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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다리
원래 인간이란 만족을 모르는 동물이다. 요즘 세상에는 초등학생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다고 해도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원한다. 심지어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제 아무리 팔을 퍼덕이며 날갯짓을 한다고 해서 하늘을 날 수는 없다. 하늘의 달이 아무리 예뻐도 손을 뻗어 쓰다듬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불가능한 욕망에 몸과 마음을 바쳐 문명과 발전을 이루어 왔다. 인간은 지금 비행기를 타고 하룻밤 만에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갈 수 있고, 달표면에 발자국을 새길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그것이 실현되기 전까지는 말도 안 되는 망상으로만 여겨진다는 것이 재미있다. 지금 한참 유행하고 있는 ‘4차원다리’역시 그 기술이 실현되기 전에는 유치하고 치졸하고, 형편없이 저열한 망상으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다른 차원에서 자신의 육체를 가져와 다리길이를 보충하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하지만 한명의 키가 작은 학자의 노력은 이 미친 짓을 성공시키고야 말았다.
2009년 11월 9일, 공중파 방송에서 발발한 ‘루저의 난’ 이후, 키가 작은 남자들은 온몸으로 토해내는 피눈물과 함께 루저녀를 공격하여 그녀의 인생을 파탄지경으로 몰아갔지만,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진심은 이러했다.
‘나도 키가 크고, 다리가 긴 미남이 되고 싶다.’
루저의 난이 발발하고 피눈물을 쏟는 남자 중에, 모 연구소의 지나치게 똑똑한 신장 158cm의 물리학자가 있었다. 암산으로 화성 진입 궤도를 계산할 수 있는 이 미친 물리학자는 루저의 난에 분노하여 루저녀를 다른 차원으로 던져버려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고 말겠다며, 차원 이동의 문을 여는 공식을 연구했다.
어이없게도 이 물리학자는 핸드폰의 전자계산기와 볼펜 한 자루로 6시간 45분 만에 다른 차원의 문을 여는 공식을 산출해 내었고, 이틀 뒤에는 실제로 차원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열린 차원의 문은 너무 작았다. 루저녀를 차원 이동으로 없애 버리기 전에 토막살인부터 해야 할 판이다.
물리학자가 연 차원의 문은 평행세계와 연결되는 문이었다. 그 문을 통해 다른 세계의 자기자신에게 편지 정도는 보낼 수 있을지 몰라도 드나드는 것은 무리였다. 물리학자는 다시 연구했다.
‘최소한 루저녀의 보기 싫은 얼굴만이라도 다른 세계로 보내 버릴 수는 없을까.’
물리학자는 다시 연구 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472시간 12분 후에 물리학자는 신체의 일부만 평행세계로 보내거나 다른 차원의 자신의 몸 일부를 불러올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한다. 다시 말하면 다른 차원의 자신에게 자신의 팔 하나를 보내면 그 상대는 팔을 세 개를 가진 채 생활해야 한다. 더구나 차원이동의 요체는 이곳에 있기 때문에 차원이동의 모든 통솔권은 이쪽 차원에만 있다.
연구의 결과가 자신이 의도한 목표에서 약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물리학자는 발상의 전환을 이루었다. 평행세계에 존재하는 또 다른 수많은 자기 자신에게서 아주 조금 씩 몸을 보충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다. 평행세계는 무한하게 존재한다. 또 다른 이름과 또 다른 직업으로 살아가는 물리학자 또한 무한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들의 신체를 조금씩 가져와 자신의 몸에 이식한다면……. 1,000명의 자신에게서 다리길이를 0.1mm씩만 가져온다면 본인의 다리길이가 10cm는 늘어날 것이다. 자신의 키가 0.1mm가 줄어든 것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물리학자는 당장 실험을 실행하였고 16시간 후에는 신장 185cm의 건장한 근육질의 몸을 갖게 되었다. 이를 위해 동원된 또 다른 물리학자의 몸은 물경 3만 명에 달하지만, 그 3만 명 중 자신의 뼈와 근육이 조금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리학자는 이 기술을 ‘4차원다리’라고 명명하고 세상에 공개했다.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람들은 다른 차원에서 얼마든지 근육을 가져올 수 있었고, 필요없는 체지방은 다른 차원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몸에 날려 보냈다. 신체 개조에 사용되는 다른 차원의 인체는 최소 5만 명으로 규정되어 있다. 때문에 다른 차원의 인간들은 자신의 몸이 아주 조금 사라지는 것이나 불어나는 것을 전혀 눈치재지 못한다.
의료계에서는 암세포 등 자신의 질환을 다른 차원으로 내보내는 시도한 적이 있지만 이는 비윤리적이라고 판단되어 법으로 금지되었다.
4차원다리가 개발되고 1년, 이 세상에는 훈남훈녀가 가득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10%정도의 체지방을 유지하고, 평균 신장은 2m에 육박했다.
워낙 건강한 신체로 살아가다 보니 질병도 격감하고 수명도 늘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했지만 물론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헬스클럽과 다이어트 센터가 모두 문을 닫은 것은 당연했다. 그 외 체육계열의 단체들 역시 초토화되기는 마찬가지 였다. 신체보충을 받은 사람들은 우사인 볼트보다 빨리 달렸고, 박태환 보다 더 수영을 잘했다. 몸을 단련하여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는 시간이 갈수록 의미가 없어졌다.
연예계역시 초비상이었다. 피부, 근육, 골격을 자유자제로 개조할 수 있게 된 사람들이 넘쳐나게 되자, 옛날의 헐리우드 스타가 부럽지 않을 만큼 잘 빠지고 멋진 외모의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진열하고,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었다.
그 어떤 출중한 외모의 연예인을 내세워도 아무도 주목받지 못했다. 일부 진짜 가창력을 갖춘 가수나,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만 호평을 받을 뿐 얼굴과 몸매를 뜯어먹고 살던 아이돌들은 입지는 거의 사라지는 듯 했다.
모든 사람들이 키가 크고 늘씬해진 세상에서 외모로 먹고사는 연예인이 되려면 더욱 키가 크고 더욱 늘씬해져야 한다. 때문에 모든 연예 기획사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외모 트랜드를 만들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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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패기와 열정이 모이는 서바이벌 오디션. 첫 번째 참가자를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우와 키가 상당히 크신데요. 신장이 얼마나 되나요.”
“네, 12m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