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이하야 다들 명절음식 먹느라 바쁘고
조카님들의 게릴라 공격을 막아내느라 바쁘고 친척어르신들의 퓨어 디스랩을 이겨내느라 바쁘시겠지만
나는 바쁘지 아니하다.
왜냐하면
몇년전부터 우리집은 북유럽의 이케아식 감성을 수입하야 프리하고 자주 독립적인 명절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추석당일 전날까지 난 연휴맞이 삼국지 영걸전 플레이를 하였고, 당일은 아침에 차례만 간단히 지낸후
부모님은 속초로 포켓몬고를 하러 떠나셨다. (포켓몬고는 뻥 ㅎ_ㅎ)
어쨋든 중요한건 나는 민족 대명절인 추석날 집에 혼자 남았다는것이고 그것은 북적북적 거리는 옆집 대가족의
웃음소리에 상대적 박탈감과 어쩔수 없이 혼자일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끝없는 외로움을 느끼기는
개뿔
넘나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집에 혼자있는게 너무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다가 휴일도 오늘빼고도 3일더 남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키키키기ㅣㅋ겈깈ㄱ
이렇게 혼자 남은 즐거움을 만끽하며 댄스를 추다보니 배고파서 뭐좀 먹어야겠다 싶어
냉장고를 열었는데, 안에는 식상한 명절음식이 아닌 그분이 계셨다. 바로 이름하야
삼 to the
겹 to the
살!!!!!!!!!!!!!!
이럴때 부모님의 사랑은 정말 한없이 높고 높다는것을 느낀다...
아들 혼자 쓸쓸히 고기산적과 동그랑땡, 민어전, 소고기 토란국, 각종 나물따위로
끼니를 대충 챙길까봐 우리 부모님은 빨갛고 반짝이는 삼겹살을 두고 가셨던것이었다.
그래서 난 식상한 명절음식 대신 영롱한 삼겹살을 먹었는데, 이것이 그 비쥬얼 되시겠다.
보이는가 이모습? 자로 잰듯한 삼각형의 비율.
버섯과 마늘 그리고 삼겹살로 이어지는 천상의 밸런스를...!
마치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를 처음들은 유비의 심정이 이랬을까?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처음 발견했을때의 피타고라스의 심정이 이랬을까?
당신도 느꼈을것이다. 저 광경이 주는 위대함을.....
이 광경에 잠시 넋이 나갔다가 정신을 차린후 나는 아주 정성스럽게 상을 차렸는데,
무려 만원을 써서 특수야채와 상추, 깻잎, 콜라를 사왔고 씻고 지지고 볶고 하야 풀상을 차렸다.
이것이 그 비쥬얼 되시겠다.
-오해말라 하얀 액체는 우유일것이다-
난 이 광경을 보고 생각했다.
그냥 먹어도 맛있겠지만 지금이 조선시대이고
내가 여수에서 한양까지 걸어서 올라온 보따리 장수이며
드디어 한양에 도착해 주막에 들러 이것을 먹는다면?
주모에게 주모!!!!!!!!! 천하삼분지계 세트하나 주시오!!!!!!!!!
하고 이 상을 받는다면?? 무슨맛일까? 생각을 해보았다...
생각을 하다보니 더이상 참을수 없어 터프하게 쌈을싸서 나의 입에 조신히 넣어보았는데
이게 왠일인걸까 맛이 뭔가 잘 느껴지지않았다.
재료가 부족한것도 아니고 고기가 상한것도 아니고 배가 고프지 아니한것도 아니였는데
원래 삼겹살을 먹을때마다 느끼던 그 핵꿀맛 느낌이 안났다.
왜그럴까... 생각을 하다가 예전에 동영상에서본 노자의 대붕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진정 자유로운것일까....
어차피 이 휴일이 끝나면 난 돈벌러 출근해야 할것이고
전혀 즐겁지 않은 일을 해야할것이고
금요일 밤이 오기만을 간절히 바랄텐데..
지금 당장주어진 제한적인 자유에 너무 즐거워했던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들었다.
그런 고민이 내색은 안했지만 내면속에선 항상 꿈틀거리고 있었고
그것이 나의 삼겹살을 맛없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내었다.
참..... 인생과 맛의 하모니는 아리송하다.
시작은 삼겹살이지만 끝은 나의 고민으로 끝나는
이 글을 다른사람이 읽고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난 자유롭고 싶다.
끗.
그럼
마지막으로 삼겹살 미미 점수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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