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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후 쓰는 소박하고 평범한 하지만 나름 행복한 시댁 이야기.
게시물ID : wedlock_47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mstern
추천 : 11
조회수 : 160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9/20 00: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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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나면서 속상한 이야기도 많이 올라오고 또 자랑글도 간혹 올라오는데요,
저도 자랑아닌거 같지만 자랑인 평범한 저희 시댁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저나 남편은 평범하기 그지 없는 가정의 장남,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시댁 부모님들도 흔히 볼수 있는 60대 어른들일 뿐입니다.
 
자녀들을 매우 사랑하시고 최선을 다해서 챙겨주려 하시지만
또 다혈질처럼 화도 잘 내시고, 생각없이 상처될 말도 가끔 던지시고 속없는 말씀도 가끔 하시지요.
저도 부모님 말씀에 가끔 상처받을때가 있으니 시부모님 말씀도 가끔 그려러니 합니다.
사실 시댁에 처음 명절을 맞이해서는 친정과 다른 분위기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욕도 많이 하시고, 거칠게 말하시고 말도 막하는 것 같아 상처도 많이 받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익숙해지고 거친말도 어떤 뜻이나 생각으로 하시는지 알게되니 그냥 흔히보는 츤데레 부모님이더라고요.
 
 
그럼 이번 명절 이야기겸 시댁 자랑좀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흰 명절이 되면 월차를 내고 하루 이틀 일찍 시댁에 내려갑니다. (4-5시간 거리)
시누이가 명절에 자신은 가족들을 모두 보지 못한다고하는 것이 불만이라 제 나름대로 내린 절충안입니다.
그래서 명절 전에 시누이가 그쪽 시댁으로 출발하기 전에 다 함께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남편은 멀어서 가족과 자주 못보니 기왕 힘들게 갔을때 오래 있다가 오는 것이 맞는 것 같아 내린 결정입니다.
전 가까워도 엄마, 아빠 보고 싶을때가 있는데 멀어서 자주 못보니 남편은 얼마나 가족이 보고 싶겠어요.
더 자주 못내려가는 것이 미안해서 기왕 갔을때 최대로 오래 있으려 합니다.
그리고 가면 또 괜찮아요. 잼있어요.
남편도 엄청 좋아하고, 시댁 부모님들도 남편 왔다고 너무 반가워하시고 좋아하십니다.
 
 
그리고 시댁은 시골분들이라 엄청 가부장적일 것 같은데 또 의외로 엄청 오픈 마인드신지 묘하게 남녀평등합니다.
 
 
시아버지는 고기요리에 정말 자부심을 가지고 계시고 이건 시어머니께서도 인정하셨습니다.
고기요리만큼은 절대로 자신이 집도하십니다.
저희가 가면 큰아들 좋아하는 고기를 먹여야 하고 그럼 시아버님이 요리하십니다. 제가 하면 맘에 안드시고 시어머니께서도 못 건드십니다.
그리고 남편은 시아버지가 하는 요리가 제일 맛있다며 시아버지께 주문합니다. 장남에게는 항상 약한 시아버님, 요리하십니다.
전 시아버님이 해준 요리를 황송히 먹고 할줄 아는건 설거지 밖에 없으니 그거라도 하는 거지요. 근데 시아버님 고기요리 진짜 맛있어요.
 
 
명절 전전날 시누이 내외가 오면 또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시댁은 해산물 요리는 별로 안즐기는데 시누이 남편은 바닷가 출신이라 해산물 요리에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럼 보통 올때 해산물을 사와서 요리를 합니다.
보통 사위는 손님이라던데 이 요리는 내가 집도한다라는 느낌으로 저와 시누이는 보조를 합니다.
(시누이 요리 잘 못해요. 나 요리 잘 못해요. 해산물 들고 둘이 어버버 했더니 재료 망친다고 비키라하고 메인 쉐프로 멋지게 요리합니다.)
시부모님들은 한번 해봐라라는 느낌으로 주방에 저희를 풀어두고 그렇게 해산물로 맛있게 한끼를 먹습니다.
설거지는 시누이와 제가 번갈아가며 합니다. 시누이는 또 너무 착하고 남에게 싫은말 잘 못합니다.
 
