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지진이 났다. 제기랄.
게시물ID : panic_907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해머해머
추천 : 12
조회수 : 1565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9/16 19:38:45
[뉴스 속보입니다. 경주 지진이......]
거실에 있는 40인치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팔짱을 끼고 뉴스를 보던 아버지가 전화기를 집어들곤 방으로 가셨다.
"어어, 김 실장! 그래그래. 음, 뭐? 어어, 지진. 지진 말이야......"
뭐. 별일이나 있으려고.
우리 집은 서울이였고. 경주에서 서울은 멀어도 한참 먼 거리였다.
나는 도우미 아줌마가 깎아 내온 사과를 아삭, 베어물며 채널을 돌렸다.

다음 날, 학교는 떠들썩했다. 지진 이야기로 온 반이 시끄러웠다.
소위 "정보통"이라 불리는 남자아이가 떠들어댔다.
"야아, 이거 큰일도 보통 큰일이 아니래!....."
이까짓 게 뭐가 대수라고. 오늘 웹툰 올라온 거 봐야 되는데,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지.
"글쎄, 5.1 규몬데 그게 대한민국 사상 최대의 규모짜리란다!..."
이까짓 규모가 대한민국 사상 최대의 규모면, 일본은 진작 멸망했겠다.
"근데 더 무서운 건, 이게 본진이 아니라는 거야! 좀 있으면 더 큰 여진이 온대! 어떡하냐!"
"야, 시끄러워. 목소리 쫌만 낮춰."
하.....귀찮아.

그날 밤이었다. 
"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마가 다급히 옷을 챙겨입으며 나를 깨우고 있었다.
"진규야! 일어나! 어이구, 빨리 일어나!"
"진규야. 일어나라. 빨리 아빠 차에 타!"
어디 가는 걸까. 나는 졸린 눈을 부여잡고 아버지 차에 탔다.
"휴...됐다. 이젠 눈 좀 붙여도 된다. 졸립지?"
잠결에 어떻게 왔는지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내가 있는 곳은 비행기였다.
퍼스트클래스의 몇 안 되는 사람들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내가 무의식적으로 바라본 곳은 비행기 의자에 붙어있는 꽤 큼직한 모니터.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엔,
전국에서 지진이 터져 사망자가 속출하고 서울의 빌딩 대다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속보가 거의 패닉상태인 아나운서를 통해 나오고 있었다.
이게 꿈인가 싶어 본 카카오톡엔, 지진이 나서 엄마아빠를 놓쳤다고 울부짖는 친구놈과, 
지금 빌딩에 갇혔는데 어떡하냐고 징징대는 친구놈들이 수두룩했다. 
아.
지진이 났다. 제기랄.
내일 친구들이랑 롯데월드 가기로 했는데.
그래도 밤 야경이 멋져 위안이 되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