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초 레알로 군대에서 총을 잃어 버린 이야기임...
모든 사건은 진실이지만 다년간의 흡연과 음주로 손상된 본인의 뇌로 인하여 그때의 상황이 100% 재구성 될지는 모르겠음...
여튼 각설하고...
때는 바야흐로 월드컵 4강이라는 말같지도 않은 판타지한 일이 벌어졌던 2002년 겨울이었음...(기억으로 12월이었던 것 같음)
줄을 잘못 선 기억은 없었지만 초절정 꼬인 군번 탓에 말년을 말년 답게 보내지 못하고 있던 병장 5호봉일 때 였음.
얼마나 꼬였는가를 잠시 설파 하자면 본인이 기쁨과 성령 충만함으로 병장 계급장을 달던날...
그날은 우리 중대 병 80명 중 딱 그 절반인 40명이 병장이 되던 날이었음...
개만도 못한 이병 6호봉...(훈련소 포함...)
줘도 안가질 일병 6호봉...
이리 저리 채이던 상병 8호봉의 대 장정을 끝내고 꿈에그리던...(전해지는 말로는 원스타 정도는 부럽지도 않을거라던...)
병장을 달았건만 나의 일상은 아직도 작업원 차출에 불려다니고, 침상 걸레질이나 하는 걸레 같은 시기였음...
여튼 12월이 되고 5호봉이 되니 그래도 그 많던 병장들이 하나 둘 헤븐고려...(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지만 헬조선시대 이전 김대중님에 이어 노무현님이 보우하시는 그런 시대가 있었음...)로 떠나고 그나마 숨통은 트였으나...
지긋지긋한 초소 근무는 아직 졸업하지 못하고 이등병 쫄따구들만 골라 근무를 서며 하염없이 머리길고 얼굴 하얀 일반이이되는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음...
그날도 어김없이 찾아온 야간 근무...
절대 얼어죽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와 함께 혹한기 방한복을 덕지덕지 껴입고, 갓 전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등병을 애지중지 이끌고 대공초소로 야간 근무를 나갔음...
"야~"
"네! 이병! OOO!"
"얌마~ 각풀어~ 내가 너 잡아먹냐? 애 새끼들 애를 얼마나 각을 잡았으면 아주 얼굴이 네모가 됐네..."
"......."
"안 웃어? 하늘같은 병장님이 농하시는데 안 웃어? 이게 완전 군생활 X같이 배웠구만..."
이딴 말장난이라도 안하면 삶의 낙이 없었음을 이해 하시길,..(생각하며 글쓰는 나도 소오오오름...)
여튼 나름 말년이라 이병 군기 잡는 일에도 이미 흥미 떨어진지 오래라...
그냥 편하게 있다 내려가자 말하며 병기도 잠시 내려 놓게 한 내가 븅신어었던 것 같음...
그냥 살던 대로 아쿠마 같이 살았으면 됐는데 선한 병장님 코스프레를 한답시고...
참고로 대공초소는 중대막사 뒷동산 꼭대기에 있었음...
대략 사다리가 있는 2층 구조로, 위에 조그만 내부(상황실과 연결된 통신기가 있는...)가 있고 그 주위로 난간이 설치된 구조였음...
대공초소이기 때문에 FM대로 하자면 난간에서 대공을 향해 경계근무를 해야했음...
하지만 때는 12월이었고 눈, 비, 바람 피할 곳 없는 꼭대기 초소는 상상 이상으로 추웠음...
이에 본인은 전지전능하신 선한 대천사 병장님의 자비를 베푼답시고...
"얌마... 우리의 주적이 누구냐?"
"네! 북괴군입니다."
"아니다... 우리의 주적은 간부다... 넌 대공 근무를 하는게 아니고 지금부터 밑에서 어떤 간부가 올라오나 근무를 서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확실히 알아 들었지? 그럼 추운데 초소로 들어가자..."
그렇게 비좁디 좁은 초소에 이병녀석과 본인은 몽을 끼워 넣었음...
그런데 혹한기 방한복에, 방탄조끼에, 병기까지 어깨에 메고 둘이 그 좁은 곳에 들어가려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음...
"야 병기는 문앞에 세워 놔라~~~" 이말 한마디가 가져올 후 폭풍을 그때는 알지 못했음...ㅠㅠ
그리고 좁은 공간에서 본격적인 말년 병장의 유희가 시작 되었음...
"야, 사회에서 뭐했어?"
"예 유도 선수였습니다."
참고로 그 곳 특성상 운동선수 출신들이 많았음...
"오~~~ 얼마전에 씨름했던 놈 하나 들어왔는데 한번 붙어봐야지? 씨름하고 유도하고 붙으면 누가 이기냐?"
"유도가 이길 것 같습니다."
"오~~~ 자신감~~~" ㅎㅎㅎ
이런 쓰잘데기 없는 노가리를 까다가 진정한 사나이들의 대화에 자연스레 도달했음...