 
시동생은 외식을 좋아합니다. 손님오면 밖에서 밥 먹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시누이 오고 저녁때나 그 다음날 시동생이 오면 그 끼니는 밖의 음식을 먹어야해요. 집에서 밥한다하면 승질내며 치킨부터 주문합니다.
명절에 최소한 한끼~두끼는 밖에서 먹어야합니다. (집안일 free! 시동생 최고다!)
외식 비용은 돌아가며 자식들이 삽니다.
 
 
가족들이 모이면 주로 별 이야기는 안합니다.
결혼은 언제하냐, 애는 언제 가질래 말씀은 당연히 하지만 두 아들이 상관말라 난리치니 얼마 안가서 화제는 변경됩니다. 밥상에 앉으면 시아버지께서는 야구 이야기 시작하십니다. 목소리 워낙 크시니 다른 화제는 별로 들어갈 자리가 없습니다.
시아버님 술 반병정도 드시면 정치이야기 시작하십니다.
정부욕하고계시면 주변서 다들 어서 들어가 자라고 합니다. (청중이 사라질때까지 정부에 대한 분노는 그치지 않습니다.) 처음엔 죄송해서 혼자서도 계속 자리지켰더니 정말 3시간이고 계속 하시더군요. ㄷㄷ
 
 
남편은 외할머니를 정말 좋아합니다. 어릴때 키워주다시피 하셔서 내려갈때마다 뵙고시퍼합니다. (친할머니, 할아버지는 별세하심)
 
연세도 많으셔서 언제 마지막일지 모르니 시간만 되면 꼭 가서 뵈야한다고 때를 써서 명절 전날 그곳에 다녀오면 차례음식 준비할 시간이 없어집니다.
그곳은 정말 신기할정도로 시골이라 서울 촌년에게는 모든게 신기합니다.
마당도 있고 밭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개도 있고 쥐도있고 합니다. 재미있습니다.
제가 뭘 하려하면 할머니께서는 질부가 일하는거 보기 힘들다고 방에 들어가서 누워나 있으라 합니다. 그럼 남편 손잡고 마당의 평상에 앉아 시골공기 쐬고 있다보면 몇시간이 금방 갑니다.
 
참고로 시아버지께서는 시골에 아무것도 없다고 항상 마트던 시장이던 가서 고기 안주를 사들고 가시고 그것으로 가자마자 술판을 벌리십니다. 시부모님은 그때부터 친척분들과 무한 수다 시작하십니다.
이미 모인 친척분들은 엄청 유쾌하신 분들이고 시아버지께서 만취하시면 그때 돌아옵니다. 오면 이미 저녁때가 됩니다.
 
 
아.. 차례음식을 준비못했는데 어떻게 하나 고민이 되는 시점입니다.
 
 
전 조용히 남편 옆구리 찔러 시댁 2분거리 시장서 사자고 말하자고 하고 시부모님 쿨하십니다.
(원래는 안되는데 하면서 막 뭐라하시긴 하지만 결론은 오케이십니다. 처음엔 몇시간이고 전도 부쳤고 했는데 명절음식은 다들 안좋아해서 몇번 다 버리게 되자 먹을만큼만 사거나 해서 명절 당일만 먹고 치웁니다.) 
몇만원 들고 남편 손잡고 시장다녀오면 그렇게 차례 준비가 끝이 납니다.
 
명절 당일 차례지내고 올라옵니다. 올라오는 길에 제 외할머니댁 들려서 인사드리고 그곳서 친정 부모님도 만나고 사촌들도 보고 밤되서 서울 올라오고 그 다음날 친정다녀오면 명절도 끝이 납니다.
참고로 멋있는 시어머니는 자신의 손으로 제사를 모두 끊으셨기 때문에 제사는 없습니다.
(시어머니 진짜 시집살이 많이하시고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시어머니 덕에 너무 고생도 안하고 편하게 지내는 것 같아 항상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주변에서 이 이야기하면 정말 결혼 잘했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름 시댁에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댁 가족들 모두 좋아요.
 
명절에 시댁 가는 게 나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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