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같은 다툼인 줄로만 알았는 데
시간을 갖자는 카톡이 와있네요.
이런 저런 상황에 너무 그냥 쉬고싶대요.
어제 얼굴보고 미안하다고 헤어졌어요.
계속 울었어요.
생각지도 못한 통보였고 헤어질만큼 힘든 적은 많았어도
여러 다툼이 있었어도 홧김에 헤어지자고
서로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는 데
생각할 시간을 갖자니... 잡아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서
기다린다는 말한마디 안했어요.
출근하니까 너무 힘들어요.
사내연애였거든요. 이제 저 사람이 제 사람이 아니래요.
바로 앞자리예요. 서로 눈한번 못마주치고 인사한번 못하고
매일 아침 저 아이 커피타는 게 제 회사생활의 즐거움이었는 데
저는 출발했냐는 전화한통을 더 할 수 없어요.
남이예요. 우리가 남이되었어요.
저는 이렇게나 사랑하는 데 우리가 우리가 남이되었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고 사람들하고 얘기하는 데
도저히 못참겠어서 화장실에서 혼자 울고 있어요.
너무 슬퍼요.
저도 알아요. 어떤 이유로든 저를 놓은거잖아요.
마지막 그 미안한 얼굴이 괴로워요.
미련이 남아요. 우리 같이 이겨낼 수 없겠냐고 묻지 못했어요.
자신이 없어요. 제 형편과 현실이...
홧김에도 한번도 헤어지잔 말이 없던 애인데
생각할 시간을 갖자니... 이건.. 더 말할 것도 없잖아요...
아무리 회사에서 우리 다시 봐야된다고
나쁜 사람되기 싫다는 명분으로 저한테 저렇게 착하게 쉬고싶다고 할까요.
정이 떨어지게 떠나줬어야지 그렇잖아요.
저번주 목요일에 커플 폰케이스 택배가 도착해서 신났고
저번주 토요일에 영화보고 밥먹고
월요일에 저는 출근쉬었더니 제가 탄 커피가 없다고 투덜거리고
화요일에 술마신다니까 집에 얼른 가라고 걱정된다더니
토요일에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할까요.
이게 어떻게 되는 거예요. 도대체가
도대체가 어떻게 사람 마음이 이렇게 되는 거예요.
누구보다 잘 알건데 본인이 저에게 어떤 사람인지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거 아니예요.
제가 아직도 이렇게나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이 누구보다 더 잘 알거 아니예요.
토요일 내내 울기만하다가 가족들한테 보여줄 수 없어서
집에도 못들어가고
어제 만나서 쉬고싶다는 그 미안한 얼굴이 내내 먹먹해서
또 내내 울다가 마음정리하려고 맞춰서 산 핸드폰 케이스 버리는 데
그 몇일 되지도 않은 그 케이스 버리는 데만 세시간이 걸렸어요.
써준 손편지며 크리스마스에 사준 목걸이에 커플 운동화 슬리퍼
커플티에 화장품에 화장대에 꽃다발까지 어느것하나
어느것하나 얘가 없는 게 없어요.
어느것하나도 저를
이런 저를 버렸어요. 자기밖에 없는 이런 저를....
처음사랑이예요.
가슴앓이가 괴로울게 뻔해서 하지않았던 제 연애
다가오는 이들을 많이도 보냈는 데
힘들고 외로운 시기에 다가와줘놓고
절대 사랑하지 않는다는 저를 이렇게 만들어놨어요.
마음을 녹여놓고 다시 얼려놨어요.
자기밖에 없는 저를 이렇게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놨어요.
살려주세요.
잡지 않을거예요.
힘들어도 견딜 수 있게해주세요.
괜찮을거잖아요. 그렇죠.
다들 헤어지면 힘들고 그렇잖아요. 저 알아요.
당분간 계속 울고 짜고 할거예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