"그래서 사회에서 여자는 사귀어 봤어?"
"네 두명정도 만났습니다."
"이 새끼가 너 지금 확인 안된다고 나한테 구라치냐? 내가 두눈 시뻘겋게 니 쌍판데기를 쳐다보고 있는데 두명이나 만났다고? 이게 어디서 약을 팔라해?"
"아닙니다. 진짜 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산에서 단둘이 마주치면 멧돼지도 오줌지리게 하게 생긴 녀석이 이야기 하나는 끝내주게 재밌게 했었음...
차마 신성한 오유에 쓸 수 없음이 한탄스러울 뿐임,..
여튼 그렇게 김본좌 같은 이병녀석의 대용량 하드에 담긴 작품을 하나 하나 꺼내서 감상하다보니 어느새 저 밑에서 교대 근무자의 렌턴 불 빛이 보이기 시작했음...
"야, 이거 물건이네... 너 구라면 뒤진다... 그래... 구라여도 재밌으면 됐지...ㅎㅎㅎ 다음 근무도 나랑 같이 서자... 얌마... 좋지? 나랑 있으니깐 편하고.."
"옙 감사합니다."
"가자~ 병기챙기고 방탄복 똑바로 입고..."
"넵, ......................... OOO병장님!!!......................"
"!!!!!!!!!!!!!!!!!!!!!!!!!!!!!!!!!!"
그렇다... 초소 문앞에 새워둔 병기, 즉 총이 사라지고 없어진 것이었다...
나는 사색이 되었다...
"야, 이 미친새끼야~ 총이 어딜가??? 초소 밑에랑 다시 찾아봐!!! 너 아까 여기 확실히 둔 거 맞아???"
한겨울의 찬바람이 불어오는데도 등골에 식은땀이 주루륵 흘러 내려 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새 초소 앞에 다다른 근무 교대자는 다행히 나보다 아래인 상병과 일병이었다...
"OOO병장님 근무 교대임돠~, 왜그러신지 말입니다?"
"야 좇됐다... 총 없어졌다..."
내가 내 입으로 뱉으면서도 차마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군대에서 총을 잃어버리다니... 군대에서 총을 잃어버리다니... 군대에서 총을 잃어버리다니... 군대에서 총을 잃어버리다니... 군대에서 총을 잃어버리다니... 군대에서 총을 잃어버리다니... 군대에서 총을 잃어버리다니... 군대에서 총을 잃어버리다니...
머리 속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하지만 2년간의 짬밥도 총을 잃어버린데 대한 해답을 알려주지는 못했다...
이미 얼굴이 허옇게 질려 버린 이병놈을 보니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갰다 싶을 뿐이었다...
"야! 좇됐다... 뛰어~"
여튼 이 긴급상황을 1초라도 빨리 보고해야만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평소 같으면 세월아~ 네월아~ 내려갔을 비탈길을 멧돼지마냥 길을 만들며 뛰쳐 내려갔다...
"야 김병장 뭐야?"
헐레벌떡 막사에 뛰쳐들어오는 나를 본 당직병이었다...(당시 그 곳은 당직 병이 있었음... 최고 왕고 8명)
"시... OOO병장님 좇됐지 말입니다."
"뭔일이여???"
"그게... 총이 없어져버렸지 말입니다."
"뭔소리여??? 총??? 병기를 잃어 버렸다고???"
내가 딱히 자신한테 욕먹을 짬밥도 아닌데다가 일이 너무 큰 사안이다 보니 당직병도 사색이 되었다...
"오늘 당직이 행정관인지 말입니다?"
"어... 행정관님 지금 행정관실에서 주무시고 계신다..."
"똑, 똑, 똑,"
'중대선임하사'에서 이름하야 선진스러운 '행정관'으로 명칭이 바뀌고 우리 중대로 부임해온 능구렁이 같은 말년 상사였다...(당시에는 원사 진급)
그 야심한 새벽에 제정신이라면 그럴 수 없었겠지만 큰 소리로 깨울 수 밖에 없었다...
"행정관님 용무있어서 왔습니다. OOO병장입니다."
야단스러운 인기척에 부스스한 행정관이 카키색 군용 런닝차림으로 문을 열었다...
"이 새벽에 무슨일이야?"
게슴츠레하게 뜬 눈속에 한겨울인데 땀 범벅이 된 내 얼굴을 보자 무슨 일이 났다는 직감이 들었는지 서둘러 불을 켰다...
"무슨일이야?"
"네, 휴~우... 저기... 병기를 잃어버렸습니다."
"뭔 개뼈따구 같은 소리여~~~ 뭘 잃어 버렸다고???"
"네 대공초소 근무 중에 병기를 잃어 버렸습니다."
벙 찐 행정관님께 한참을 자초지종을 설명 해야했다... 그 상황에서 나의 짬밥이 준 결론은 빠르고 가감없는 사실 보고 였다...
