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타인에게 상처주고 크게 연연하지 않는 네 모습이 무섭다. 나도 그 타인처럼 아주 타인이 되어버릴까봐 무섭다.
넌 내 상처를 안다. 난 네 상처를 모른다. 우리에겐 암암리의 수직관계가 존재한다.
갑자기 그렇다. 나는 무섭다. 이 행복이 무섭다.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다. 언제나 유약하고 또 심약한 사람이었다.
내유외강.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부서지는 것이 내 연애의 마지막이었음을 기억한다. 그때의 나는 두달간 거의 먹지 않으며 죽지 못해 살았다. 매일밤 울고 아팠다. 숨을 쉬면 심장이 아팠다. 그래서 잠의 품을 파고들며 현실을 피해 달음박질 쳤다. 아직 강해지지 못한 내가 또다시 그 과오를 반복할까 무섭다.
너를 만날때는 운동화를 신는다. 내 배려의 한조각이다.
네가 없는 방이 조금 외롭다. 비가 온다. 널 꼭 껴안고 싶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네 눈은 참 예쁘다. 내가 들여다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눈 중의 하나.
따뜻한 손. 이따금 우리는 그렇게 손을 맞대고 시간을 보낸다.
무섭지만, 행복하다.
행복하기 때문에, 무섭지 않다.
내일이 없을 것 처럼 사랑하고, 어제를 잊은 것 처럼 또 사랑할 것.
사랑스러운 사람. 우리의 대화는 난생처음 읽어내리는 점자처럼 조심스럽다. 까르르 웃고 이상한 농담을 하다가 잠깐 서로의 숨소리를 듣는다.