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 재밌네요. 베오베 가는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요.
첫번째 껀 정말 아침에 술깨고 지울 수도 있었는데, 아직도 방송이 진짜라고 믿는 분이 있는 것 같아서 냅뒀습니다. 맘껏 퍼가세요. 어차피 막장입니다.
오늘은 이 사건이 벌어진 이후로 제가 겪은 어처구니 없는 일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볼게요. 다 같이 고구마 먹어요. 사이다는 없습니다.
.............
장건희가 제 방에서 나가 여친을 죽인 안방으로 들어가 쓰러지고, 저도 바로 따라 나왔답니다. 여친 상태를 보려고요. 솔직히 살아 있을 거라곤 생각 안했어요. 비명소리를 처음 듣고, 제가 마지막 장면을 보기까지를 역산하면 족히 20번의 칼질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움직임도 없었고요.
근데 여친은 그때 죽지 않았더군요. 그 방에서 기어나와 제 방이 있는 쪽의 벽에 기대어 죽어있었습니다.
아직도 기억해요. 다리 쭉 뻗고 눈 감고 앉아있는 여친 모습이 말입니다. 우두커니 서서 10여초 그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안만졌어요. 아니 못만졌어요.
그때 제가 무슨 생각한지 아세요?
ㅅㅂ 나도 곧 죽을 거 같은데, 나까지 죽어버리면, 이거 진실이 어떻게 되려나?
대한민국 경찰, 국과수 수준 안믿었어요. 그래서 안만졌어요.
저 공대 나왔거든요. 그 상황에서 이과적 판단을 한 거네요. 그 와중에도 제 동선을 최소화 하려고 노력했어요. 현장 오염 안되게 노력했어요.
제가 죽을 확률은 60퍼쯤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마가 포가 떠졌거든요. 엄지쪽 동맥도 나갔지만, 이마쪽은 절개면이 크고 동맥이 상해서 피가 비오듯 쏟아져서 눈을 못뜰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인지하지 못한 상처가 복부쪽에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옷 벗어 확인할 여유도 없었고요.
죽을때 죽더라도 진실은 알리고 죽어야잖아요. 이대로 죽어버리면, 어떤 소설이 써질 지 모르잖아요.(뭐 그땐 죽었으니 상관없으려나?)
한참 신고하려고 핸드폰도 찾고, 안경도 찾으려고 했지만, 답이 없더군요. 그렇게 버린 시간이 1분여 정도? 안경쓰신 분들이라면 아시잖아요. 안찾아지는 건 안찾아지는 거. 다시 판단했죠.
'지금 이 시각에 깨어있을 사람이 있는 곳은 편의점 뿐이다.'
편의점 가려고 나왔어요.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4분 정도 됩니다.(이건 그 당시에 제가 계속 행동을 역산해서 기억하고 있는 거에요.)
나와보니 비명소리 듣고 구경온 남성 둘이 있더군요. 한사람은 휴가나온 군인, 한 사람은 동네 아저씨.
신고좀 해달라고 했죠.
휴가나온 군인이 112에 신고를 하기 시작해요. 그 사람이 그러는데..아시잖아요. 112가..어디죠? 무슨 상황이죠? 대충 1,2분 정도 계속 묻더군요.
장난하나.. 사람이 죽어가는데.. 옆에 아저씨한테 119에 연락해달라고 했어요.
도망가더군요.
여러분. 여러분이 만약 저 구경꾼 1,2가 된다면, 조언할게요. 도망가세요. 그게 헬조선의 생존법입니다. 왜냐고요? 귀찮게 참고인조사 받아야 하거든요.
저 아저씨는 도망을 갔기 때문에, 귀찮게 참고인 조사를 안받았어요.
청년이(그땐 군인인지 몰랐음) 112를 붙잡고 있기에, 제가 소리쳤어요. "119를 부르라고요!"
그때 당시 영상은 지금도 떠돌아다니니깐 심심하면 검색해보시고요. 그때 신고해준 착한 군인분에게 지금 시각을 물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경찰은 금방왔어요. 2분 걸렸습니다. 우왕좌왕 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죠. 그분들은 FM대로 했어요. 현장상황 확인하고 현장보존 위해 바로 빠졌으니까요.
