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생긴 일
그날 나는 108번 버스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선잠이었지만 개와 고양이가 다투는 꿈을 꾸고 있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38분이었다.
대략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운전사분 옆에 서 있었다.
아저씨는 등산복 차림이었다. 어께에 짊어진 배낭엔 흙이 잔뜩 묻어있었다.
얼큰하게 한 잔 하셨는지 얼굴이 붉었고 입에선 콩비지 냄새가 났다.
아저씨는 카드 찍는 곳을 가로지르는 봉을 잡고 비틀거렸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려다 바닥에 떨어뜨렸다.
코김을 한 번 내뿜은 후 쪼그리고 앉아 카드를 다시 주웠다.
요금을 계산한 후, 아저씨는 운전사분의 뒷자리에 털석 앉았다.
나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모자를 쓴 흔적 때문에 머리카락이 눌린 자욱이 보였다.
아마도 모자는 어딘가 흘려버렸겠지.
나는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기사양반 내 자지가 얼마나 큰 줄 아시오?"
걸걸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
당황한 기사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가물치 대가리 같은 물건을 달고 삽니다."
아저씨는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조금 조용히 해 주세요."
운전사분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어흐. 아침에 일어나면 금방 삶은 뜨끈뜨끈한 고구마가 벌떡 서 있는데 이 건 당췌."
아저씨는 운전사분의 머리 쪽으로 연신 트림을 했다.
계란 노른자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떨 땐 내 것을 보고 깜짝깜짝 놀란단 말이오. 이 게 다 내 건가? 시커먼게 이무기야 이무기. 아니 용이지."
사타구니를 더듬던 아저씨는 금방이라도 바지를 내릴 기세였다.
"사장님. 승객분들이 계시잖아요. 좀 조용히 갑시다."
운전사분은 화가 났는지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었다.
"어허. 불알도 얼마나 큰지 울산바위 두 개가 덜렁덜렁. 허 거 참 죽을 노릇이오."
"그만합시다. 얼굴 붉히는 일 생기기 전에."
정류소에 잠시 정차 하자 운전사분은 몸을 돌려 아저씨를 보며 말했다.
"자지가 커서 자지가 크다고 말하는데 뭣이 잘 못 되었소?"
아저씨 역시 목소리를 높혔다.
운전사분은 차를 출발 하지 않고 아저씨를 노려보았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꽤 긴 침묵이 흘렀다.
그 때 아저씨 반대편 자리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말했다.
"크면 뭘해 용맹해야지."
다시 버스의 문이 닫히고 차는 조용히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