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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틀렸다.
게시물ID : freeboard_13540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씨밝근혜
추천 : 0
조회수 : 1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9/25 04:10:27
아이 울음에 눈을 떴다. 마누라와 눈이 마주쳤다. 대뜸 꿈을 사란다. 동전이 없는데... 천원짜리 한 장과 내용도 모르는 꿈을 바꾸었다. 분유를 타서 아내에게 건네준다. 난 출근준비를 해야한다. 둘째는 기특하게도 백일이 되기 전에 이미 통잠을  자다 싶이 하고 내 출근시간 즈음에 보챈다.

회사생활은 지겹다. 일은 적성에 맞다. 하지만 고인물은 썩는다. 난 나태해질대로 나태해졌다. 아직 젊은 나이다. 85년생. 난 내 나이를 굳이 세어보지 않는다. 그런탓에 명절때 누가 올해 몇살인가를 물어보면 흠칫 놀란다. 서른둘이라니. 곧 더 놀란다. 마눌이 서른셋이라고 고쳐준다. 난 빠른 85다. 회사도 몇년을 다닌건지 모르겠다. 

꿈을 샀으니 로또한장 사보겠다고 다짐했다. 얼마만인가. 1년이 넘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평소에 복권을 사지 않는다. 동네 슈퍼에서는 경주 법주 2개 묶음을 1980원에 판매하고 난 이틀에 한번꼴로 그것과 맥주등을 산다. 노무현 대통령이 죽은 후 줄곧 매일 술을 마셨다. 가끔 심한 감기몸살이 있는 날만 빼고. 퇴근하며 뭐 사갈게 없는가 아내에게 전화하니 이제 세살된 첫째딸이 아빠 언제와요 하며 우는소릴 한다. 여우다. 애비를 홀려버린다. 딸아이 음료와 맥주를 산다. 아내가 치킨을 먹자고 했다.

나는 딸 하나만 딱 낳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게도 그것은 현실이 되었었다. 첫째는 아주 이쁜 딸이다. 난 더 원하는게 없었지만 아내는 혼자는 외로울거라고 나를 설득했다. 세뇌가 된건지 어느날 테스트기를 사와보라는 아내의 심부름에 난 약국에가서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테스트기를 사왔었다.

둘째는 성격이 아빠를 닮았다. 성격이 급해 빨리 세상에 나오려고 했다. 때문에 아내는 한달을 넘게 병원에 입원했다. 조산기가 있어 입원하는 산모는 의외로 많았고 아내가 입원한동안 첫째는 낮엔 장모님께서 맡아주셨고 퇴근하며 내가 데려왔다. 사장 눈치를 보며 일찍 퇴근해야했다. 

아무래도 둘째를 키우는건 첫째때와 다르다. 첫째는 안아보기도 무서웠다. 내가 실수해 아이를 다치게 할거라고 생각했다. 목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다거나 손에서 미끄러진다거나 넘어진다거나 온갖 상상들로 겁이 났다. 둘째를 안을때는 그나마 익숙해졌다.

첫째는 기특했다. 동생 동생하며 기저귀를 챙겨다 준다거나 손수건 혹은 물티슈를 갖다주었다. 분명 말을 못알아 듣는 아이였는데 어느새 말을 알아듣고 눈치도 생겼다. 첫째아이는 잠이오면 손수건을 찾는다. 한손에 손수건을 쥐고 다른 손의 엄지손가락을 빠는데 아마도 손수건에 애착이 생긴게 아닌가 한다. 동생이 울면 달래보다가 그 손수건을 동생손에 쥐어주기도 한다. 양보하는 것이다. 가르치지도 않은 것을 한다.

회사엔 나를 포함해 직원이 4명뿐이다. 더 있을때도 있었지만 요즘은 불경기다. 그리고 보통은 이정도 인원을 유지해왔다. 보통 토요일은 나 혼자 출근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일이 있어 한명 더 출근했다. 혼자 출근하면 적당히 시간을 봐서 일찍 문을 닫아버리고 오지만 오늘처럼 두사람 이상이면 어쩔 수 없이 다섯시까지다.

열두시즈음 아내에게 메시지가왔다. 몇시에 오는지 일찍 오는지를 물었다. 오늘은 혼자하는게 아니라 늦는다고 했다. 왠지 아내의 대답이 싸늘하다. 기분이 나쁜건가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집에오니 아내는 첫째를 씻기려하고 있었고 아이는 싫다고 울었다. 전에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씻기겠다고 데려갔더니 심하게 울어 포기한적이 있다. 아이에게도 나름의 이유와 의사가 있을테니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강제로 하진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아내에게 아이를 놔주라고 했다. 반응이 심상치않다. 아까 기분이 나쁜게 아니라고 했지만 나빴던게 분명하다. 

나더러 어서 씻고 나와서 아이를 보란다. 미치겠다고 한다. 아이가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답했다. 이정도 힘들거란 생각도 못하고 둘째까지 낳자고 했냐고 말해버렸다. 내가 지금까지 어디서 놀다가 들어온것도 아닌데 그런식으로 말해야겠냐고 쏘아붙이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이번 추석내내 나는 복통에 시달렸다. 나는 장손도 아니고 우리아버지 위에 큰아버지가 있다. 내쪽은 추석 당일 차례를 지내지만 아내쪽은 추석 전날 저녁 차례를 지낸다. 이번 추석아직 어린 둘째를 핑계로 큰집에 음식하러 가지 않고 아내와 처가에 먼저 갔다. 복통은 그런대로 참을만했다. 큰집에 큰어머니가 눈치를 준다기에 추석 당일 아내는 아이들과 집에 있도록 두고 홀로 큰집에 갔다. 아버지도 홀로 왔다. 어머니와는 몇해전에 틀어져서 어머니는 명절도 제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시어머니도 없으니 며느리만 오기도 어색하다. 내가 원치않는다. 복통때문에 아침 식사도 같이하지 않고 일찍 집으로돌아왔다. 신기하게도 집에오니 괜찮아진다.

추석 다음날. 아내의 이모와 그 식구들 그리고 외삼촌 등이 모이는 날이라 함께 가서 아이를 본다. 밖에 나오니 복통이 있긴하지만 어제보단 조금 나아졌다. 아내에게 내일 아침엔 혼자 드라이브를 하고 오겠다고 말해두었다. 

둘째딸이 보채는 소리에 일어나 분유를 타 먹이고 다시 재운뒤 나왔다. 바닷가를 돌아볼 생각이었다. 전화가 와서 받으니 아내다. 어디냐고 물어보는 목소리가 싸늘하다. 전화를 툭 끊더니 카톡이 왔다. 생리통으로 배가 아픈데 나갔냐고 한소리 한다. 한시간만에 되돌아왔다. 아내는 내가 추석내내 복통에 시달린것을 안다. 섭섭했노라고 말하진 않았다.

복권이 되면 일의 비중을 줄이고 싶었다. 나도 주 5일만 근무하고 매일 5시면 퇴근하고 아이들을 보고싶다. 외벌이인 지금 상황엔 이걸 그만두면 생계가 막막하다. 요즘은 경기가 나빠 일거리도 줄었다. 신기하게도 일거리가 줄었다고 내 근무시간도 줄어들진 않았다. 

천원 한장과 바꾼 꿈은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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