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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독백 혹은 고백 (3)
게시물ID : love_119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원숭이바라기
추천 : 33
조회수 : 2297회
댓글수 : 30개
등록시간 : 2016/09/30 14: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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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70530

2: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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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너에게, 지수가 지금 우리집에 와있다고 하면, 너는 무슨 반응을 보일까.


지수는 일에 관련된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듣고 있진 않았던거 같다. 


나는 머릿속 한가득 너를 채우고, 너의 시점에서 지수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런 표정이 좋았던걸까. 아님 저런 손짓이 좋았던걸까.


역시 그런것보단 저런 밝은 미소가 좋았던거겠지... 등의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너의 시점에서 지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법 얘기를 하다 보니, 너와 나의 관계를 아는듯한 조짐은 보이지 않아, 내심


마음이 놓이기도 했고, 참 이기적이게도 오늘을 이후로는 당분간 지수가 


찾아오지 않게끔 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라고도 생각했다. 


나와 오랫만에 앉아 얘기를 하니, 시간가는줄 모르겠다며, 언니가 너무 좋다고 말하는


지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애써 나 자신을 정당화하려 생각했다.


 너를 만나는게 지수에게 미안할 일은 아니라고.


내가 너를 마음에 품은것이, 지수에게 미안할 일은 아니지 않냐고... 


지수는. 너를 버리지 않았느냐고.


술이 조금 올랐고, 사온 치킨이 거의 다 없어졌을때쯤, 테이블을 치우고 있는 


내 등뒤에서 지수가 갑자기 생각났다는듯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언니! 나 얼마전에 오빠가 찾아왔었다?"


심장이 순식간에 땅까지 떨어진 듯했다.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떤 말을 물어야 하는지, 아니 묻고 싶기는 한지...


얼마전이라면, 그건 도대체 얼마나 얼마 전인건지.


시간이 멈추기라도 했던게 분명하다. 그 짧은 시간안에 그토록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건 가능할리가 없을만큼 어지럽고 혼란스러웠으니까.

"오빠라면, 너 전전남자친구?"


"응. 그 인간이 찾아왔었어. 나 남친이랑 헤어진거 어떻게 알앗는진 모르겠는데... 다 알았다면서 찾아왔더라."


"언제?"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거기서 다급히 언제였냐 물은건 퍽이나 부자연스러웠다.


언제인가가 도대체 뭐가 중요한걸까, 내가 너를 모르는 지수의 친구이기만 했다면.


하지만, 내게는 너무나 중요한 질문이었다. 


난 그때 지수의 친구는 분명 아니었던것 같다.


그 언제가, 내게는 정말 너무나 중요했다.


"음... 한두어달전인가? 갑자기 누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왔길래 받았더니, 집앞이라고 나오라고 ㅋㅋㅋ 나 완전 벙쪄가지고 화장도 안하고 모자 눌러쓰고 나갔더니 진짜로 집앞이더라? "


"그래서?"


"그래서... 그냥 내가 오빠한테 왜 연락하냐고. 무슨 염치로 오빠한테 돌아가냐고 그랬지. 나 다른 사람 좋아져서 가놓고는, 그사람한테 차였다고 오빠한
테 다시 가는건 말이 안되는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그랬더니.... 그냥 다짜고짜 돌아오라 그러더라 만나는 사람없고 내가 오빠가 지독히 싫은거 아니면."


"그래서?"


"그래서.. 아니근데 언니 나 취조해? ㅋㅋㅋ 왜이렇게 다그쳐~"


"어?? 내가 뭘 또 취조를 했다고. 나 원래 말 이렇게 하잖아. 뭘 새삼스럽게.."


당황한 나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랬었나... 아 아무튼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난 오빠 절대로 남자로 안보인다고


그냥 가서 잠이나 자라 그랬지... 아 진짜 너무 놀랐어 나. 우리 헤어진지 1년도 


넘었잖아. 지금까지 날 한번도 잊은적 없대. 그인간도 진짜 병이야 병."


"넌 진짜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 없어?


"어... 솔직히 나 힘들어서 잡고싶기도 했어. 오빠 처음에 왔다가 간 다음 며칠은


진짜 그냥 너무 힘드니까 잡아버릴까...생각도 해봤어."


"그런데?"


지수가 깊게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저었다.


"며칠전에 또 찾아와서 하는 얘기듣고는 진짜 그러면 안되겠다 생각 들어서,


더 모질게 말하고 모질게 보냈어."


가슴이 갑자기 조여왔다. 


며칠전에 니가 또 지수를 찾아갔단 말을 듣고, 그저 가슴이 조여왔다.


"뭐라고 했는데...?"


"하... 진짜 그냥 이사람은 미쳤구나 싶더라. 내가 뭐라고 이렇게 미쳐있나 싶었어.

오빠가 그러더라. 언제가 됐든 좋으니까, 자기가 아주 조금이라도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이용하는거라도 좋으니까 돌아오고싶을때 돌아오래."



"...."


"그래서 내가 만약 내가 안돌아가면 오빠 평생 혼자 살거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래. 자긴 아마 또 누군갈 만나고, 사귀기도 할거고 결혼도 할거같대.