119는 몇분만에 왔을 거 같아요?
49분 걸렸습니다. 새벽 5시 반에요. 길도 안막히는데요. 119 도착하자마자, 제가 옆의 그 청년한테 물어봤어요. 지금 몇분이냐고. 기억하려고 애써서 기억하고 있답니다.
"잘들 돌아간다. 119가 49분에 도착하고."
근데 119욕하지 마세요. 도착한 앰뷸런스는 119구급차가 아니라 근처 병원 차니깐요. 거리는 한 300미터? 그쯤 떨어진 동네 구급차가 왔네요.
뭐. 바빴겠죠. 이해해요. 범죄없는 도시 넘버3이라는 노원구니깐. 새벽에 이런 일 터질지 모르고 있었으니깐. 49분도 빠른 거겠죠.
여자 의사인지 구급대원인지 갈피 못잡더군요. 집안에 들어갔다가 아마도, 혼났겠죠. 이미 안엔 사망한 사람들뿐인데 족흔 남긴다고 쫓겨났을 거 같아요. 우왕좌왕하더군요.
아니, 근데, 다 이해는 하는데. 나 지혈은 안해줌?? 나 피 안멈추는데? 1시간 정도 됐으니깐 몇리터는 흘렸는데?
농담아니고, 119 애들 와서, 제 상태 안봐요. ㅎㅎㅎㅎ. 그냥 앉아있으니깐 멀쩡해 보였나 봄.
한심해서. ㅅㅂㅅㅂ 거리다가, 처음 신고한 그 청년한테 그랬어요.
"휴지라도 있으면 좀 주셈. 그걸로라도 막아보게."
"거즈가 있는데 가져올까요?"
"콜!"
그 청년이 집에 가서 거즈가져와서 묶어줬음.
119는 뭐하는지 모르겠고.
아, 119 오기전에 노원서 강력계 형사들이 먼저 왔었네요.
제가 앉아서 계속 욕했거든요. "씨바 자다가 죽는 게 어딨냐고." 뭐 이런 식으로요.
어느 형사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씨발 욕좀 그만하라고!"
제가 배운 건 있어서....
"지금 저한테 욕하신 거임? 님 이름 뭐임?"
형사 도망감.
일단 형사들이 구급차 타라고 하는데, 제가 이쪽 사람들을 믿지 않는지라,
"내 안경이랑 휴대폰 안에서 안갖다 주면 안감."
이러고 땡깡부림. 물론 못찾음.
그렇다고 내가 들어갈 수도 없음. 족흔 개꼬이니깐.
내가 땡깡부린 이유는 그겁니다. 제가 아는 전번이 딱 두 개 있어요. 우리 부모님 집전번이랑, 여친 번호.
근데 여친 부모님 전번은 전화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락해야잖아요.
30분을 땡깡 부렸는데 안찾아줍디다. 그러는 사이에 노원서 과학수사팀 도착하고 폴리스라인 쳐지고 해서.. 노답이다 싶어서 포기했고요.
어차피 지금 구급차타면, 피의자 신분 된다는 거 알고 있었습니다. 형사들한테 담배한대 주면 구급차 타준다고 했습니다.
그 담배 다 태우니깐. 비로소 제 상태를 알겠더군요. 춥더군요. 피 좀 많이 흘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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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과정이야 뭐 별거 없습니다. 경찰은 당연한 의심을 했고, 어떻게 연락이 된 건지, 로펌 몇군데서 연락이 오더군요.
"정당방위라는게 정말 받기 어렵습니다. 근데 이번 건은 저희 로펌에서 잘 해보겠습니다. 경찰이 뭐 물어보더라도 묵비권 행사하시고 저희 기다려주세요."
사촌 여동생 친구의 로펌입니다.
"그래서, 얼만데요?"
"1심 4천이고, 고법, 대법 따로입니다."
"네. 그냥 국선할게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죠. 토탈 1억 이야기 하던데 ㅎㅎㅎ.
그땐 뭐... 마누라 죽고, 마누라 지키지도 못했는데 1억들여 내 정당방위 주장한다는 게... 이게 인간이 할 짓임? 과잉방어라고 징역 몇년 살아도 상관없긴 했고, 곰곰히 생각해보니깐 이게 정당방위가 아니라면 법조항 자체를 삭제해야지.. 뭐 그런 생각이었음.
