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자취빌라 1층에는 분식집이 하나 있습니다.
거의 직장인들 퇴근 시간에 맞춰 문을 여시기 때문에
퇴근길에 냄새 솔솔 풍기면 입맛 다시며 집으로 들어갑니다 ㅎㅎ
자취촌이라 그런지 방에서 키우다가 이사가면서 버려지는 고양이들이 꽤 있는데요,
이 고양이들이 안쓰러워 분식집 아주머니가 먹이를 조금씩 주셨는데
항상 아주머니가 분식집 문을 열때마다 서너마리 고양이들이 한자리 차지하고 벌렁 드러누워있습니다 ㅋㅋ
코숏 하나, 삼색 오드아이, 고등어 두마리가 있는데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녀석은 고등어 한 덩치 하는 '나비' 입니다 ㅎㅎ
이녀석이 제일 이동네 짬밥을 많이 먹은 듯 하고
덩치도 크고 해서 그런지 사람이 가도 잘 안도망가고요
분식집 문 바로 앞에 드러누워서 호시탐탐 안으로 들어가기만 노리고 있습니다 ㅋㅋ
(아주머니는 털날리는게 위생상 안좋다고 계속 내쫓으시지만요 ㅋㅋ)
며칠 전 밤에 그 집에서 분식을 사들고 가기 전에 나비를 만졌는데,
아주머니께서 '고양이를 만졌으니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고 가라' 하셔서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물을 털면서 나왔습니다.
마침 나비가 앞에 있길래
친구들한테 흔히 장난으로 손에 남아있던 물기를 털듯이
나비한테 얍얍! 하면서 물방울을 튀겼습니다.
나비가 물방울 두세방울 맞더니 "냐앙!" 하고 호로록 가버리더군요.
그런데 그 뒤로 퇴근길마다 인사를 하면서 손을 내밀면
얘가 자리를 피하는겁니다 허허;;ㅋㅋㅋ...
물튀기기 전에는 손 내밀면 냄새 킁킁 맡고 '내 몸에 터치를 허락하노라~' 하면서
벌렁 드러누웠었는데.. 이때 약간 당황했죠 ㅎ;;
사료를 조금 헌상해도 본체 만체 자리를 휭 떠버리고
아.. 내가 물 튀긴거 때문에 얘가 삐진걸까?
하고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 마침 일찍 퇴근하는 길에
나비가 또 분식집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길래
살며시 가서 사과했습니다.
"저번에 물뿌린거 때문에 삐진거야?"
"미안해~ 다시는 안그럴게.."
그러자 나비가 저를 돌아보며 짧게 "냐옹" 하더니
일어나서 저한테 부비적 거리더라구요.
그 때 찐~한 감동과 함께
동물도 감정이 있구나, 진심으로 대하면 그에 상응해 주는구나 하고 다시 한번 느끼게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음 깊은 나비와 화해의 기념으로
신나는 골골송과 부비적을 받고
그동안 못긁어줘서 간지러웠을 이마와 턱과 뱃살을 어루만지고 왔습니다 ㅎㅎ...
이래서 내가 고양이를 못끊어... 후...♥
여러분 고양이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은 다 감정이 있고
교감을 합니다.. 오늘 그걸 마음 깊이 느꼈어요.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 뿐 아니라 모든 동물들에게 잘해줍시다..헤헤 ^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