말도 안되는 그 상황을 그렇게 설명을 하자... 행정관님은 둘 다 1층 상황실에서 대기하라 명하시고는 다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돌리는 듯 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중대 연병장으로 중대장의 구형 엘란트라가 들어왔다...
추리닝 차림으로 차에서 내린 사관학교 출신 초짜 중대장은 나보다 더 당황한 듯 보였다...
"OOO병장 뭔 소리야?"
나는 또 한번 말도 안되는 상황을 설명해야 했고...
차 들어오는 것을 봤는지 행정관이 1층으로 내려와 중대장실로 들어 갔다...
그리고 한참 후 중대장실에서 행정관이 나왔다...
"너희 둘다 군장싸고 영창갈 준비하고 내무실에서 대기해"
아~~~ 이제 두달 남았는데... 아~~~ 이제 두달 남았는데...아~~~ 이제 두달 남았는데...아~~~ 이제 두달 남았는데...아~~~ 이제 두달 남았는데...
두달만 버텼으면 얼굴 하얗고 머리 긴 일반인 여자 만날 수 있었는데...
이미 영혼이 가출한 것 같은 이병녀석에게 더 무슨말을 해봐야 무엇하리...
덤덤하게 올라가 군장을 쌌다...
새벽의 막사 내 소란에 놀란 내무실 선임과 후임이 어느새 깨어 있었다...
내 표정에 감히 묻지 못하는 후임들을 대신해 내무실 왕고가 나에게 물었다...
"야 OOO병장 먼일이여???"
"좇됐습니다... 저 영창갑니다..."
"먼일인데???"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새벽이 지나고 서서히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아... 그날의 아침은 아직도 머릿 속에 선한 것 같다...
'총기상'이 울리고 중대장이 나와 이병녀석을 호출했다...
"똑, 똑, 똑, 중대장님, 저 OOO병장입니다."
"들어와~"
중대장실 안에는 한결 표정이 풀린 행정관과 중대장이 앉아 있었다...
"야, OOO 너 이새끼 제대 얼마 안남았다고 빠져가지고...... 너 이번일이 얼마나 큰 일인줄 알아?"
"죄송합니다...."
"대대 작전장교님이 가져 가셨대... 이새끼들이 쳐 잔거야? 너 행정관님 아니었으면 진짜 영창 갈뻔 했어 임마~~~"
"......."
"행정관님이 일주일간 완전 군장 구보로 무마 하셨으니까... 제대할때까지 정신 똑바로 차려!"
"......, ????????"
그랬다... 그 선진스럽지 못했던 능구렁이같은 25년 짬밥의(이제 갓 원사가 된...) 행정관이 그 새벽 대대 상황실을 주무르며 수완을 발휘한 것이었다...
그 수완을 알 길은 없으나 초짜 중대장으로써는 절대 불가한 일이었던 것만은 분명한 일이었다...
그렇게 중대장실을 나서며 나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좇될뻔 했다...'
그제서야 이병녀석에게 불같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얼마남지 않은 군생활 영창 안간게 어디냐며 그냥 착한 선임으로 남기로 했다...
그리고 일주일간 말 그대로 밥만 먹고 완전군장으로 연병장 뺑뺑이를 돌았다...
나야 말년이라 테클 걸 사람이 없었지만 한 순간 온 중대의 눈총을 받게 된 이병녀석은 겁먹은 강아지마냥 내 뒷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다...
안쓰러움에 건빵도 챙겨주고, 우유도 챙겨주고 일주일간 데리고 다녔지만 아마 상병, 일병 애들한테 죽지 않을 만큼 갈굼 당했으리라...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이제 막 소령으로 진급해 전입 온 혈기 왕성한 대대 작전장교가 당직날 하필 우리 중대 대공초소를 불시 방문 했는데 나와 이병녀석은 그 끈적하고 생생한 여자친구 이야기에 빠져 아예 방문 조차 인지를 못했던 것이다...
이에 열이 받을대로 받은 대대작전장교는 우리 병기만 몰래 들고 가버린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대대장이 출근하기 전 그 능구렁이 같은 행정관이 상황파악을 하고 진화에 나서 그나마 그정도에서 끝난 것이었다...
되돌아보니 시골출신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중대 막사 뒤 텃밭 고추농사 부추농사 상추농사...등등 도맡아 하며 행정관과 친하게 지낸 덕분이었던 것 같다...
흔치 않은... 말로만 듣던 군대에서 총 잃어버린 이야기라 적어 봤습니다...
글 실력은 없지만 재밌게 읽어 주시고 행여나 추천이라도 주신다면...
시골출신이라 군대에서 농사지은 이야기...
이병때 동기랑 몰래 외출 나가서 술이 떡이 되서 중대 복귀했다가 영혼 탈탈털린 이야기...
중대 막사에서 공포탄 발포한 이야기...
중대에 돼지 한마리 기부한 이야기...
썰 풀어 보겠습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