대학 선배들도 어케 연락이 됐는지, 국민참여재판 무료로 진행해주겠다는 변호사도 있고..
싫다고 했음.
그때 저 감시하던 형사들이 그럼.
저것들 사기꾼들이니깐, 차라리 국선하라고. 근데 지인 친구라는 변호사들은 그럼. 경찰 말 듣지 말라고.
솔직히 좀 혼란스러웠음. 둘 다 상대가 사기꾼이라고 함.
그냥 내 꼴리는 대로 하기로 함. 그리고 그게 맞음.
여러분, 여러분이 이런 일 겪는다면(이게 할 소린가 싶기도 하네요), 여러분 판단만 믿으세요. 누구 말도 듣지 마세요.
부모, 친척, 형제, 경찰, 변호사. 그 누구의 말도 듣지 마세요. 당신의 양심의 말만 믿고 따르세요. 당신 문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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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는 저를 하계동의 을지병원으로 데려갑니다. 응급실로요.
여기서 일단 펌핑을 잡았어요. 이마, 엄지손가락. 고통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마취없이 하는데도요. 아드레날린이 이렇게 좋은 겁니다.
근데 여기도 웃겨요.
피를 뽑겠다더군요.
이상하다 싶었죠.
'난 수혈 받아야 하는데, 왜 내 피를 뽑지?'
물어보니 피 뽑는 간호사가 그럽니다. AIDS 어쩌고 저쩌고.
네. 눈치 채신분들 계시겠죠. 이거 그거에요. 비급여되는... 멋모르는 환자한테 덤탱이 씌우는 의미없는 그거. 8만 얼마짜리던가.
살인사건으로 실려온 환자한테 그 사이에 강매하는 대한민국 의료 클라스~ 캬... 짠합니다.
대학병원인데도 신경봉합수술 못한다기에 근처 전문병원인 현대병원으로 이송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수술 마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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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벗어준 옷은 경찰이 회수해 갑니다. 당연히 최중요 증거죠. 피로 흠뻑 젹서진 건데.
국과수에 지급으로, 경찰이 직접 국과수로 들고가서 1차로 검사 마쳤습니다.
그리고 저한테 다시 돌려줬습니다.
'으음??'
그땐 별 생각없이, ㅅㅂ 이걸 나보고 다시 입으라는 거야?
뭐 이정도 생각뿐이었음.
우리 매형한테 줬고 매형이 저 퇴원하고 나니깐 어떻게 하냐니깐 버리라고 했고요.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골때리더군요.
최중요 증거물인데 그걸 돌려줘?
나중에 한 달인가 지난 후에, 경찰조서 쓸때,
'우리가 그때 경황이 없어서 실수도 많이 했고...."
그러길래
"네. 그렇죠. 그때 옷은 왜 돌려줬어요?"
"음?"
비상걸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경찰은 너무 욕하지 마셈. 저 잘 챙겨주셨음. 지금도 담당 팀장이 가끔 안부전화 하시고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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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서 8차인가 받았는데, 그때 경찰 아자씨들이 자꾸 그럼.
"님 이런식으로 너무 생각없이 말하면 님한테 손해 감. 검찰 아자씨들은 우리랑 다름. 걔넨 피도 눈물도 없음. 경찰 조서랑 검찰 조서랑 급이 다름."
"내가 뭐 죄졌나용??"
"그런 태도가 나쁜 거임. 고분고분. 생각도 좀 하면서 말하라고."
심지어는 연습도 시켜주겠다고 했었음. 막상 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내 태도가 뭔가 문제가 있긴 있었나 봄....
"아니, 그럼 구속시키든가~~."
계속 이랬거든요.
하여간 그렇게 검찰조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으러 갔습니다.
어차피 다 판박이죠. 경찰의 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수준이었고, 그게 다 동영상으로 찍힙니다. 아마도 대검찰청의 NDFC에서 나왔을 분이(추측임) 그 조서과정의 반응을 녹화한 CD를 복사해갔고.. 한 4장 됐나. 그걸 토대로 이놈이 거짓말을 하는지, 아닌지 분석했겠죠. 그걸 무슨 검사라고 하든데..
근데, 이게 검찰 수사의 묘미가 그거더군요.
