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 재만도 못한 글 솜씨로 베오베행 기적을 경험한 아재입니당...^^
아무쪼록 추천 주신 모든 분들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고, 천국 가시고, 극락왕생 하시고, 에~또... ^^
각설하고 용기 내어 두 번째 썰을 풀어 봅니다.
때는 21세기가 시작되는 해였지만 그 지위를 앞선 2000년 패륜 동생에게 빼앗겼던 2001년 이었다.
전해 12월 입대한 나는 끝날 것 같지 않던 헬스러운 훈련소에서의 6주를 꺼이꺼이 마치고, 병과 후반기 교육을 받으러 후반기교육대로 이동하게 되었다.
훈련소에서의 6주는 나에게 과분할 정도로 헬스러웠으므로, 이젠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는 무모한 패기를 가지고 후반기 교육대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무모한 패기는 보기 좋게 다구리 당하고, 아직 내가 지옥문을 벋어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그냥 죽으란 법은 없었는지 지옥에 비친 한줄기 빛 같은, 남은 2년의 군생활의 동반자가 된 동기 녀석을 사귀게 되었다.
그렇게 힘든 4주를 이겨내고 둘은 나란히 같은 부대, 같은 대대로 전입을 가게 되었다. (사실 근무지는 이미 같은 곳으로 배정 된 상황이었고, 여단규모의 부대이다 보니 병과가 같아 같은 대대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은 꼭 같은 중대를 배정 받았으면 좋겠다는 일념으로 여단 신병교육대를 거쳐 대대 신병교육대(말이 교육대이지 실상은 중대배치 전까지 머물 임시 숙소였음.)에 입소했다. 입소 마지막날, 드디어 운명을 가를 대대장님 면담이 실시되었다.
구시대를 혐오하시던 선진스럽던 대대장은 전입 신병 면담에서 중대별 티오를 불러주고 자신들이 직접 전입하게 될 중대를 고를 수 있는 엑스칼리버 부럽지 않은 초이스권을 하사하시는 아량을 베푸셨다.
그렇게 대입 원서접수에서도 감히 경험해보지 못한 치열한 눈치싸움이 시작되었다.
우선 특색 없는 무미건조한 알파중대는 1명...
‘흠... 여기는 패스다... 하지만 이 녀석들 중 한 놈도 나서지 않게 되면 대대장의 랜덤초이스인가? 그 랜덤초이스에 나나 동기 녀석이 걸릴 확률은 1/4, 25%군...’
마찬가지로 특색 없고 무미건조한 브라보중대 2명!!!
‘여기다!!! 하늘이 보우하신 우리의 브로맨스가 갈가리 찢기지 않으려면 여기닷!!!’
병과 최고 선망의 대상이던 장비를 운용하는 찰리중대 2명...
‘그래... 여기는 지원자가 많아 자칫 제비뽑기나 사다리타기 같은 사상검증을 당할 소지가 있어 위험해...’
왠지 ‘행복한 나를(1997)’을 들어야할 것 같은 에코중대 3명...
‘여기는 전에 교육대 일병님이 비추했던, 힘들다는 그곳... 그렇다면 모두 여기를 기피하면 이들이 몰릴 곳은 찰리중대... 그럼 우린 무조건 브라보로 소신 지원이닷!!!’
믿지 못하겠지만 이 모든 내용을 우리는 눈으로 대화를 나누었고... 서로가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했었다...
아마 아직 체험하지 못했지만 진정한 사랑(여성 생명체)을 만나게 되면 이러리라...
여하튼 우리는 두주먹 불끈 쥐고 브라보중대가 호명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간절히 원하는 것이 그냥 이루어질 리가 있겠는가? 알파중대부터 난관봉착이었다.
“알파중대는 한명이라서 좀 외롭겠구만... 하지만 여기서 누군가 한명은 가야한다. 자원자 거수하도록...”
군대를 다녀 온 모든 남자들은 알 것이다. 자대전입에 대한 막연한 그 공포를... 일생을 통틀어 경험한 공포라 봐야 고작 내 다리 내놓으라던 롹커아재의 공손한 요청과, 사다코년의 4D 증강현실 TV 체험 외엔 별다른 공포 없이 살아왔던 우리에게 아수라 같을 선임들과 병맛 이병체험이 기다리는 자대에 대한 무형의 막연한 공포는 비교 불가였을 것이다.
그런 막연한 공포를 혼자 외로이 감당한다는 것은 마치 좀비 가득한 부산행 KTX에 맨몸뚱이로 던져진 기분일 것이었다.
예상대로 거수자는 없이 모두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야... 이거 이번 기수 실망인데... 누군가는 동기들을 위해서 희생을 해야 한다. 훈련소에서 동기의 소중함을 제대로 못 배운거야? 아니면 동기사랑이 아주 없는 거야?”
“.......”
대대장의 힘이 실린 비아냥 혹은 질책에 모두가 경직되었지만 눈알만은 서로에게 레이저 혹은 희생을 강요하는 애걸이 쉼 없이 쏘아내고 있었다.
그 순간,
슈바이처의 고귀한 손가락이 저랬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 가늘게 파르르 떨리는 손가락이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일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레이저포가 그 팔의 주인에게 겨냥 되었다.
마더 데레사님의 희생이 이보다 고결했을까? 한 녀석이 대대장의 질책에 희생을 결심한 것이었다.
“이병OOO, 제가 가겠습니다.”
“그래, 아주 훌륭한 병사구만, 다들 박수.”
짝짝짝짝짝짝....
그 희생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 보잘 것 없는 보답이었다... 박수를 치는 내 손에서 피라도 나지 않는다면 평생 미안한 마음의 짐을 가지고 살아야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박수를 아무리 쳐도 손바닥이 터져 피가 나지 않을 거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 얼굴 저 밑의 입꼬리가 살딱 올라가는 것을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한고비 넘긴 것인가?’
나는 깨달았다... “와타시가 아쿠마다...” 나는 깨달았다... “와타시가 아쿠마다...” 나는 깨달았다... “와타시가 아쿠마다...” 나는 깨달았다... “와타시가 아쿠마다...” 나는 깨달았다... “와타시가 아쿠마다...” 나는 깨달았다... “와타시가 아쿠마다...” 나는 깨달았다... “와타시가 아쿠마다...”
그 후로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나와 동기 녀석은 작전대로 브라보중대로 배정 받았고 예상대로 찰리중대는 지원자가 많아 지원이유와 각오를 밝히는 인사청문회 끝에 에코중대와 인원이 분배 되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몰랐다. 우리에게 닥칠 처절한 현실을.......
죄송합니다...ㅠㅠ 명절인지라 손님들이 오셔서 계속 글을 쓸 수가 없네요... 우선 여기까지만 올리고 짬짬이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시골집 컴퓨터 상태로 봐서 우선 올려 놓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습니다...(꾸뻑...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