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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당신이 눈을 감은 사이에
게시물ID : panic_908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ekapl
추천 : 10
조회수 : 116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9/27 20: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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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의 솔로가 고음부를 향했다.
사랑해선 안되는 사람을 사랑한 죄로 재판에 선 한 여자의 불의한 모습을 노래하며 감동할 수 없는 이야기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자아냈다.

-그 남자는 내것이어야했어. 허나 나는 순간을 붙잡지 못했지. 그 순간을 되돌리려한것이 무슨 죄란 말인가. 신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사 내게 시간을 되돌려주소서. 그 남잘 불행하게 만드는 여자에게 엄벌을. 나에겐 순간을 다시 잡을 기회를.

오페라의 끝은 늘 그렇듯이 여자의 사형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끝이 났다. 타인의 비극은 세발자국 물러나 보면 최고의 희극이랬던가.

기립박수가 한동안 이어졌다.
우레와 같은 함성.
그리고 초승달같이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퍼졌다.

박수가 끊기고 비명은 전염병처럼 관객들의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비명의 중심에는 붉은 것을 분수처럼 내뿜으며 여전히 박수를 치는 자세로 서있는 목없는 시체가 있었다.



왕립 수사관 아이잔은 관자놀이를 어루만졌다.
목격자는 그렇게 많은데 아무도 눈앞에서 사람이 목이 달아나는데 눈치채지 못했다니.
심지어 시체의 목조차 회수하지 못했고 그 자리에 누가 앉아있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매표소의 직원조차 그 좌석은 공석이었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릴!"

광장에서 벌어진 완벽한 밀실 살인.
목격자들의 증언은 모두 같았다.
기립박수를 치다 눈을 깜빡이자마자 자신에게로 피분수가 튀었다는것이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사람의 목을 깔끔하게 도려내고 가지고 사라진다.
이상한점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그렇게 신속하게 살인을 저지를것 같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 위함이 큰데 굳이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객석에서 대놓고 살인을 저지른단 말인가.

현장에서 수집할만한 증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기에 시제를 마공학 부검실로 넘기기로 했다.
빌어먹을 마술사의 족속들이 벌인 일일것이다.
마술과 저주가 개입되면 자신같은 평범한 수사관이 해결할 수 있는일은 많이 없었다.
아이잔은 담배연기를 한웅큼 들이쉬고 또 내뱉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목격자의 진술중 다시 사건이 일어났다.
담당수사관이 목격자의 진술을 듣고 있었던 중 똑같이 목격자의 목이 달아나 버린 것이다.
아이잔의 후배였던 그 담당수사관의 진술도 다른 목격자의 진술과 같았다.
목격자의 진술을 듣고 있다 잠시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갑자기 목이 날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아이잔의 관자놀이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사건의 최초 목격자들부터 시작해서 담당하던 수사관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
눈 깜빡이는 사이 모두 목이 달아나 버렸다고 한다.
어떤 징조도 뭣도 없이 그냥 그렇게.


순식간에 왕국은 목없는 시체만으로 거리를 가득 채웠다.
마공학 연구소에선 뒤늦은 서신을 아이잔에게 보냈다.
아니, 정확히는 보내려 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피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들이 연구하던 목없는 시신을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사실 서신을 보냈어도 아이잔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그또한 목이 날아간 시체가 되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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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전송을 요청함.

아이잔 수사관 눈을 감지 마시오.
이 저주는 매우 강력합니다.
이 저주는 마치 기생충처럼 인간의 뇌에 들러붙습니다.
뇌에서 몸집을 불리다가 일정하지 않은 순간에 성체가 됩니다.
그리고 숙주를향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다가 시선이 사라지는 즉시 인간의 뇌를 뚫고 폭발해버립니다.
그러면서 시선을 거둔 사람에게 전염됩니다.
이미 숙주에게 시선을 한번이라도 준 자라면 모두 감염되어있을 것입니다.
우리도 이미 모두 감염되었습니다. 
우린 눈꺼풀을 잘라내고 계속해서 이 저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부디 이 저주를 해결할수 있기를.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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