."

입이 조금 걸걸한 이 녀석은
아니 이 여자는,
내가 사랑한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나와 가장 친한 여자이기도 했다.

유정이와 나를 이어주는데 있어 큰 역할을 한 그녀.

내가 고백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있을때
유정이도 나를 좋아한다는 천금 같은 소식을 전해주었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불알친구처럼 편했고
지금은 욕도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거 참 욕 한번 실하네
 
"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어디야? "
 
 
 
 
일주일 정도의 잠수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건
나를 정말 걱정해주는 사람이 그래도 있긴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마음이 쓰리고 아픈건 여전했고
길거리의 커플들만 봐도 욱씬거렸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나만 이별하는거 아니고
나만 상처받고 아픈거 아니니까 견뎌내야지
 
" 병신이 혼자 불쌍한척은 다 하네 아주 "
 
친구 녀석은,
만나서 밥을 먹는내내 병신이니 멍청이니 하며
계속해서 욕만 해댔다
 
그 소리가 참 정겹고 좋아서 그냥 듣고만 있었다
 
" 유정이가 그렇게 좋아? "
 
" 알잖아, 첫사랑인거.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넌 알잖아. "
 
말을 꺼내니 막 옛날 생각이 난다
그리 멀지도 않은 옛날이지만 이젠 추억으로도 빛바랠 그 생각들.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같이 노다니던 곳들,
고백하기까지의 그 순간들과 고백했던 날의 떨림들-
첫키스의 몽롱한 소주향과 사탕맛까지 다 떠올랐다
 
" 말해줘야 하나 이걸... "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보며 얘기했다.
말해주다니 뭘 말해줘...?
 
" 음... 정우 너한테 말하기는 좀 그렇긴하다
사실 유정이 걔가 니 친구 만나면서 흔들리고 그랬던거
나한테는 다 말했었거든
자기도 이런 감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
 
유정이와는 대학에 들어와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처음 마주쳤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녀 또한 그 동아리에서 함께 했었고
유정이와 그녀는,
생김새라던가 체형, 검은색 긴생머리 라는 것들이 유사했고
동아리내에 여자 동기들이 몇명 없었기에 자주 붙어다니며 친해졌다
 
그러다보니 옷 스타일이라던가 취미 생활도 비슷해졌고
나중에는 서로 죽고못사는 베프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유정이와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레 그녀와도 가까워졌고
지금은 유정이를 제외하고 제일 자주 어울리는 여자였다
 
" 내가 너네 연애를 다 지켜봤잖아? 너 고백도 못해서 내가 도와주기도 하고.
유정이가 너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알고 그래서...
난 사실 유정이가 조금 흔들리다 말줄 알았어.
아니 솔직히 유정이가 흔들리고 다른 사람한테 눈돌리면 니가 잡을줄 알았어
너 의외로 되게 냉정하고 차갑더라 바로 헤어지자고 그러고 "
 
그 대상이 내 친구만 아니였다면 그랬을지도 모를일이다
내가 조금만 참고 조금만 아프면
어쩌면 아무일도 아닌것처럼 쭉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그 날 술을 안 먹었더라면
술에 취한채로 무작정 헤어지자고 한게 아니였더라면
다 용서할테니 돌아와만 달라고 말했더라면
 
지금처럼 아프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 차가운게 아냐.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헤어지자고 한거지
흔들릴 수는 있다고 생각해 사람이니까.
흔들리는거랑 마음이 점점 식어가는거랑은 달라
넌 내가 아니라서 몰라!!
난 분명 애정이 식어가는걸 느꼈고, 날 차갑게 대하는걸 느꼈어
내가 헤어지자고 안했으면 유정이가 헤어지자고 했을걸? "
 
눈물은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는데
또 점점 스며드는지 말하는 내내 눈이 간질거렸다
 
" 아냐... 조금만 더 지났으면 니 친구 정리하고 너한테 갔을거야
니가 잘해준게 생각나고 너만한 남자는 없는거 같다고... 그랬단말야
병신아... 조금만 참지 그랬어 "
 
조금만 참았으면 될거라고 말하는 그녀가 미웠다
 
물론 날 위해 하는 소리였겠지만...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제일 친한 친구랑 내가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서로가 좋다고 그러는데
그걸 내가... 몰랐다면 모를까
알아낸 상태에서 내가 참는게 맞을까
 
" 아니 병신아... 그냥 참으라는게 아니고
헤어져도 그렇게 헤어지면 진짜 너만 병신되는거 아냐
유정이 년도 내 친구지만 너도 내 친군데
내가 너한테 유정이가 흔들리는거 왜 얘기 안했겠어?
너 병신되는거 보려고 그랬겠어? 아니지...
유정이는 맘고생 좀 해야하고 니 친구놈도 너한테 싹싹빌어야 하고
그래야 맞는건데 지금 너만 아파하고 너만 힘들어하잖아
병신이 뭐 둘이 행복하라고 보내줬다고? 말은 잘한다 진짜 "
 
유정이랑 연우는 나와 헤어진 다음날부터 사귄다는 얘기를 들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였고
내가 헤어자지고 하고 쿨한척 돌아섰지만
막상 그런 얘기를 들으니 배신감 보다는 허탈함이 먼저 왔다
 
헤어지자고 한건 난데
나만 아픈거 같은 그런 상황
 
" 그래서 뭐 어쩌라고... 진짜 쳐다보기만 해도 맘이 아픈데... 어떻게 더 보냐
아예 안보는게 낫고 차라리 안 사귀었더라면 하는 생각만 드는데 어쩌라고...
그냥 친구새끼도 유정이도 내 눈에 안보였으면 좋겠다고... "
 
엄마 앞에서도 울어본적이 없는 나였다
그런데 눈물이 났다.
대낮이고 식당에 사람도 많았는데 눈물이 나왔다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 새도 없이 쏟아져내렸다
 
그녀는 내 눈물에 놀랐는지
허겁지겁 내 옆으로 오더니 나를 토닥이기 시작했다
 
입이 거칠고 남자다운줄만 알았던 그녀에게도
조금은 따뜻한 면이 있다는걸 안 순간이였다.
 
 
 
 
 
출처 12년전 이야기-
쓰기 시작하면 옛 기억이 생생해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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