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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비 오는 날 친구와 점심을 먹기로 함.
우리는 평소에는 그냥 무난한 메뉴들을 고르는데
그 날은 비가 와서 그런지 친구가 청국장을 먹고 싶다고 함.
헐...본인은 청국장 못 먹음.
일단 거부감 일으키는 냄새 나는 음식은 아예 입도 못 댐.
근데 그 식당에 순두부찌개도 한다고 함.
그래서 친구는 청국장 나는 순두부를 먹기로 하고 식당으로 고고.
1. 들어가자마자 내 코를 두들겨 패는 것은 꾸리꾸리한 발냄새였음.
꿈꿈하고 꼬랑꼬랑한 냄새가 온 실내에 퍼져 있었고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더 진하게 나서 머리가 어질어질 했음.
2. 식당을 거의 다 채울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는데
무지하게 시끄러움.
대화가 안 될 정도.
이건 비가 와서 더 그럴 수도 있음.
우리도 옆 테이블 정리하는 종업원 분께 큰소리로 주문함.
3. 나는 순두부 친구는 청국장 주문했는데
1인분씩 따로 주문이 안 된다고 함. 헐...
메뉴를 하나로 통일해야 주문이 된다고 함.
친구가 양보해서 순두부를 먹기로 함.
칭구야 미야내ㅠㅠ
4. 근데 30분이 다 되어 가도록 기본 반찬도 안 옴.
종업원들이 종종거리며 지나가길래 불렀는데도
“예!”하고는 기냥 가버림.
이 때부터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함.
5. 한참 후에 사장으로 보이는 분이 와서
주문하시겠냐고 물어봄. 하...
아까 주문했다니까 주방으로 이 테이블 주문이 들어온 적 없다고 함.
좀 전에 불렀을 때 쌩까던 종업원들도 다 안 받았다고 함.
자기들이 안와 놓고서는.
그냥 나가려다 5분 안에 갖다 주겠다고 해서 또 참고 기다림.
배가 고팠는데다 외진 곳이고 비까지 와서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음.
6. 근데 정말 5분이 안 되서 음식이 왔음.
아무리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고 해도 이리 빨리 올 수 있나 했음.
다른 손님 음식을 우리가 가로챈 게 아닐까 찜찜했음.
우리 때문에 늦게 먹는 손님이 있을까봐 불편해졌음.
7. 우여곡절 끝에 겨우 한 입 떴는데
응? 뭐지 이건?
맛이 니맛내맛도 아님.
솔직히 동네 분식집에서 파는 순두부찌개가 훠얼씬 맜있음.
이걸 먹으려고 여기까지 와서 긴 시간을 기다렸나 싶어 기운이 빠짐.
블로그에서 나름 맛집이라고 해서 왔는데.
언짢은 기분으로 밥을 먹으니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름.
친구랑 나랑 다시는 그 식당에 안 가기로 했음.
나오면서 처음에 주문 받았던 그 종업원을 찾았으나
주방이고 홀이고 화장실이고 어디에도 없었음.
......뭐지?
출처 | 나의 불편한 경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