근데 아마 평생 나를 사랑하긴 할거래. 자기는 누굴 만나도 그냥 늘 

나를 사랑할거래. 그러면서 다른여자 불행하게 만들기 싫으면 자기한테 

돌아오라 그러는데... 그말 듣고 진짜 이사람은 미쳤구나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내가 다시 이사람을 만나기 시작하면, 언젠가 또 나랑 헤어졌을때

얼마나 힘드려나 싶기도 하고. 지금은 그래도 처음 헤어졌을때보단

괜찮을거아니야. 그냥 다시 안만나는게, 나을거같다 생각이 들어.

시간이 흐르면 날 잊겠지, 그냥 내가 첫사랑이니까 저러는거려니 싶어.

나는 절대로 오빠를 사랑할 수가 없어. 그리고 또 상처주기 싫어.

진짜 좋은 사람인거 알기때문에, 또 이용하고 상처주면 나 진짜

벌받을거같아서 이젠 내가 싫어. "


나는 지수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시려왔다.


화가 난다기보다 너의 그 지독한 순정이 슬펐다. 


그리고 그런 너를 향한 내 마음이 비참했다. 


그런 비참한 가운데, 나는 지수에게 뭐라뭐라 위로의 말을 건냈다.


아마 진부한 조언들이었겠지.


너무 심난해하지마라. 스트레스 받지 마라. 니잘못이 아니다. 


니마음가는대로 해라.... 


그 와중에도 지수에게 위로를 하고 앉아있는 내 꼴이. 


우스웠다.


지수가 가고 난 뒤 집은 기분나쁠만큼 조용해졌다.


그런 적막이 싫어져서 일부러 크게 티비를 틀고는,


찬장 어딘가 구석에 박혀있던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쁜 습관이었다.


가슴이 먹먹하거나 공허해질때면 한두대씩 피우곤 했다.



왜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인지, 실패한 지난 과거 사랑의 기억들까지


몰려와 밤새도록 나를 괴롭혔다. 


나는, 행복해질 수 없는 사람인것같아 그게 너무 괴로웠다.


또한, 너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수 없는 사람인 내가 너무 비참했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가 밉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가 또 보고싶었다.







지수의 급작스러웠던 방문 이후에도, 너를 향한 내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커피숍에 가서 책을 읽었고,


맛있는 음식점을 가기도했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다.


다만 달라진게 있다면, 나는 더이상 니 앞에서 연기하지 않았다.


난 더이상 공허한 눈빛으로 너의 동정을 구걸하지 않기로 했다.


최선을 다해 니가 나를 사랑하게끔 해야겠다 다짐 한 후, 난 너에게 좀더 솔직해졌다.


너와의 대화중 웃는 얘기가 더 많아졌고, 너의 팔짱을 끼고, 너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일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다.


난 널 기다리기로 했다.


니가 정리되고 내게 올수 있을 때까지. 니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수도 있다는걸,


꼭 나로 하여금 니가 느낄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날도 그냥 평소와 다름없는 토요일이었다.


너의 집에서 저녁을 만들어먹고, 영화를 틀어놓은 채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우리의 섹스는 항상 말이 없이 시작하곤 했다.


그날 역시 다르지 않았다.


영화가 끝나갈 때쯤 시작된 너의 손길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나올무렵, 내 몸을


널 받아들이는데 아무 지장 없게끔 만들어 놓았다.


정말 평소와 다르지 않던 밤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너는 조심스럽게 밀고 내 안에 들어왔고, 그런 너를 나는 감싸안고 황홀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랬을까.


너의 움직임이 격해졌을 무렵, 갑자기 내 자신이 너무 비참했다.


아니, 수치스러웠다는게 맞는 표현일까. 


너는 나를 보지 못했다. 


그 수많은 섹스중, 단 한번도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한 적이 없었다. 


일부러 너의 얼굴을 잡아보기도 했고, 억지로 눈을 맞추려 해본적도 있었지만, 너는 


그게 안되는 듯 싶었다.


갑자기 그동안 눌러왔던 모든 감정들이 밀려들어오면서, 눈물이 흘렀다.


너는 그걸 알아채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움직임을 멈춘채 매우 당황스러운듯 나를


내려다 보았다.


"왜그래... 왜그래 무슨일이야 갑자기..."


".....아니야 나 잠깐만..."


"괜찮은거야? 왜그러는데..."


"아니... 아니야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해줄래."


"야 니가 우는데 지금 뭘... 어떻게 계속하라는..."


나는 계속 해달라고 하며 너를 더 바짝 끌어 안았고, 


너는 그런 내 말에 멈췄던 움직임을 다시 시작했다.



맹세컨데 그 밤은 가장 황홀했고, 가장 비참했고, 가장 기억에 남는 그런 밤이었다.


니가 나를 안고 잠이 들때까지도 나는 잠이 오지 않았다.


너의 쌕쌕거리는 숨소리만 방안을 가득 매웠고,


나는 이 주체 할수 없는 감정들을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 그저 멍하니 


누워있을 뿐이었다. 



"까똑"


늦은 시간이었고, 연락이 올 사람이 없었다.


부스럭거리며 핸드폰을 열어보니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누군가에게서 메세지가 와있었다.



나를 가장 비참하게 버렸던, 그리고 내가 너를 만나게끔 만든 장본인인.


전 남자친구의 길고도 긴 메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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