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술이 저를 찾아 한여름밤을 달달하고 시원하게 보냈습니다.
여름엔 역시 방학 아니겠습니까.
놓은 방(放)에 배울 학(學)
그래서 저는 배움이 없는지라 제 자신을 내려놓고 술을 맞이했습니다.
어서와~! 반갑다고 한 잔.
이제가니? 아쉽다고 한 잔.
그러다 입추도 지나고, 추분도 지나고
어럽쇼?
그 술이 이젠 저를 찾지 않습니다.
되려 제가 술을 찾아요
아직도 잠자리에 누울때 여름 홑이불 덮고
모기 앵앵거리는게 그렇게 싫고 또 싫다면서
여름은 어디 가지도 않은거 같은데
여름에 만난 그 녀석이 절 두고 갔어요
하..젠장
그렇게 물어물어 찾아찾아
녀석을 만나 따지듯 한 잔 들이켜 물었죠
야, 마, 새캬, 니랑 내랑 알고 지낸게 얼만데 이래 섭섭케하면 안되는거 아니가? 맞나 아이가?
첫 잔에 답이 없습니다.
이러지 말고, 어? 뭐라고 좀 말이라도 해봐라, 마.
얼마나 잔을 들었을까요 슬~ 나를 놓을 때쯤 녀석이 한마디 합니다.
단디해라. 족같은거랑 족되는거랑 다르다. 잘해라.
울컥합니다. 사는게 족같은면 족되는거 아니냐 싶은데
입술 때기 전에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저 또 한 잔을 들이킵니다.
아직
술이 모자랍니다. 저도 모자란만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