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보경심으로 시작해서 지난달부터 중국드라마에 뿍 빠져 사네요.. 보보경심은 이미 몇년째 봐왔지만 한번도 정주행한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첨부터 다보니 예전과 좀 느낌이 달라요. 제가 옹정은 좀 별로인데다, 드라마속 약희의 처신이 참 맘에 안들었거든요.. 너무 팔황자에 몰입해보다보니 드라마 결말까지 참 힘들었는데 보고나서 우울감이 장난 아니더군요..
그리고 이어서 분위기 쇄신용 난릉왕.. 3~4일동안 정주행.. 오랫만에 보는 진효동은 어릴적 동동군의 귀여움을 벗고 나름의 카리스마가 더해졌네요. 원래 비극적 내용이지만 밝게 그려져서 부담없이 봤어요..
여기서 끝내야했는데... 어쩌다 들여다 본 랑야방에 또 헤어나질 못하고 책을 주문하려하네요.. 정말 잘 만든 드라마구요, 아는 배우 하나도 없는데 다들 나름의 흡입력이 있군요. 며칠동안 날밤을 새우고 드디어 다 봤어요.
드라마 속 세트들도 참 아름답죠. 기존 명청시대 입식주택이 아니라 이전시대의 좌식이라 참 단아하고 친근감이 들죠..
배우들 연기도 품격이 있고...
매장소를 보면서 어릴적 푹 빠졌던 '북해의 별' 유리핀 멤피스가 떠오르더군요..
혼자서 이 소설 작가가 분명 이 만화를 봤나보다 상상해봤어요..
공주를 어머니로 둔 황실 외척이자 대영주의 아들인 유리핀 멤피스가 반역자의 누명을 쓰고 숙청되면서 가문은 멸해지고 자신은 사지로 몰렸는데, 그곳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돌아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내용이었죠.
고문 후유증으로 병마에 시달리면서 음지에 숨어 사조직을 움직이고, 정보를 수집하고, 진심으로 그를 돕는 조력자들과 그를 사랑하는 예전 약혼녀인 공주까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캐릭터가 겹쳐지는데, 매장소는 또 매장소대로의 매력이 있네요.
유리핀 멤피스는 구시대를 깨고 민중의 시대를 열면서 사랑하는 공주와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은거하지만, 매장소는 끝내 죽음으로 마무리가 되는게 큰 차이겠네요..
몇 년을 '북해의 별' 다음 회차를 기다리며 빠져지내다 한참 민주화운동이 격렬하던 시기에 감동의 종결편을 봤어요.
당시 멤피스 같은 지도자를 꿈꾸며 누구는 그 사람이 DJ라고도 했었고, 그러다 야권 분열로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면서 실망도하고...
그 격렬했던 87년이 떠오르게 한 드라마 랑야방..
간만에 푹 빠져든 중국드라마군요..
중국드라마 수준이 이 정도라면 한류도 오래가기 힘들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위협적이었고, 김용 소설 이후로 이렇게 매혹적인 내용의 정치드라마도 간만이라서 나름 반갑기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