"님, 죽은 여친의 유두에서 타액이 검출되었습니다. 님은 경찰조서에서 당일 성행위가 없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이게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엥? 뭔소리임? 혹시 내가 대화하다가 침이 거기로 튀었단 말임?"
"그건 아님."
"그럼 장건희가 강간시도를 했다는 말임?"
"그것도 아님."
"아니 그럼 시바 뭐냐고. 그 타액 유전자가 누구꺼임?"
"모름."
"장난깜?"
"그래서 성행위 했습니까, 안했습니까?"
"안한지 6개월째다.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니깐."
"아니다. 타액은 분명히 나왔다. 정말로 안했냐? 혹시 기억이 뭐.. 잘못되거나.. 뭐 그런거?"
"안했다니깐! 안했다고! 안했다고! 가족이랑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라고!"
결론은 내지 않고, 그렇게 검찰조서과정을 쓰고 나왔습니다. 버스타고 오는데. 계속 저 마지막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더군요.
내 타액도 아니고, 장건희 타액도 아니다....
그럼 여친이 불륜을 했다는 말인가?
아닌데? 얘 그럴 애 아닌데?
그래도 한 길 사람 속 모르는 법인데, 정말 검사 말대로 바람 피우고 다녔나?
온갖 망상이 떠오르더군요.
그러다가 아주 오래전 알고 있던, 봉인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함정 질문.'
이 사람이 여태 한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늠하게 만드는 질문 말입니다.
근데 한편으로 함정질문의 조건도 떠올랐습니다.
이 질문은 독립적이어야 하며, 그 어떤 후과도 없어야 한다는 점.
문제는, 이 함정질문으로 인해, 저는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의심을 평생 할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여친이 나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의심을 말입니다.
이 질문은 잘못 설정되었습니다.
솔직히 저게 함정질문인지 아닌지 이미 딴 데로 전출발령난 검사한테 물어볼 수도 없습니다만, 100프로 확신합니다.
웃기죠? 검사는 팩트인 것처럼 저 질문을 던졌을 뿐입니다. 반응 보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검사새끼가 아이큐가 100쯤 된다는 거지요. 뒷일 생각 안한다는 겁니다. 너 따위는, 무시해도 되는 인간이니깐, 평생 내 질문의 해답을 찾고 있어라. 라는 식이죠.
제가 함정질문이라는게 존재하고, 그 조건을 알고 있는 이라서 다행이지. 몰랐다면요?
지금도 고민하고 있겠죠?
이게 대한민국 검찰 클라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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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건은..솔직히 너무 김. 아무리 제 이야기에 관심들을 가져주신다지만, 감당할 수 없는 용량임. A4 30페이지 짜리임.. 나중에 써먹으려고 날잡아서 리포트 적어보니깐 정말 저 정도 나왔네요. 솔직히 sbs 얘네들도 이번에 쓰고 쫑내려고 했는데, 이미 쓴 분량도 길어서 그건 내일 쓸게요.
벌써 새벽 4시 40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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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주시는 건 고맙습니다. 무슨 이민 가시라는 분도 있는데, 전 한국어와 한글이 좋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병원, 119, 경찰, 검찰. 이중에 검찰을 제외하곤 너무 욕하지 마세요. 실수이지 의도적이진 않으니까요. 저기 저 병원 간호사가 팔아먹고 싶어서 저한테 AiDS 그거 팔아먹었겠어요. 사건 내용도 모르고, 그냥 왔으니. 위에서 시키니깐, 하던 대로 팔아먹었겠죠.
근데 검찰의 함정질문은 너무했습니다. 그냥 안중에도 없다는 식이기 때문입니다. 저 검사는 경찰한테 제가 출판했던 책들 읽어보고 독후감 제출하라고도 했죠. 다 합쳐서 20권쯤 되는데... 아니 그걸 심리학자한테 의뢰하든가 해야지 경찰한테 맡겨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그리고 책에서 사람 죽이면 현실에서도 사람 죽이나? 어이쿠..예비 살인마 작가님들이 대한민국에만 몇만명 계시네 ㅎㅎㅎ.
다들 이 맛에 헬조선 사는거 아니겠습니까. ㅎㅎㅎ
ps: 저 안 미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